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마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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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마법사들
  • 윤종원
  • 승인 2006.03.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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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만드는 기적, 마법사들

최근 들어 마법이나 마법사를 소재한 한 영화의 인기가 높다.

무한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의 삶이 힘겨운 현대인에게 지팡이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은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진짜 마법은 아니지만 일확천금이라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로또복권" 또한 오늘날의 마법이 아닐까? 천사나 마법사의 존재는 비현실적이지만 현대인의 지친 내면을 잠시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일회용 진통제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법사들"(감독 송일곤, 제작 드림컴스)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판타지 영화로 착각하기 쉬운데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드라마 장르다.

해체된 인디밴드 "마법사"의 멤버들이 3년 전 자살한 동료 기타리스트 자은(이승비 분)의 기일(忌日)에 모여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는다는 따뜻한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와 일본 도쿄 필름엑스(Tok yo Filmex)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마법"이란 이들이 함께 모여 공유하는 추억들. 자은의 제삿날 드러머 재성(정웅인)과 베이시스트 명수(장현성), 보컬 하영(강경헌)이 나누는 음악과 사랑에 대한 추억은 마법처럼 이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자은이 세상을 떠난 뒤 강원도 숲속 한 카페의 주인이 된 재성은 자은의 기일에 "마법사" 밴드의 멤버였던 명수와 하영을 부른다. 자은의 죽음에 연인이었던 재성도, 자은이 자살하던 날 함께 영화를 보자는 제의를 거절했던 하영도, 하영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스러웠던 명수도 지난 3년은 죽음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취기에 농담하고 낄낄대며 떠들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내면의 고통을 하나둘씩 토해낸다. 영화는 꼭꼭 숨겨 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열면서 찾아오는 화해와 용서와 희망을 마법에 비유했다. 자은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끼는 재성과 하영은 마음 속의 짐들을 하나둘씩 내려놓으면서 희망을 보고, 아르헨티나 이민을 결심한 명수도 하영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면서 희망의 한 귀퉁이를 움켜쥔다.

영화는 연극적인 형식미를 차용, 96분이라는 상영시간을 장면마다 나누지 않고 한 테이크(take)로 촬영한 "one-take" 기법을 활용했다. 상영시간 내내 변화가 없어 지루한 감도 있지만 연극을 보는 듯해 신선하게 다가온다.

카페의 위 아래층을 기점으로 공간 이동과 극중 배우의 연기만으로 현실과 과거를 무리 없이 표현해 낸 감독의 연출력은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부분. 연극배우 김학선이 연기한 "전직 스노보드 선수 출신 스님"은 우울한 극중 분위기를 웃음으로 정화하는 독특한 힘을 발산한다.

그러나 갈등에서 갑자기 화해로 전환되는 엔딩 부분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코미디 배우로 각인된 정웅인의 내면연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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