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쏠림, 규제 앞서 원인 종합 분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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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쏠림, 규제 앞서 원인 종합 분석 필요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9.12.0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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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바이오경제포럼 주최 ‘한국의료 진단 및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
이성순 병협 의무이사 “환자의 선택을 문제로 단정해서는 안돼” 지적

환자의 의료기관 및 의사 선택을 불합리한 의료이용으로 전제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원인분석을 토대로 대안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를 모두 문제로 간주하고 인위적으로 정책을 동원해 규제해서는 안 되며, 국민의 의료 이용행태나 문화, 인식수준의 변화를 파악해 모든 의료기관 종별이 수긍할 수 있는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

이성순 대한병원협회 의무이사(인제대 일산백병원장)는 국회바이오경제포럼이 12월6일(금) 오후 1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한 제47회 국회바이오경제포럼 ‘한국의료 진단 및 발전방향 모색 국회정책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나와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이 의무이사는 이날 “대형병원 환자쏠림은 보는 시각에 따라 정부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 환자분들의 체감이 각기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렸기 때문에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상에 대한 원인분석은 도외시한 채 환자들의 의료이용 행태를 모두 문제로 전제하고 인위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성순 의무이사는 이어 “만약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렸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병·의원 질 향상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은 어떤지 등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경증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쏠림이 의료전달체계에 큰 왜곡을 초래했다고 할만큼 심각한 문제인지, 만약 그렇다면 다른 종별인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 등에 대한 환자의 특성이나 질병군 분석 등도 종합적으로 함께 이뤄진 후에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종별로의 일방적인 환자쏠림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과 의사 선택을 모두 불합리한 의료이용으로 전제하고 진료를 제공하는 상급종합병원이나 환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성순 의무이사는 “의료쇼핑이나 부적절한 의료이용을 하는 소수의 환자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시대의 흐름과 세계적 추세에 따라 더 좋은 의료서비스, 선진 의료기술의 도입, 외국연수나 특정 세부질환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해 의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책들은 모두 상급종합병원의 책임과 행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현 상황은 상급종합병원 만의 문제라기보다 각 의료기관 종별로 기관 수가 계속 증가하고, 병상이 확대되거나 경쟁이 심화되기 쉬운 제도적 한계에 따른 결과라는 점도 간과돼선 안 된다고 이 의무이사는 지적했다.

실제로 2013년 대비 2019년 현재 의원 10.7%, 한의원 12.2%, 치과의원 11.0%, 치과병원 14.3%, 한방병원 30.9%로 기관 수가 10%p 이상 늘어났지만 병원급은 상급종합병원 –2.4%, 종합병원 9.6%, 병원 1.0%로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낮았다.

따라서 환자쏠림은 하나의 ‘현상’이므로 그 원인과 해결책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특정 종별에 치우친 문제 인식과 페널티를 중심으로 한 정책방향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성순 의무이사는 이날 토론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외래 경증환자를 진료했을 때 종별가산율을 배제하는 것은 병원이나 의원으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므로 수용할 수 없다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보전방안이 제시, 논의돼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하는 것은 환자의 거부감이나 막연한 두려움,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의뢰·회송에서 병원급 의료기관 간 의뢰도 인정하고 병원급-의원급 간 의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상급종합병원 예외경로 재검토는 수련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규제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가칭)지역우수병원 지정기준 마련에 병원계의 참여가 허용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성순 의무이사는 이와 함께 환자안전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는 적정 의료인력 추계와 수급정책의 경우 직능단체와 개별 의료기관 간 체감에 차이가 커 지방병원의 의사·간호사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의료인 배출규모에 대한 정책결정과 의료인 근무여건 개선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 과정에 의료계를 참여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서 국회바이오경제포럼 공동대표인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 서울송파갑)은 인사말을 통해 “보장성 강화 이후 환자의 의료이용 현황을 통해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과 중소병원의 폐업위기 현황을 파악하고 외국의 의료전달체계를 국내와 비교·분석,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문재인 정부는 별다른 대책없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보장성 강화정책 강행으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문제와 대형병원 쏠림현상 가속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어 지금이라도 문재인케어로 한국의료가 직면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외 선진사례 등을 검토해 개선점과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제세 공동대표(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청주서원)은 “박인숙 의원께서 대형병원 쏠림 현상 해법과 환자 안전 문제 발전방향 모색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은 “문케어에서 국민 부담은 낮아졌지만 보장성을 확대하면 그만큼 재정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의료의 고급기술이 세계시장을 충분히 석권할 수 있지만 국내에 얽혀있는 문제들이 많은데 오늘 이 자리에서 충분히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문케어 이후 급속도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의료비 경감 시도는 좋지만 속도에 문제가 있어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로 의료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오늘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절반 이상 지난 가운데 문케어에 대한 진단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의협이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의료 정상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문케어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와 바람직한 방향 모색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위원장도 토론장에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의무이사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의 문제점’ △박현미 고대 안암병원 교수의 ‘영국의 환자 안전’ 발제가 진행됐다.

이어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을 좌장으로 △조정호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부회장 △이성순 대한병원협회 의무이사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원식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조정호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부회장은 이날 토론에서 “문케어를 통한 보장성 강화는 좋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부터 했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며 “의료계와 협의를 거치기보다는 유권자들의 표를 많이 얻는 방향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보험부회장은 이어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환자나 의료기관 종별로 일정부분 불편이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의료비를 줄이면서 효과적인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형병원 쏠림이 결국 환자안전과 연결된다”며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이 나쁘다는 인식을 많이 갖고 있지만 쏠림의 원인은 환자의 선호에 있다”고 잘라 말했다.

장 교수는 경증질환이나 만성질환자들이 접근성이 좋은 중소병원이나 의원에 가지 않는 것은 대형병원이 더 안전하고 기술이 좋을 것 같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박리다매에 기초하고 있으며 큰 병원은 더 큰 인프라와 좋은 인력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며 “문케어도 비급여의 가격을 낮추고 행위 빈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가격을 맞추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갖춘 큰 의료기관이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으며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 인식의 기초는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현상을 강제로 규제하거나 현상만 개선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병원보다 경쟁력을 갖춘 피부미용, 성형, 산부인과, 난임시술 의원도 있는데 이들은 박리다매 구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비급여를 갖고 있어서 특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성인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으로는 환자쏠림 현상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원식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Filtering Effect라 볼 수 있다”며 “재정안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억제는 상대적으로 급성질환에 대한 불이익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은 이어 “비급여 해결을 위해서는 영리법인병원을 허용해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외국의 영리법인병원처럼 규제를 허용해야 할 것이며, 상급종합병원보다 더 좋은 병원을 허용하면 환자들은 다 그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보장성강화 대책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환자쏠림 현상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며 “정부가 그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개선책도 내놓고 협의체도 운영해 왔지만 성과가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지난 9월 단기대책을 내놓고 TF를 통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 중이며 향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경실 과장은 또 비급여의 급여화로 MRI 진단이 증가한다는 부분은 대형병원 쏠림과 별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MRI 검사량이 증가하는 것은 이제까지 너무 비싼 비급여여서 미충족 의료가 표출되고 있는 것인지, 과잉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와 검증이 필요하며, 과잉이라면 기준이나 중복에 대한 모니터링과 제도개선이 따라야 하나 미충족 의료라면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통계를 볼 때 MRI 진료량이 급증하는 곳은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 병원급이나 의원급이라고 정 과장은 덧붙였다.

정 과장은 또 상종에 페널티성으로 비칠 수 있는 정책이 많이 나왔지만 이는 상종이 중증환자를 잘 볼 수 있도록 경증환자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으로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문제는 국민들이 의원급을 믿을만한 곳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해결될 것이지만 홍보 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정 과장은 말했다.

또 ‘중증종합병원’이란 명칭도 질적인 측면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정경실 과장은 “중장기대책을 만들면서 초점으로 삼는 것은 의료기관 간의 역할분담”이라며 “지금까지는 역할을 규모 중심으로 했는데, 앞으로는 기능 중심으로 수가체계를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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