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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병원경영과 원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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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병원경영과 원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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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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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괄지불제도를 어찌할꼬?

 

정성출 갈렙ABC 컨설팅부문 대표
정성출 갈렙ABC 컨설팅부문 대표

의료서비스의 가격(수가) 수준을 평가할 때 원가보전율[1]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원가보전율이 90%라는 의미는 수가가 원가의 90% 수준밖에 안된다는(그래서 병원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병원의 원가보전율은 연구하는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어떤 수치가 됐건 대체로 저수가라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는 듯하다. 저수가 환경은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숙제다. 특히 공급자(병원)가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는, 가격이 규제되는 시장이라면 더욱 풀기 어렵다.

이런 저수가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신포괄수가제[2]다. 원래 신포괄수가제는 40여개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제도인데, 문재인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그 중요성이 높아졌다.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급여진료를 줄여야 하는데, 이로 인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급여진료의 수가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골자다. 그리고 이 정책 실현을 촉진하는 도구로서 신포괄수가제를 채택한 것이다.

이 제도가 민간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신포괄수가제 적용 병상을 5만병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민간병원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유인(incentive)으로 높은 정책가산율을 수가에 얹어 병원에 제공되는 보상수준을 높였다. 제도 도입의 취지가 어찌됐건 병원입장에서는 저수가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참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김갈렙병원장은 고민이다. 최대 35%까지 제공되는 정책가산율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정부가 정책가산율을 보장해 줄 것인가? 또한 병원의 속사정을 다 알 수 있는 상세한 수익과 원가자료까지 요구하던데, 제공해도 문제없을까?

길게 고민하지 않고 참여를 결정했다. 정책가산율은 정부의 신포괄수가 로드맵을 보니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설사 정책가산율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신포괄수가가 2~3년내에 원가기반으로 다시 산정되어, 적정수가로 재편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또한 정부의 설명과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원가자료의 주된 용도는 적정수가 산정에 국한되기 때문에 정보가 잘 못 사용될 거라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했다.

[신포괄수가제 적용 후]

신포괄수가제에 참여한 지 1년여 기간이 흘렀다. 기획조정실에서 원가계산을 막 끝내고, 몇 가지 자료를 들고 왔다. 신포괄수가제 도입 전후를 분석한 자료다. 2018년 8월부터 시작했으니, 그해 12월까지 5개월간의 결과다.

입원부문 수익성이 신포괄수가제 도입 이전보다 5.1% 포인트 상승했다. 특별히 환자가 더 많이 늘지 않았으니 상승효과는 대부분 신포괄수가제의 영향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환자유형별로 보니 더욱 두드러진다. 행위별수가에 해당된 환자보다 신포괄수가가 적용된 환자가 6.9% 포인트 수익성이 더 높았다.

이번에는 질환별 손익이다.

수익 규모가 큰 질환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상세불명 세균성 폐렴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환 수익성이 신포괄수가제 적용 전보다 상승했다. 기획조정실장은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한 우리 병원의 선택이 옳았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김갈렙병원장의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다.

“기대했던 것 보다는 상승폭이 적습니다. 원인이 뭔가요?”

그제서야 기획조정실장이 얘기한다.

“사실 이 차이는 정책가산에 의한 영향이 대부분입니다. 평균재원일수를 보면 신포괄수가 도입 전후 모두 10일 정도로, 별 차이가 없어요.”

김병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한다.

“DRG[3]는 진료행태 변화가 없으면 별 효과가 없습니다. 재원일수와 처방량 등이 적절한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CP[4]개발을 확대하고, 현재 운영 중인 CP에 대해서는 재정적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찾아서 개선합시다. 혹시 수가에 문제가 있으면 정부에 정책건의도 해야 하구요.”

신포괄수가제.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추진되는 제도지만 수가 개선에, 그래서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된다. 정부가 주도하지만, 그 속의 내용은 병원이 채울 부분이 상당히 많다.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원가에 기초하여 수가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원가는 누가 제공하나?

신포괄수가제에 병원이 적극 참여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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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익을 원가로 나눈 값으로, 이 값이 1을 넘으면 원가가 100% 이상으로 보전(보상)되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 값이 1이 안되면 원가가 제대로 보전(보상)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2] 외국에서는 입원서비스를 보상하는 보편적 지불제도로 포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신포괄수가제’는 시범사업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3] Diagnosis Related Group: ‘진단명 관련 그룹’으로 직역되나, 진단명 그룹으로 분류한 환자분류체계 또는 진단명 그룹으로 분류한 포괄수가제를 지칭하는 용어. 여기에서는 포괄수가제로 사용됨.

[4] Critical Pathway: 표준진료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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