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병원경영과 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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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병원경영과 원가
  • 병원신문
  • 승인 2019.11.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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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정성출 갈렙ABC 컨설팅부문 대표
정성출 갈렙ABC 컨설팅부문 대표

병원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갈렙병원. 낡은 이미지를 벗고,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첨단 의료장비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우리 모두가 기대해 왔다.

그러나, 내년 11월 확장 개원을 앞둔 김갈렙병원장은 걱정이 많다. 각 진료과에서 요구가 빗발친다. 좁은 진료실 공간을 넓히고, 의사도 더 뽑고, 진료실과 검사실, 병상도 더 배정해 달란다. 이미 의료장비 투자 목록도 결정했지만 장비구매 요구는 끊이질 않는다. 속 모르는 진료과장들! 증가된 병상에 환자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 막대한 투자로 인한 손실은 걱정 안되나? 김병원장은 심란하다. 리모델링한다고 해서 성과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장의 지시를 전달받은 기획실장은 각오를 다졌다.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보니 여태껏 주관적 판단(感)으로만 결정했었다. 그래서 의사들로부터 “집행부와 친한 진료과나 목소리 큰 진료과장들만 혜택을 본다.”는 원성이 적지 않았다. 오명을 씻을 절호의 찬스다. 이번 리모델링과 관련된 자원할당에 새로운 접근을 하기로 했다. 원가정보를 사용하는 것이다.

기획실장은 먼저 각 진료과별 공간배정을 위한 기준을 마련했다. 공간배정 과정에서 해당 공간의 목적에 따라 의사 충원, 장비 구입 등이 결정된다.

기준은 두 단계로 설정했다. 1차 기준으로 역량요인과 환경요인을 채택했다. 역량요인은 재무성과, 진료역량, 사업계획을 평가하는 것으로, 외부환경 요인으로는 성장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각 요인별로 세부 지표를 설정하고, 지표별 가중치를 두어 공간확대가 필요한 대상 진료과를 선정했다.

1차 선정된 진료과의 수요예측을 통해 서비스 제공 능력(Capacity)과, 투자 후 재무효과, 경영층에서 판단한 전략적 중요도로 최종 투자 규모를 결정할 수 있었다.

공간 배정에 대해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은 후, 각 진료과별 의사 충원을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에 따라 각 진료과별로 몇 명을 충원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재무적으로 성장성(진료과 수익 추세), 규모(타병원 수익 비교), 수익성(손익/수익) 외에 타병원과 비교한 적정인원수 및 현원대비 과부족 인원을 산정하고, 최종적으로 정책적 조정을 통해 정량적 평가를 보완하였다.

이제 진료과장을 만나야 한다.

진료과별 공간배정과 인력충원 분석 결과를 발표자료로 만들고, 진료과장 회의에서 투자 기준과 진료과별 투자 규모 및 충원 인원을 발표했다. 논란? 없을 수가 없다.

이의가 있는 진료과는 별도로 면담을 수행했다. “내부역량과 외부환경을 균형되게 고려했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려고 했습니다. 진료과의 입장과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한정된 자원을 할당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진료과장들은 여전히 불만이 많다. 하지만 이전의 불투명한 결정과정에 비해 훨씬 줄었다. 객관적 기준과 투명한 결과 공개의 힘이다. 원가정보는 객관적인 재무성과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되었다.

인력, 공간(진료실, 검사실, 병상 등)과 의료장비는 병원의 대표적인 자원이다. 이들 자원은 장기(long-term) 투자로서 본질적으로 위험(risk)을 가지고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위험이 큰 만큼 투자효과는 커진다고 하는데, 이 놈의 위험이 우려스럽다. 짧은 기간에 자원을 유연하게 변경시킬 수 없다. 환경 변화에 따라 경영 성과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다하게 투자한 경우는 미가동 손실을 초래하여 병원 경영에 부담을 주고, 적게 투자한 경우는 수익창출의 기회를 상실한다. 이들 자원은 투자 초기에 많은 돈이 들지만, 수익으로 회수될 때는 시간이 지남에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이 크다. 장기투자를 한 번 잘못해서 어려움에 처하는 병원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투자하기 전에 꼼꼼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계량적 수치로 판단의 근거를 확보하고, 다양한 부서의 전문적 의견을 청취한 후,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병원장의 승인을 구한다. 객관적인 투자안 평가를 위한 계량적 기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NPVNet Present Value(순현재가치법, 투자로 인한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하여 현금흐름이 큰 순서대로 투자안을 결정하는 방법)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금의 유입은 수요예측을 통해서 추정하고, 현금의 유출은 원가정보를 통해 추정한다.

원가정보는 과거의 재무성과를 판단하는 기준 뿐만 아니라, 미래의 투자를 예측할 때도 사용된다. 갈렙병원은 원가정보를 활용하여 보다 합리적인 자원배분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으로 리모델링 과정에서 진료과별 투자 대안과 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위험천만한? 결정을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었다. 이제 기획실 식구들은 장기투자가 초래할지 모를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투자의 결과로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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