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웃다가 울고 나오는, 청춘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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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웃다가 울고 나오는, 청춘만화
  • 윤종원
  • 승인 2006.03.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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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김하늘 콤비의 자연스런 호흡 돋보여

미리 밝히자면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처럼 다소 유치하면서도 포복절도하는 웃음은 없다. "젊은 날의 초상"이 발랄하고 진지하게 그려지는 게 이 영화의 장점.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콤비 권상우-김하늘이 3년 만에 다시 만나 선보이는 영화 "청춘만화"(감독 이한, 제작 팝콘필름)는 정감 있는 터치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물론 웃긴다. 벌써 상당한 경력을 쌓은 두 배우는 자연스럽게 대학 2년생의 감성으로 웃음의 맥을 짚어나간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툭툭 던지는 한마디, 묘사되는 상황에 절로 웃음이 간다.

중반 이후부터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청춘의 표상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결코 청춘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 단순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한 관객에게는 벼락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듯하다.

권상우와 김하늘은 시사회 직전 "웃기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관객에게 지루함이 느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장면 하나하나 놓치기에는 이야기의 구조가 촘촘히 엮여 있어 속도감을 주기 위해 더 이상 무리수를 둔다면 멜로 영화의 감성을 살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다소 이 영화의 현실감이 떨어진다면 두 주연과 조역까지 등장인물들이 너무 착하기 때문. 어느 하나 질 나쁜 성정을 가진 이가 없다. 시나리오까지 쓴 감독의 세상에 대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한 감독의 전작 "연애소설"을 아직도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관객이라면 "청춘만화"가 어떤 식의 청춘영화로 나아갈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지환(권상우 분)과 달래(김하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13년 동안 친구로 지내왔다. 동성 친구 이상의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서로를 대한다. 달래에게는 지환이의 친구인 번듯한 영훈(이상우)이라는 남자친구가 있다. 영훈은 지환에게 교회 친구 지민(장미인애)을 소개해줘 네 사람은 자주 함께 만난다.

달래에게는 뇌졸중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있고, 지훈에게는 변변한 직업은 없지만 아들 사랑만큼은 끔찍한 아버지가 있다. 아주 평범한 가정이라는 배경에서 두 사람은 착하고 어른스러운 마음씨를 지니게 됐다.

청룽(成龍)과 같은 액션배우가 소망인 지환은 참 열심히 산다. 태권도학과를 다니면서 틈틈이 스턴트맨 생활을 한다. 달래는 배우가 소망. 그런데 오디션만 보면 심장박동이 뛰어 번번이 떨어지고 만다.

지환과 달래의 사소한 일상을 통해 두 사람이 얼마나 오래된 사이임을 알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환에게 뜻밖의 사고가 일어난다. 이를 통해 그저 친구인 줄만 알았던 두 사람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센 웃음은 없다. 맑고 건강한 청춘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권상우와 김하늘은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눈빛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던 전작 "야수"에서와는 다른 편안한 연기가 권상우에게서 흘러나온다. 온몸을 던져 스턴트맨을 대역 없이 거의 연기해낸 권상우의 욕심은 칭찬할 만하다.

김하늘은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온 상대 배우마다 칭찬했듯 파트너를 편하게 이끄는 재주를 지녔음이 틀림없다. 자신 스스로의 진한 코믹 연기는 없지만, 권상우의 코믹 연기를 받쳐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한편 멜로의 감성을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어린 지환과 달래로 나오는 아역 스타 박지빈과 정민아의 관록(?) 있는 연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영화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극단적인 캐릭터가 없어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어쩌겠는가. 감독이 세상을 보는 눈이 이럴진대. 두 배우의 말대로 "웃다가 울고 나오는" 영화이니 알고 보자.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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