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탈수용화’ 제대로 추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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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탈수용화’ 제대로 추진 안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9.12.3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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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치료서비스 지연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 초래
국회입법조사처, ‘정신질환자 비자의 입원제도의 입법영향분석’ 발간

지난 2016년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이 정신질환자의 ‘탈수용화’라는 정책적 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치료서비스의 지연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팀장 이만우)은 12월23일 발간된 ‘정신질환자 비자의 입원제도의 입법영향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회는 변화된 비자의 입원제도(강제입원제도)에 의한 ‘탈수용화’를 통해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치료권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의 연계·통합 제공체계의 구축을 목표로 2016년 5월29일 구(舊)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으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을 탄생시켰다.

즉,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으로부터 지역사회로 이동시켜 인권침해 요소를 없애고 지역사회에서 치료, 재활 및 사회복귀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비자의 입원요건 등을 강화한 것.

그러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유형을 중심으로 비자의 입원요건 등 강화가 ‘탈수용화’를 가져왔는지,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치료권을 확보·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지역사회 정신질환 관리체계가 미성숙한 상황에서 입원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신질환자들을 지역사회에 방치하게 돼 일종의 ‘치료 사각지대’를 형성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2017년 5월30일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일 직후, 비자의 입원제도의 입법영향분석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지역사회 정신질환 관리의 미성숙이 여전히 ‘횡수용화’ 등 다양한 종류의 ‘탈수용화의 역설’을 드러내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횡수용화(trans-institutionalization)’란 지역사회 정신질환 관리가 미성숙해 대형 정신병원에서는 입원 환자가 줄어들지라도 지역사회에 200병상 이하 소규모 민간 정신병원이 늘어나 이른바 ‘다른 문’을 통해 환자가 입원하는 ‘회전문’ 현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제공프로그램에 포섭되지 못하고 병원에서 병원으로 또는 시설로 재입원(소)하는 현상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인권과 치료권 갈등 없이 보호·확보하기 위해 현행 비자의 입원제도의 문제점을 수정하고 ‘탈수용화’를 추진하기 위한 입법 및 정책과제로 보호의무자의 범위 확대,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실시, 그리고 ‘중간 집’ 설치·운영을 통한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주거 지원 등을 제안했다.

특히 보고서는 무엇보다 ‘탈수용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신보건 관련 전체 예산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자원의 조직적 연계·동원 및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보건복지 통합서비스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수용화’ 정책 추진이 정신질환자들이 정신병원 등 ‘수용시설’에서 단순히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치료와 재활 및 복지 등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입원 감소와 지역사회 복귀 및 재활 등 ‘탈수용화’ 정책의 일차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신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기능의 재정립 등 정신건강서비스 제공 서비스의 다층적 연계·통합을 기획·실행할 수 있는 정신질환 위기관리체계의 구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나오게 됐지만 가족이 방관할 경우 현재 지역사회 정신건강 인프라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복약관리와 복지서비스가 집중적으로 필요함 자·타해 위험 때문에 위기관리 차원에서 읠기관과 복지시설이 실질적으로 네트워킹되는 적절한 자원동원 프로그램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탈수용화’ 정책이 정책 결정자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와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과정의 참여자들의 밀접한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탈수용화 정책을 통해 얻고자하는 적절한 장·단기적 목표의 수립 여부와 해당 목표 달성을 위한 접근방법 등에 대한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제공 기관 및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필요한 합의 도출이 ‘탈수용화’ 정책 성공 여부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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