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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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윤종원
  • 승인 2004.10.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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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크린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29일 개봉 하는 로맨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존재감은 올 가을 극장가에서 홍수를 이루는 "최루성 멜로 영화" 사이에서 꽤나 커 보인다.

"이래도 안 울래?"라는 식으로 강요하는 영화 사이에서 영화는 "쿨"하면서도 슬픈, 달콤쌉싸름한 뒷맛을 남겨준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장애인인 여주인공의 캐릭터. 자신을 "조제"(소설 "슬픔이여 안녕"의 주인공)라고 부르는 구미코(이케와키 치즈루)는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는 장애인이지만 지나치게 밝거나 반대로 악다구니로 똘똘 뭉쳐있는 장애인 캐릭터의 전형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조제가 느끼는 "장애"는 좀 더 현실적인 편. 장애의 고통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아픔이 드러나는 방식은 당찬 모습을 통해서다. 엄마 없이 자란 친구에게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라며 다그치거나 자신의 애인을 빼앗아갔다고 "뺨"을 때리는 여자에게 뺨을 대라며 손을 올리는 등의 모습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장애"를 더이상 "장애"로 느끼지 않게 하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구미코와 남자주인공 쓰네오(쓰마부키 사토시)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도 잔잔하게 절제가 돼 있지만 가슴을 시리게 하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처음의 설렘과 사랑을 나눌 때의 행복감, 이별의 아픔까지 카메라는 계속 차분함을 유지하지만 관객의 마음은 요동 칠 수밖에 없다.

대학생 쓰네오는 어느날 이른 아침 한 노파의 비명소리와 함께 언덕길에서 달려 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친다. 이 낡은 유모차에 들어 있던 사람은 어린애가 아닌 다큰 소녀 구미코.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마약 운반용 유모차다" 혹은 "할머니가 죽은 아이를 태우고 돌아다니는 것"이라는 식의 흉흉한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은 다리가 불편한 소녀를 할머니가 산책시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조제"라고 부르는 구미코의 유일한 취미는 여기저기서 주워온 책을 읽는 것. 특기는 한번 먹어본 사람이면 다시 먹고싶게 만드는 음식 솜씨다. 서로 친구가 된 뒤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 쓰네오가 부담스러운 구미코의 통보로 두 사람은 잠시 헤어져 있기도 하지만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둘 사이의 사랑의 끈을 다시 이어준다.

영화 속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후반부 두 남녀가 "물고기들"을 만나는 장면. 사랑이 절정을 이루는 순간, 국도변의 러브호텔을 찾은 이들의 주변에는 물고기떼들이 맴돌고 있다.

감독은 국내에도 개봉한 "환생"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 이누도 잇신. 영화는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소개돼 당시 관객 사이에 "요란스러운"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남자 주인공 쓰마부키 사토시는 "워터 보이즈"에 출연했던 떠오르는 "꽃미남"스타.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바 있는 여주인공 이케와키 치즈루는 이 영화로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배우다.

"일본 영화는 역시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상영시간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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