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병원경영과 원가<2>
상태바
[기획]병원경영과 원가<2>
  • 병원신문
  • 승인 2019.10.07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원원가 계산의 험난한 과정

병원장으로부터 원가계산시스템 구축 지시를 받은 기획실장은 고민이 생겼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일단 전문 컨설팅사로부터 설명을 좀 듣기로 했다.

[갈렙병원 원가계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 설명회]
기획실장은 병원원가분석 전문 컨설팅회사 대표로부터 대뜸 질문을 받았다.

“원가계산시스템을 왜 구축하려 하시나요?” 이 무슨, 업체가 이런 황당한 질문을? 그냥 구축해 주면 될 것을…

목적에 따라 원가정보는 달라진다(Different costs for different purposes). 목적이 다른 경우 복수의 원가계산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목적을 명확히 해야 시스템 구축 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

어떤 병원은 진료과 특성화에 관심이 많고, 또 다른 병원은 의사 성과급을 하고 싶어 한다. 신포괄수가제 대비 목적으로 진료행태 변화에 도움되는 정보를 원하기도 하고, 국고로 지원받은 전문센터별 손익을 뽑아 운영비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갈렙병원의 원가계산시스템 구축 목적은 세 가지로 정리했다.

원가시스템 구축은 단순히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무가 아니다.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처방전달시스템,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 회계, 인사급여, 물류, 자산 등 병원의 기간계시스템(Legacy system)에서 산출되는 자료를 기초로 원가를 계산하기 때문에 적정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오는 법(Garbage in garbage out).

3개월에 거쳐 방대한 자료검토 작업이 수행됐다.

- 원무: 시행장소와 시행의사별로 수익이 제대로 집계되는가? 수익은 진료가 실시된 시점에서 집계되는가?
- 물류: 처방 시 수가코드와 물품코드가 연계되어 있는가? 물품 출고부서를 세부 실방(MRI실, 초음파실 등) 단위로 식별하는가?
- 인사급여: 인력의 실제 근무지 정보가 있는가? 월별 인건비가 적절히 집계되는가?
- 고정자산: 자산의 사용부서는 적정한가? 수선비와 유지보수비가 의료장비별로 집계되는가? 실방별 면적정보가 관리되는가?
- 회계: 월별 비용이 큰 편차없이 집계되는가? 비용의 원인부서(귀속부서)가 관리되는가?

자료를 검토한 후 기초자료 적정성이 미흡하면 기간계시스템이 수정되기도 하고, 업무관행을 변경하기도 한다. 갈렙병원은 원가계산시스템 구축 과정을 통해 아래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병원은 ABC(Activity-Based Costing): 활동기준원가계산이라는 원가계산방법을 사용한다. 사람이나 장비가 수행하는 활동을 기초로 원가계산하는 것으로 간접비가 크고 복잡한 업무프로세스로 수행되는 병원원가계산에 적합하다. 예를 들면 병동원가를 재원일수에 따라 진료과로 배부하는 것보다, 병동에서 수행되는 세부 간호활동(Vital sign 체크, 체위변경, 배설간호) 등별로 개별 진료과가 소비한 양(간호건수 x 단위시간)으로 배부하면 더 합리적인 원가계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ABC에서는 활동량을 파악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진료시간, 수술시간, 검사시간, 간호행위시간 등을 파악하는 일이다. OCS/EMR에는 수술시간을 제외하고는, 해당 활동에 대한 수량(건수)은 있지만 시간 정보는 없다. 개별 수가 단위로 표준시간을 조사해야 한다. 이 작업은 각 진료과 의사, 병동 간호사, 검사실/치료실의 보건기사들의 협조를 받아 수행되며, 보통 1~2개월이 소요된다.

이제 마지막 단계로 시범 원가계산(Pilot Costing)을 수행한다. 기초자료와 원가계산과정이 합리적인지를 점검하는 단계다.

[ABC시스템 구축 완료보고회]
10개월이 지나 원가계산시스템이 완성되었다. 기획실장은 지난 기간을 회상했다. 미흡한 자료를 보며 고민했던 수많은 밤, 관련 부서들과 일일이 싸워가며 전산시스템을 고도화했던 순간, 반발하는 의사들을 설득하며 자료를 수집했던 일이 눈앞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힘들었지만 뿌듯하다.

“진료과/의사원가(1), 성과평가용원가(2), 수가/환자/DRG원가(3)의 세가지 원가계산시스템, 기간계시스템 자료를 관리하는 기초자료 인터페이스시스템(4), 수작업 자료를 관리하는 기초자료 수집시스템(5), 원가정보를 분석하는 시스템(6) 및 경영자정보시스템(7)까지 7개의 시스템으로 완성했고, 시범 원가계산을 통해 결과의 적정성을 확인했습니다.”기획실장의 보고를 받은 김갈렙병원장은 흡족해하며, ABC구축팀의 노고를 치하했다. 거금의 회식비를 하사하면서 뒤끝있는 멘트도 잊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네. 시스템 구축이 됐으니 잘 써야지. 기획실에서 현안에 대해 분석을 좀 해보세요!”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외산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최초로 ABC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 이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국산 소프트웨어로 ABC시스템을 구축하여 현재까지 100여개 병원에서 도입하였다.

초기에는 진료과/의사 원가계산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운영 과정에서 통제가능한 소비 자원을 반영한 의사의 성과평가가 요구가 있어 성과평가용 원가계산시스템이 개발되었고, 진료단위의 세밀한 원가분석의 필요성이 커져 수가별 원가계산시스템이 개발되었다. 현재는 신포괄수가가 확대되면서 DRG단위의 원가계산과 분석이 강화되었고, 활용목적도 병원 내부 경영의사결정을 넘어서, 보건의료정책 의사결정으로 확장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