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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병원경영과 원가<6>
진료과가 발전해야 병원이 발전한다
2019년 12월 02일 (월) 09:46:23 오민호 기자 omh@kha.or.kr

진료과가 발전해야 병원이 발전한다.

1년 이상 진행된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고 내일이면 신축 개원을 한다. 김갈렙 병원장은 감개가 무량하다. 신축 병원에 걸맞게 “지역내 가장 신뢰받는 병원”을 표방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질 높은 의료 제공, 차별적 고객경험 전달을 주요 전략방향으로 제시했다.

의사들은 새 병원에 대한 기대가 충만하다. 넓고 쾌적한 진료실, 증가된 병상, 첨단 의료장비, 효율적인 동선… 얼마나 원했던 진료환경인가? 김갈렙 병원장도 기대가 크다. 그런데 우려 가득한 기대다. ‘환자가 늘어 증가된 병상을 잘 채울 수 있겠지?’, ‘고가장비를 많이 활용해야 할 텐데…’, ‘서비스도 향상될 거야’.

리모델링이라는 하드웨어 개선에 걸 맞는 소프트웨어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사와 직원들이 달라진 병원 환경을 이해하고 변화 필요성을 공감해야 한다. 부서와 직종간 소통을 잘 해서 협업 분위기를 높이고, 경영 역량을 키우고 성과를 창출할 방법이 없을까?

김갈렙 병원장은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목표관리라는 방법을 소개받았다. 목표관리는 목표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Objectives, ‘MBO’)를 줄여 쓴 표현으로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에 의해 제안된 경영기법이다. 핵심은, 경영자(관리자)와 직원 상호 협의를 통해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 가는 것이다.

김갈렙 병원장은 목표관리를 중심으로 진료과별 발전 전략을 수립해 보라고 지시했다. 기획조정실장은 ‘진료과’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두 가지 방향을 설정했다.

첫째는 객관적 자료로 진료과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고도로 과학적이고 전문 업무를 수행하는 병원에서는 감에 의한 막연한 개선보다는 객관적 자료에 의한 개선에 공감한다. 사실에 기초한 자료를 제시해야 의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고, 대안을 찾기 용이할 것이다.

둘째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도록 한다. 진료과의 문제는 전문의, 전공의, 외래간호사 병동간호사, 검사실 기사, 수술간호사, 공급실, 물류팀, 적정진료실 등 다양한 직종 간의 복잡한 업무과정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한다. 직종별 전문 인력은 고유의 전문적 시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 집단적 문제해결역량(Collective intelligence)을 발휘할 경우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획조정실은 진료과에 목표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비용 일체를 지원하겠다고 홍보를 했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곧 여러 진료과에서 신청을 해 왔다. 특성화를 하려는 과, 규모를 좀 키워보겠다는 과, 성과급 불이익을 해소해 보려는 과,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재활의학과 과장이 먼저 진행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재활의학과는 작년에 월평균 2억원의 수익에 손익률이 -47%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있었다. 진료과 목표관리 프로그램은 크게 진단, 워크숍, 모니터링, 평가 단계로 구분된다. 원가정보는 진단 단계에서 분석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원가시스템은 수익과 비용뿐만 아니라, 진료과의 제반 진료통계 자료를 담고 있다.

진단은 진료과의 운영상황에 대한 문제영역을 포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비교분석 대상 병원의 선택, 분석지표와 분석방법 결정, 자료수집 및 분석, 분석결과 해석의 순서로 진행된다. 다른 병원과의 손익 비교 를 통해, 전문의수가 비슷한데 수익 규모가 크고, 이익을 내고 있는 A병원의 재활의학과를 비교병원으로 삼아 벤치마킹을 하기로 했다.

본원 재활의학과는 A병원에 비해 전문의당 수익이 75% 수준으로 적으나, 원가는 120% 정도 높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로 분석됐다.

재활의학과장의 의문. “본원은 다양한 치료를 시행하면서 치료인력당 수익이 다른 병원에 비해 높은 편인데 왜 적자가 나지?”

환자당 수익은 괜찮은데 전문의당 외래환자수가 적은 것이 원인이었고, 이는 전문의당 외래 진료세션을 적게 열기 때문이었다. 재활의학과는 재활치료실이라는 공간과 장비, 재활치료사 인력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고정자원이 다른 진료과보다 많아 환자가 적을 경우 고정비 부담이 크다. 외래의 경우 수익이 자체 및 시행 원가를 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래세션을 늘리고, 신환(처음 방문한 환자)유치를 위한 슬롯(slot, 진료예약단위)을 별도로 확보하여 세션당 환자 증가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활의학과 목표관리 워크숍]
워크숍은 전문의, 전공의, 외래간호사, 재활치료사, 병동간호사, 적정진료실, 홍보팀, 기획팀 등 다양한 인력이 참석했다. 워크숍에서는 재무성과 분석을 포함, 내외부 환경분석 결과로 재활의학과의 현황 이해를 넓힌 다음, 구성원들이 만들고 싶은 재활의학과의 5년 후 비전을 수렴했다. 그리고 주요 전략방향을 도출했다.

처음에는 의사들 외에는 별로 발언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분위기가 무르 익으면 소극적으로 관망하던 간호사, 치료사들이 그들의 직접 느낀 현장의 경험과 지식을 전하기 시작한다. 때로는 건의로, 때로는 비판으로, 때로는 불만으로…

비전은 ‘다시 오고 싶은 재활전문병원’, 전략방향은 ‘고객중심 서비스 제공’과 ‘환자수 확대’로 잡았다.

다음으로 세부 전략과 주요 성과, 실행과제를 논의했다. 웍크숍 결과가 나왔다.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토의한 결과다.

 

 

 
 

실행과제는 담당자별로 할당하고, 향후 일정을 수립해서 다음주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다음은 웍크숍이 끝난 후 사람들의 반응이다.

“병원에서 돈 벌라고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우리 과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니 정리가 많이 됩니다.” “앞으로 할 숙제가 너무 많아요.”, “병원 근무 20년 동안 의사들과 한자리에서 이런 논의한 적은 처음입니다.”

그간 병원의 전략은 병원 신축 또는 병상 확충의 규모 경쟁, 전문센터 건립 등의 전문화 경쟁 등 주로 병원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병원차원의 전략(Corporate strategy) 위주였다. 그러나 병원전략만으로는 개별 진료과가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병원의 성과는 결국 개별사업(진료과)에서 창출될 텐데, 실제로 진료과에서 추진할 전략은 드물다. 전략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진료과의 역량(사업경영자로서 진료과장의 역량 등)이 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진료과 전략(Business strategy)이 병원 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진료과 목표관리는 그 실행을 돕는 강력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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