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병원경영과 원가<5>
상태바
[기획]병원경영과 원가<5>
  • 병원신문
  • 승인 2019.11.18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의 성과보상. 과학인가, 예술인가?

병원 경영은 어렵다. 그중 가장 어려운 일은 의사를 동기부여하는 일이다. 의사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진료과가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진료 과정의 노력과 결과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다.

많은 병원이 전문의 성과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수단에 비해 단기간에 시행할 수 있고, 효과도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운영하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별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평가방법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다.” “내 평가결과가 왜 ‘D’인가?” “성과급 받으려면 뭘 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 “이번 달 열심히 했는데 왜 성과급에 변화가 없나?” “우리 과는 아무리 해도 안된다.” “이런들 저런들 상관없다. 알아서 해라.”

김갈렙병원장은 성과보상제도를 개편하고 싶다. 여태껏 의료수익과 환자수로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의사별 원가정보가 확보된 터, 그들이 진료 과정에서 사용한 공간과 장비, 함께 일한 인력 등 모든 자원이 다 투입이 된 손익자료로 평가하면 보다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진료과 간담회와 병원 리모델링 과정에서 원가정보 사용 관행을 정착시킨 기획조정실이 새로운 성과보상제도도 잘 만들겠지?

기조실장은 성과보상제도 설계를 위해 여러 진료과 의사가 참여하는 성과보상위원회를 가동했다. 위원회에서는 아래의 내용들을 검토하고 결정했다.

1. 성과보상 재원을 병원 이익과 연동한다. 즉, 병원이 이익이 증가하면 지불여력이 커지기 때문에 재원을 증액하고, 이익이 감소하면 재원을 감액한다. 이를 통해 성과보상은 병원 성과 향상을 위한 목적임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2. 환경이 유사한 진료과를 묶어서 평가군을 형성한다. 진료 규모, 수술 여부, 외래와 입원 비중, 처방과 시행 비중 등 여러 변수로 진료과를 평가군으로 구분하여 묶는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환경으로 인한 성과의 영향을 줄이고, 평가군별로 평가방법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외과계 진료과는 수술지표를 사용할 수가 있다.
3. 병원의 성과 유형을 진료, 고객, 재무, 정책의 영역으로 정의한다.
 진료성과: 외래환자, 입원환자, 평균재원일수, 수술, 협진 등 진료량 중심의 성과
 고객성과: 고객만족, 진료시간준수, 퇴원예고 등 고객만족 성과
 재무성과: 의료수익, 의료이익 등 재무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성과
 정책성과: 중증질환진료, 신환유치, 다학제진료 등 전략방향에 따른 성과
4. 포괄적인 성과로 이익을 반영한다. 이익은 수익(Revenue)에서,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 등 비용(Cost)을 뺀 것으로, 환자진료 노력과 자원 소모량을 고루 반영하고 있어서 가장 포괄적인 지표라고 볼 수 있다.
5. 새로운 성과보상제도가 이해 가능하도록 의사들에게 알려 주고, 그들의 피드백을 충분히 받아 수용성을 높인다.

새로운 제도에 대해 의사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변화 방향이 긍정적이라는평가가 많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꽤 있었다.

특히 적자를 보는 의사는 손익지표 사용에 불만을 나타내고, 원가계산 결과를 수긍하지 못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진료과에서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재료비(공헌손익)과 외래진료실이나 과내검사실 원가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지만(직접손익), 내가 낸 처방을 시행한 영역의 손익(시행손익)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었다. 예를 들면, 영상의학과나 진단검사의학과처럼 이익이 많이 나는 시행부문을 내 손익에 포함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병동의 적자를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여겼다.

이러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성과보상위원회는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을 추가했다.
6. 진료과에서 통제가능한 성과 중심으로 평가한다. 특히 손익으로 평가할 경우, 타 진료영역의 비효율이 전가되지 않도록 평가하고, 진료량이 늘어날수록 이익이 증가하도록 평가용 이익을 별도로 산정한다.

아래 그림은 책임범위와 통제가능성을 기준으로 여러 관점의 손익을 제시하고 있다.

수익으로만 평가하면 재료 낭비에 대한 책임성이 누락되므로 공헌손익이 더 나은 대안이 된다. 공헌손익으로 평가하면 직접부문(외래진료실, 과내검사실)의 원가 책임성이 간과되기 때문에 직접손익이 더 나은 대안이 된다. 직접손익으로 평가하면 오더를 시행한 부문(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동 등)의 원가에 대한 책임성이 회피되는 문제가 있어 시행손익이 더 나은 대안이 된다. 마지막은 순이익인데, 지원부문의 원가는 통제할 수가 없으므로 평가시에는 순이익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시행손익으로 평가할 경우 해당 시행영역이 이익을 주는 지, 아니면 손실을 일으키는 지를 검토하여 손실이 전가되지 않도록 이익을 재산정해야 한다. 만약, 병동이 적자이고 내 평가결과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어느 의사가 입원을 시키겠는가? 평가용 원가는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한 계산 원칙임을 명심해야 한다.

의사 평가에서 새로운 지표로 손익을 사용하게 되자 변화가 생겼다. 비용 관리에 신경을 쓰고 진료량 증대에 관심이 높아 졌다. 병원에서 흔치 않게 발생하는 처방입력(환자에 대해 처방하고 진료한 내역을 제대로 입력하는 행위) 누락을 방지하려고 애쓴다. 비용부담 때문에 장비구매 요구가 많이 줄었다(성과보상제도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대기시간을 단축시키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진료시스템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전문의 성과보상제도를 왜 하는가? 첫번째는 병원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병원 업무에 가장 파급이 큰 역할을 하는 집단이 의사이므로 성과보상을 통해 병원 성과를 견인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의사를 동기부여시켜 근로의욕을 높이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상하지 않으면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을 보상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의사가 창출하는 모든 성과를 측정할 수는 없다. 병원에 가장 중요한 성과 중심으로 고안하는 것이 최선이다. 성과보상은 이런 측면에서 과학이 아닌 예술이다. 경영의 모든 것이라고 하는 ‘인사관리’의 중요한 축, 그래서 성과보상을 잘 하는 경영자에게는 예술가의 기운이 느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