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수준은 제1세계 가격수준은 제3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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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수준은 제1세계 가격수준은 제3 세계
  • 윤종원
  • 승인 2004.10.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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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하워드 슈탑(53)씨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장 상태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3개월 전에 알았다. 그래서 20만 달러를 들여 수술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의료보험이 없이 목수 생활을 하는 그에게 이런 돈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슈탑 씨는 인도를 생각했다. 그는 지난달 7천500마일을 날아 인도 수도에 와서 에스코츠 심장연구원 겸 연구센터에서 심장 판막을 돼지에서 추출한 판막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왕복 항공료와 타지 마할 관광료까지 포함해 비용은 모두 1만 달러였다.

21일자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이처럼 슈탑 씨는 점점 늘어나는 "의료 관광객" 가운데 한사람이다. 이들은 제3 세계의 가격으로 제1 세계의 치료를 찾아 인도를 찾아온 사람들이다. 작년만해도 약 15만 명이 치료를 목적으로 인도를 찾았고 그 수는 매년 15% 가량 증가한다고 인도산업연합회의 의료 전문가 자카리아 아흐메드 씨는 밝혔다.

인도의 고급 민간 병원은 이런 추세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해 외국인을 위한 상품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공항 접견, 인터넷을 갖춘 방 제공, 옛 회교 군주의 궁전에서 며칠 간 보내기 등이다. 일부 병원은 기본 의료 치료에다 요가나 기타 인도 전통 치료를 가미한 상품도 내놓았다.

이런 현상은 인도가 세계 경제의 통합화 과정인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얼마나 이득을 보는 지를 나타내는 사례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보험,금융 분야에서 일어났다. 맥킨지 자문회사는 2012년까지 인도가 의료 관광객에게서 벌어들이는 돈은 매년 22억 달러로 추계했다.

프랏하프 C. 레디 의사는 "우리가 이 일을 잘 하면 세계를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6천400 병상 규모의 체인 병원인 아폴로 병원을 창립했다. 아폴로 병원은 해안도시 첸나이에 본부를 두고 있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하나다.

인도를 찾는 추세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인도에서 치료를 받는 이들은 대개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개발도상국가에서 온다. 이런 나라에서는 최고 수준의 병원과 의료진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 오는 환자들은 아직 드물다. 그 이유는 거리가 먼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인도가 가난과 불량한 위생 상태로 낙인이 찍혀 있어 상당수 환자가 아직은 오기를 꺼리는 탓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인도의 의료 체계는 모범이 될 수 없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의사는 1만명 당 4명이다. 반면 미국은 27명이다. 또 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5.1%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14%에 이르렀다.

그러나 인도는 "아주 우수한 민간 병원"을 제공한다. 이런 병원의 의료 수준은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 병원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다고 에스코츠 병원을 경영하며 이번에 슈탑 씨를 수술한 심장전문의 나레쉬 트레한(58) 씨는 말했다.

트레한 의사는 일례를 들었다. 인도에서 심장혈관 우회 수술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은 0.8%인 반면 이번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수술을 받은 뉴욕-장로교회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는 2.35%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미국의 수치는 뉴욕주 보건부가 내놓은 2002 보고서에서 나왔다.

에스코츠는 전세계에서 로봇을 수술에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병원 중의 하나다. 로봇은 칼로 벤 작은 곳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 원격 조종된다. 트레한 의사는 "우리 외과의사 기술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트레한 의사는 에스코츠를 설립하기 위해 1988년 인도로 오기전에 연봉 약 200만 달러를 받는, 뉴욕대 의대 조교수였다.

인도의 이런 병원들이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해도 에스코츠같은 병원의 의료수가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싸다. 수가 수준은 낮고 환자는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MRI(자기공명 영상촬영장치)로 촬영을 할 경우 에스코츠에서는 60달러, 뉴욕에서는 700 달러가 각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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