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꿈과 사랑의 판타지, 나나
상태바
영화 - 꿈과 사랑의 판타지, 나나
  • 윤종원
  • 승인 2006.03.15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이도 같고 이름도 같지만 외모부터 행동까지 모든 것이 반대인 두 소녀가 도쿄로 향하는 열차에 나란히 앉으며 우연히 만난다.

크고 투박한 반지를 한 손가락에만 4개나 낀 오사키 나나(나카시마 미카), 긴머리에 조그만 하트 모양의 핀을 애교스레 꽂은 고마쓰 나나(미야자키 아오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둘은 도쿄에 집을 구하던 중 우연히 다시 만나 동거를 시작한다.

사랑보다는 꿈을 좇고 외모나 목소리, 행동이 여자보단 남자에 가까운 오사키 나나(이하 나나)는 사랑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고마쓰 나나를 "사랑스럽지만 손이 많이 가는 강아지 같다"며 하치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영화 "나나"의 초반부에서 나나는 남자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일어서는 강한 여자로, 하치는 남자친구만이 인생의 전부인 의존적 여성으로 묘사된다.

나나는 실연의 슬픔에 빠진 하치를 남자친구처럼, 보호자처럼 보살피고 위로한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로 넘어가면서부터는 하치가 나나의 버팀목이 돼 준다. 깊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지만 음악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를 포기한 나나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사랑의 큐피드 역할까지 맡는다.

매우 드라마틱하다거나 반전의 충격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상영시간 114분 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은 같은 제목의 인기 순정만화를 각색해 플롯이 안정적인 데다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듯 배경음악이 적절히 쓰였기 때문이다.

음악가가 되고자 하는 꿈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 나나의 아픔은 O.S.T "엔들리스 스토리(Endless Story)"와 함께 펼쳐지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음악과 완벽히 조화된 이 장면은 조용히 끓다 한순간 넘쳐 버리는 우유처럼 잔잔하지만 뜨거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나나가 밴드를 재정비해 부른 "글래머러스 스카이(Glamorous Sky)"는 일본의 인기 록밴드 라르크 앙 시엘의 멤버 하이도가 작곡한 노래로 일본 오리콘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효신의 "눈의 꽃"의 원곡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톱가수 나카시마 미카가 주연을 맡아 직접 노래한 것도 영화의 완성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하치의 테마"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O.S.T "차일드후드 앤드 맨후드(Childhood and Manhood)"의 도입부를 그대로 옮긴 듯한 멜로디와 악기 편성으로 "옥에 티"로 남았다.

"시네마천국"의 어린 토토의 순진무구함을 하치의 그것으로 전이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창성 결여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 온통 눈으로 덮인 나나의 고향 기타미나토는 감독오타니 겐타로의 의도대로 판타지를 발산하며 관객을 매료시킨다.

나나의 사랑과 이별은 세상과는 동떨어진 이 하얗고 순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했기에 관객의 마음을 더 아리게 한다.

원작 만화는 3천200만 부의 기록적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영화도 일본은 물론 홍콩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무리 없는 전개에 적절히 배합된 판타지와 음악은 국내 영화 팬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