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역대 가장 맥없고 김 빠진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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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역대 가장 맥없고 김 빠진 국감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9.10.0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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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슈 없이 늘 지적되던 문제 재탕 수준에 그쳐
유일한 스타플레이어는 보건의료인력 부족 이슈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 나선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10월2일 국회 본관 6층 상임위 대회의실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상대로 역대 가장 맥 없고 김 빠진 감사를 저녁 9시21분까지 진행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의사 등 보건의료인력 부족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의료전달체계 개편 △실손보험 △도수치료 △문재인케어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 △의료급여 미지급금 △제2차관제 도입 등이 그나마 건질만한 주요 이슈가 됐다.

이번 국감은 새로 제기된 신선한(?) 사안은 전혀 없었고, 하나 같이 매년 지적되던 문제들이 재탕되는 수준에 그쳤다.

취임 2년을 훌쩍 넘기며 최장수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별칭이 붙은 박능후 장관은 실·국장을 비롯해 직원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채 단독으로 답변을 진행했다.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오랜 세월 취재하면서 장관이 시종일관 혼자서 답변을 진행한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특히 야당 위원들이 대거 퇴장해 파행을 초래한 문화체육관광위를 비롯해 정무위, 법제사법위, 교육위, 기획재정위 등 타 상임위원회가 정치적인 이슈 대립으로 반쪽으로 진행됐다는 소식은 남의 일인양 보건복지위원회는 고성 한 번 오가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속닥속닥(?) 순행했다.

이날 함께 감사를 받은 질병관리본부의 경우 오전 업무보고 후 단 하나의 질문도 없이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다가 저녁 9시 가까운 시점에서 간신히 단순한 질문 몇 개가 나왔을 뿐이었다.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유일한 스타플레이어는 보건의료인력 부족 이슈였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 많은 보건복지 위원들이 당을 떠나 한 목소리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과거 메르스 사태의 혼란은 병원 의료인력의 양적·질적 부족 문제가 근본 원인이었다며 의료인력 수급 개선을 서두르라고 정부 측에 주문했다.

이 의원은 보건의료인력의 총체적 부족 문제를 종별 수요 예측 및 인력수급 예측·계획을 소홀히 한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고 추궁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의과대학 입학생의 경우 200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증원요청이나 증원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우리나라 의사수가 OECD 평균에 비해 현저히 적지만 역설적으로 진료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특히 이런 상황을 보건복지부도 이미 인식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특히 의사 부족으로 의료현장에서는 불가피하게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를 활용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2000년 이후 동결된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의사부족으로 발생하는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의료인 단체에서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의지만 갖고는 해결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윤소하 의원은 이러다가 정작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다 허비할 수 있다면서 서둘러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박능후 장관에게 개선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의료인 단체가 두려우냐고 따졌다.

오 의원은 “장관이 이것저것 따지고 앉아 세월을 보내며 최장수 장관이 됐다”면서 “의사협회가 그렇게 무섭나. 장관이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몰아부쳤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지역별, 전문과별 의사 수 모두 부족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대 인력 증원에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의사 인력 증원이 정부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무기력감을 나타냈다.

이날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문재인케어로 인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더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18년 민간 실손보험 5개사에 청구된 보인부담금이 2조 471억원으로 2017년 1조 7천490억원보다 약 17% 증가했으며, 비급여 청구 역시 2017년 3조 4천686억원에서 2018년 4조 889억원으로 약 18%가 증가해 문재인케어가 실손보험료를 인상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문케어로 실손보험료가 인하되고 의료비가 줄어든다는 정부의 대국민 홍보는 허구로 드러났으며, 이대로 가면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건강보험 제도 근간이 흔들려 향후 국민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국감에서는 또 건보재정 국고지원금과 관련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12년간 보험료수입 대비 정부지원 비율은 평균 15.3%였지만 현 정부 들어 정부지원 비율이 13%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2007년 이후 2018년까지 지난 12년간 미지급된 법정지원규모는 20조 8천억원에 이르며, 이번 정부에서 미지급된 규모는 3조 7천억원이라는 것.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국가가 스스로 법을 지켜야 한다고 성토하며 문재인케어 실행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고지원을 명확히 규정한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2015년 1분기 대비 2019년 1분기 전국 국립대병원 외래 초진 환자 대기일수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부실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할 과감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지난해 의료급여 미지급금이 역대 최대인 8천695억원에 달한다면서 이로 인해 의료기관의 경영이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지급금은 전년도인 2017년과 비교할 때 무려 98%(4천309억원)가 급증한 것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추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공의 수련의 질과 관련한 질의도 쏟아졌다. 박능후 장관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전공의 정원 확대가 필요하지만 의대 정원이 묶여 있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의료기관에서 수련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은 높은 인건비 때문이며, 의료수가에서 인건비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박 장관은 “보다 원천적인 해법은 의과대학 수를 늘리거나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전공의를 늘리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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