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영역 파괴 과연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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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영역 파괴 과연 대안인가
  • 김명원
  • 승인 2004.10.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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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별 충돌 불가피 공동영역 개발 바람직
경기침체로 의료 시장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 의료계가 수입 감소로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생존전략 차원에서 진료 영역의 확장과 관련 진료과간 공동진료 분야 확대 등 의료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1차의료를 담당하는 개원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기존의 과별 영역에서 벗어난 진료 영역 확대 추세는 이미 탄력을 받았으며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에서도 확산 추세에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들어 출산율 저하 등으로 환자가 급감,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비롯하여 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 두드러지나 대부분의 진료과가 진료 영역 확장을 위해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출되는 의사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진료 원가에 미달하는 현행 의료보험 수가체계하에서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만큼 비급여 항목을 중심으로 한 타과 진료 분야 잠식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그러나 진료영역 확대 추세는 각과별 학회별 영역 다툼 양상으로 비화될 경우 의료계의 내분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또한 각 학회 차원에서 회원 권익 보호와 역량 강화 등을 위해 새로운 진료분야 개발에 적극 나섬으로써 학회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유발시킨 책임을 해당 학회는 부인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진료 영역 확장 내지는 파괴의 대표적인 희생양으로 피부과를 들 수 있다.

피부과의 경우 타과는 물론 한의사, 무자격시술자가 가세해 진료 영역을 침범하여 비만을 필두로 레이저 시술, 시킨 케어 등을 시행하여 개원가는 물론 병원 피부과까지 환자 감소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출산율 저하로 극심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산부인과는 성의학, 여성피부, 비민치료, 노화방지, 유방암 검진 등에 중심으로 한 진료영역 확대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가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산부인과 개원의 가운데 30%가 기본진료 이외 영역을 진료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7%가 유방암 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68%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료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30대에서는 92%가 진료영역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최근 개원의가 주축이 돼 창립한 대한임상건강의학회가 △심혈관질환과 영양 △보완대체의학 △영양의학 △미용의학 등을 주요내용으로 창립 학술대회를 개최했는데 3천여명이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룬바 있다.

이 학술대회에는 진료과에 구분없이 대부분의 진료과가 참석해 향후 진료영역 확대 대상이 영양의학과 보완대체의학임을 여실히 입증했다.

장동익 임상건강의학회장은 학술대회가 대성황을 이룬데 대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개원가를 대상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제시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며 "앞으로 무질서하게 범람하고 있는 건강식품과 홍수를 이루고 있는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기준안을 제시해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진료 영역 확대 진행이 활발해질수록 과간 불협화음 발생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가 미용분야에 대한 공조체제를 마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한 성형외과ㆍ피부과ㆍ안과 개원의협의회는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영역 침해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미용분야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등 불법의료행위를 견제하기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공동학술대회를 연 이들 개원의협의회측은 성형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간 영역 침해에 대한 서로간의 오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병원과 같은 협진체계를 모색할 계획이다.

진료과별 영역 확대 추세는 가속화돼 향후 진료 영역 파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의료계는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연세의대 연구팀이 조사한 전문과목 전문의가 진료한 진료과목별 구성 비율 비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교 결과에 따르면 2003년 현재 전체 전문의 가운데 42%가 개원하고 있으나 실제 전문과목과 관계없이 주로 일차진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다른 전문과목을 진료함으로써 사실상 전문의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일반외과의 경우 내과환자가 44%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내과는 이비인후과 환자가 12% 가량 차지했다.

이같은 사실은 전문의들 사이에서 진료 영역 파괴 현상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음을 의미하고 향후 파괴 정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의 진료과별 영역 확대가 현행 의료법상으로나 의료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해도 이같은 추세가 환자를 위해서 비롯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S대학병원의 L 교수(가정의학과)는 "수익창출을 위해 진료영역을 넓히는 것은 의료계, 특히 개원가의 사정을 감안하면 자연스런 현상이자 유행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며 "그러나 환자의 이익 우선이라는 명분을 확보해야 의사에게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진료는 "과소수련" 내지는 "과대수련"이라는 수련교육에서의 비효율성을 야기함으로써 전공의 수련제도가 갖고 있는 본연의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더한다.

진료영역 확대는 자칫하면 진료과간 영역 다툼으로 비화돼 의료계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영역 파괴보다 공동영역 개발이라는 상생의 길을 찾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진료영역 개발은 의료계 및 의학계 차원에서의 접근이 요구되는 것으로 우선 과별 진료영역에 대한 본질적인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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