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관용유도 이식 수술 환자, 국내 최초 출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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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관용유도 이식 수술 환자, 국내 최초 출산 성공
  • 박해성 기자
  • 승인 2020.01.02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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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전 세계 세 번째 성공 사례 남겨
면역억제제 없이 이식된 신장 유지하며 자연 임신해 출산까지
이길선 부부와 아기가 이식을 담당했던 박재범·장혜련 교수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길선 부부와 아기가 이식을 담당했던 박재범·장혜련 교수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면역관용유도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기를 출산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 사례다.

삼성서울병원은 2017년 8월에 면역관용유도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길선 씨(39세)가 지난 11월27일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 사례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면역관용유도 이식을 받은 환자가 출산한 것은 처음이다.

면역관용이란 면역억제제 복용 없이도 이식된 장기가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타인 장기를 이식받으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로 인해 거부반응이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장기이식 수혜자는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면역관용유도이식은 이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한 첨단의학 분야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곳의 이식센터에서만 면역관용 유도 신장이식이 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분야이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이번에 아이를 낳은 이 씨는 두통이 잦아 고혈압 치료를 받던 중 우연히 신장질환을 발견했다. 이식 말고는 손 쓸 길이 없던 터여서 지난 2017년 신장을 기증받아 수술했다. 이씨에게 신장을 기증한 사람은 남편 강봉기 씨(40세)다.

강 씨의 장기이식 교차반응 검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자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박재범 교수(이식외과)가 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면역관용유도 신장이식을 위해 이 씨에게 이식 전에 전처치를 시행한 뒤 기증자와 수혜자의 면역체계가 일시적 공존하도록 남편 강 씨의 신장과 골수를 아내 이 씨에게 이식했다.

이 씨는 남편 신장을 기증받고 성공적으로 면역관용이 유도돼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중단하고도 안정적으로 신장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정받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부부에게 11년만의 임신이라는 뜻밖의 큰 선물이 찾아왔다.

시험관 시술 실패와 유산 등으로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아득한 소망으로만 느껴졌었던 이들 부부는 면역관용 신장 이식 후 1년이 넘어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끊고도 안정된 신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자 임신에 대한 꿈을 다시 꾸게 됐고, 또 한 번 시험관 임신을 준비하던 중 자연 임신 소식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 씨에게 신장질환 말고도 자궁선근증이 있던 탓에 출산까지의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자궁선근증이 있으면 조산을 할 수 있기에 노정래 산부인과 교수 등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의료진도 정성으로 이 씨를 돌봤다.

이식 수술 전에 이 씨의 말기 신부전을 치료하고 기증 전후로 강 씨를 계속 진료해 온 신장내과 장혜련 교수도 성공적인 출산을 위해 도왔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거꾸로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시행, 이들 부부는 지난달 아들을 얻었다. 태명이 ‘기쁨이’였던 아기의 몸무게는 3.32kg로 건강히 태어났으며 ‘강찬’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박재범·장혜련 교수는 소식을 듣고 이씨 병실에 방문해 축하 인사를 건넸으며, 산모와 아기는 지난 11월29일에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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