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감 백신 품귀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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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독감 백신 품귀 소동
  • 윤종원
  • 승인 2004.10.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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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종환자 장사진 속 노인 1명 탈진,사망

79세 할머니가 독감 백신을 맞으려고 5시간 이상 바깥에서 줄을 서 기다리다 쓰러져 숨지는 등 올 겨울을 앞두고 발생한 독감 백신 품귀 현상으로 미국 곳곳에서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의 백신 공급선인 영국의 카이론사가 제품의 오염으로 올 겨울 미국내 소요량의 절반에 해당되는 5천만명 분의 백신을 공급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백신의 도매가가 원래가격의 4∼10배로 치솟는가 하면, 병원마다 백신을 맞으려는 환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15일 의사나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 노약자나 만성질병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에게 백신을 주사하면 벌금을 물리거나 징역형을 부과한다는 방침까지 선언했다.

캘리포니아주 라피엣의 79세 여성 메리 프랭클린은 지난 13일 남편과 함께 독감백신을 맞기 위해 한 슈퍼마켓 밖에서 다른 수백명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긴 지 하루만에 숨졌다.

슈퍼마켓 측은 종업원들이 의자와 간식, 물 등을 제공했다고 말했지만 딸인 지니 풀로스는 "어머니는 앉을 곳도, 그늘도 없는 곳에서 꼬박 선 채로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이처럼 백신을 맞으려고 슈퍼마켓이나 교회, 병원 앞에서 장시간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라피엣 인근 콩코드에서도 76세와 83세 할머니 두 명이 14일 백신 주사를 맞으러 기다리다가 탈진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경찰이 전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백신 접종장소인 슈퍼마켓 앞에서 전날 밤 10시부터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기다려 이튿날 아침 슈퍼마켓 직원들이 선착순 250명에 한해 번호표를 나눠주는 모습이 매일 연출되고 있다.

품귀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시간주와 워싱턴 D.C, 매사추세츠주 보건당국은 15일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낮은 건강한 사람에게 백신을 주사하면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200만명 분의 백신만 확보한 상태인 미시간주의 경우 노인과 생후 6-23개월 어린이, 만성질환자, 임신부, 의료 관련 종사자 등 약 340만명에게 백신 우선권을 주고 있다. 미시간주는 이 방침을 어긴 의료진에 대해 최고 징역 6월, 벌금 200달러를 물릴 계획이다.

오리건주와 뉴멕시코주는 우선 순위가 떨어지는 사람에게 백신을 부과하는 의료진을 형사 처벌하지는 않고 과태료만 부가한다는 방침이지만 의료업 면허 정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독감 백신 품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일정 분량의 백신을 미리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모든 사람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가 내년에는 몇 명에게 백신을 접종할 것인가이다. 그만큼을 사놓자"고 촉구했다.

토미 톰슨 보건장관도 지난 14일 언론에 "독감 퇴치를 위한 `바이오쉴드(Bioshield)""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정부에서 국내는 물론 캐나다의 ID바이오메디컬 사 등 외국 제약업체와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쉴드"는 원래 정부가 구매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제약업체에 탄저병 등 생물무기의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말이다.

톰슨 장관은 그러나 캐나다나 다른 외국 제약업체가 만든 백신을 올 겨울에 당장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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