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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문장이 내게로 왔다
2019년 12월 04일 (수) 09:28:04 박해성 기자 phs@kha.or.kr
   
 
초겨울이 시작될 즈음 두툼한 인문학 서적 한 권이 우리 곁에 왔다. 고전의 향기에 취한 저자가 나직이 들려주는 인생이야기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간혹 뒤돌아봐도 좋다고 조언한다.

사람은 누구나 시들한 인생의 시기를 맞게 된다. 이때 누군가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 누군가는 음주 가무로 시름을 달래며 또 누군가는 나 홀로 길을 걷기도 한다.

저자인 이병구 의약뉴스 발행인은 고전 읽기를 통해 그런 인생에 작은 위안을 얻고 있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좋은 문장을 만나면 청춘처럼 가슴 한구석에 희망이 솟아난다. 그런 순간을 독자와 함께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창시절 한 번쯤 들어 봤을 제목이나 작가 이름, 그리고 대충 알고 있는 내용의 책을 정독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그 어떤 순간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이러이러한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책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활력과 의미를 발견했다는 것. 특히 지천명을 지나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얻은 고전 읽기의 재미는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한다. 새로운 인생의 순례길에 마땅히 들고 동참해야 한다는 것.

100여 편에 이르는 동서양 고전을 의미나 개연성이 비슷한 것끼리 두 개를 하나로 묶어 이해도를 높인 것은 이 책의 특징이다. 예를 들면 자유 대 자유에서는 ‘돈키호테’와 ‘그리스인 조르바’를, 저항 대 저항에서는 ‘1984’와 ‘뻐꾸기 둥지 위에 날아간 새’를, 역사 대 역사에서는 ‘열하일기’와 ‘임꺽정’을, 광기 대 광기에서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롤리타’를 엮었다.

이런 식으로 ‘천로역정’ 대 ‘권력과 영광’, ‘논어’ 대 ‘도덕경’, ‘적과 흑’ 대 ‘고리오 영감’, ‘폭풍의 언덕’ 대 ‘안네 카레리나’, ‘분노의 포도’ 대 ‘인형의 집’, ‘달과 6펜스’ 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오이디푸스 왕’ 대 ‘백 년의 고독’, ‘신곡’ 대 ‘유토피아’, ‘날개’ 대 ‘광장’ 등을 새롭게 해석했다.

또 새로운 고전이 시작될 때마다 삽화를 집어넣어 지루함을 달랜 것은 다른 고전 읽기와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분별 있는 젊은 시절을 보내지 못해 우아하게 늙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잠자리에 들 때 내일 먹을 커피를 생각하면서 행복 했듯이 내일 읽을 책의 다음 장면을 상상하는 행복감을 맛보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의약뉴스 발행인으로 재직 중이며 ‘발굴, 한국의 희귀질환’,‘당신이 몰랐던 영화가 내게로 왔다’ 등을 쓴 바 있다.

<책과나무·616쪽·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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