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시들한 인생의 시기를 맞게 된다. 이때 누군가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 누군가는 음주 가무로 시름을 달래며 또 누군가는 나 홀로 길을 걷기도 한다.
저자인 이병구 의약뉴스 발행인은 고전 읽기를 통해 그런 인생에 작은 위안을 얻고 있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좋은 문장을 만나면 청춘처럼 가슴 한구석에 희망이 솟아난다. 그런 순간을 독자와 함께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강조하고 있다.학창시절 한 번쯤 들어 봤을 제목이나 작가 이름, 그리고 대충 알고 있는 내용의 책을 정독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그 어떤 순간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이러이러한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책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활력과 의미를 발견했다는 것. 특히 지천명을 지나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얻은 고전 읽기의 재미는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한다. 새로운 인생의 순례길에 마땅히 들고 동참해야 한다는 것.100여 편에 이르는 동서양 고전을 의미나 개연성이 비슷한 것끼리 두 개를 하나로 묶어 이해도를 높인 것은 이 책의 특징이다. 예를 들면 자유 대 자유에서는 ‘돈키호테’와 ‘그리스인 조르바’를, 저항 대 저항에서는 ‘1984’와 ‘뻐꾸기 둥지 위에 날아간 새’를, 역사 대 역사에서는 ‘열하일기’와 ‘임꺽정’을, 광기 대 광기에서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롤리타’를 엮었다.
이런 식으로 ‘천로역정’ 대 ‘권력과 영광’, ‘논어’ 대 ‘도덕경’, ‘적과 흑’ 대 ‘고리오 영감’, ‘폭풍의 언덕’ 대 ‘안네 카레리나’, ‘분노의 포도’ 대 ‘인형의 집’, ‘달과 6펜스’ 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오이디푸스 왕’ 대 ‘백 년의 고독’, ‘신곡’ 대 ‘유토피아’, ‘날개’ 대 ‘광장’ 등을 새롭게 해석했다.또 새로운 고전이 시작될 때마다 삽화를 집어넣어 지루함을 달랜 것은 다른 고전 읽기와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분별 있는 젊은 시절을 보내지 못해 우아하게 늙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잠자리에 들 때 내일 먹을 커피를 생각하면서 행복 했듯이 내일 읽을 책의 다음 장면을 상상하는 행복감을 맛보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의약뉴스 발행인으로 재직 중이며 ‘발굴, 한국의 희귀질환’,‘당신이 몰랐던 영화가 내게로 왔다’ 등을 쓴 바 있다.
<책과나무·616쪽·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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