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화이트 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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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화이트 칙스"
  • 윤종원
  • 승인 2004.10.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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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닭에 비유하는 것은 동서양이 똑같다. 특히 젊은 처자를 "영계"라고 하는 것이 그렇다. 다음달 19일 개봉하는 영화 "화이트 칙스(White Chicks)"는 그 뜻 그대로 백인 처녀를 일컫는다.

이 영화의 키 포인트는 이런 백인 처녀들을 흑인 사나이들이 연기했다는 것. 화장실 유머 등 말초적 웃음에 기대는 슬랩스틱 코미디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독특하다고 칭찬할 만한 게 바로 이 점이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투씨" 등 남장 여자를 소재로 한 영화의 계보를 이으면서 동시 "O.J. 심슨 콤플렉스"라고 할 만한 백인여자에 대한 흑인 남자들의 동경심리를 노골적으로 건드렸다.

또한 이 영화는 발칙하다. 각본, 감독, 주연이 모두 흑인이기 때문이다. 백인의 왜곡된 시선이 아니라 흑인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흑인들이 연기한 것이다. 흑인들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꼬집은 것. 물론 백인 부잣집 딸들의 "한없이 가벼운" 생활도 꼬집었다.

할리우드에 검은 바람을 일으킨 웨이언스 삼형제가 다시 뭉쳐 화제가 된 이 작품은 그러나 전작 "무서운 영화" 1,2편에 비해서는 신선도가 떨어진다. 이번에도 역시 첫째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가 메가폰을 잡고, 둘째 숀과 셋째 말론이 주연을 맡았다. 시나리오는 세 형제의 합작품. 형제는 용감했고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자만했다.

케빈과 마커스는 2인조 FBI 요원. 그러나 하는 일마다 사고를 쳐 결국 상사로부터 "이라크로 보내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듣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맡은 사건은 호텔 재벌 윌슨가 자매의 자선파티 참석을 경호하는 일. 그러나 이 역시 실수로 윌슨 자매 대신 이들이 참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이들은 FBI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백인 부잣집 딸들로 둔갑, 자선파티장을 휘젓고다닌다. 그러다 사건에 휩싸인다. 재벌가의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두 배우의 둔갑술은 꽤 눈길을 끄는 볼거리. 흑인 남자가 백인 여성으로, 그것도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로 변신한 모습은 여러 모로 흥미롭다. 배우들은 이를 위해 하루 12시간씩 분장해야 했다. 피부색깔까지 바꿔야 했기 때문에 하루 최대 30kg의 화장품이 소비되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들이 여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그닥 새롭지 않다. FBI답게 힘이 세고 무술에 능하다는 것 정도가 간혹 통쾌함을 전할 뿐, 소재의 전복성을 드라마가 뒷받침해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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