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히포크라테스 평전
상태바
새책- 히포크라테스 평전
  • 윤종원
  • 승인 2004.10.27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의사들이 환자의 비밀을 보호하고 환자에게 해가 되는 처방하지 않겠다는 등 의료인으로서의 기본 윤리를 지킬 것을 맹세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다.

의술을 과학으로 끌어올리며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평전 "히포크라테스"(자크 주아나 지음. 서홍관 옮김. 아침이슬刊)가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단순한 의학자 전기에 그치지 않는다. 히포크라테스와 그가 남긴 저술을 바탕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과학, 사회 분위기, 풍속까지 아우르고 있는 종합 교양서다.

프랑스 파리대학의 그리스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역사서, 연설문, 서사시, 희곡 등 방대한 그리스 문헌과 역사 유물들을 망라하고, 히포크라테스 총서를 꼼꼼히 검토한 끝에 히포크라테스의 생애를 오롯히 복원해 낸다.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60년경 그리스 코스 섬에서 태어나 기원전 377년 무렵 테살리아 지방의 라리사에서 죽었다고 한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서 기원하는 가문의 후예인 그는 의술을 익힌 뒤 고향을 떠나 한 평생 그리스 반도와 소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의술을 실천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당시에는 "질병이란 신이 내리는 벌"이라며 질병 치료를 초자연적인 의술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미신을 과감히 배격하고 질병은 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신에게 빌거나 주문을 외우는 대신 음식과 운동을 처방하고, 약물을 사용하고, 칼로 절개하고, 불로 지지는 치료를 시행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치료법이지만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히포크라테스를 기점으로 합리적 의술이 주술적 의술과 마침내 결별했다.

그는 생전에 명의로서 명성을 얻었을 뿐 아니라 사후에 더욱 유명해져 시대별로 의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히포크라테스로 돌아가자"라고 할 정도로 의술의 모범적 존재가 되었다.

책에서는 자연환경이 인간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자신의 가문에 독점적으로 전승되어 오던 의술을 외부에 개방해 널리 보급하며, 관찰과 경험, 기록을 중시하는 임상의학을 창시하고, 환자를 신분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환자 중심의 의술을 펼치는 등 히포크라테스의 업적을 집중 조명한다.

752쪽. 3만5천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