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중앙회 설립 이견에 병원계 ‘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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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중앙회 설립 이견에 병원계 ‘곤욕’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9.09.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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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다각적인 검토 통해 국민적·사회적 합의 필요
복지부, 간호협회가 상생방안 마련해 정부에 제안해 주길

“간호조무사 중앙회 설립을 두고 병원협회 입장에서는 사실 곤욕스럽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두 직역은 의료현장에서 꼭 필요한 영역인 만큼 조화롭고 협력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9월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대표의원 강창일·인재근)가 주최한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체계 정립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간호조무사 법정다단체화 논란에 대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대화와 협업을 중심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 상근부회장은 “의료 기술의 발전과 질병의 다양화로 인해 이제 의료서비스는 병원중심 시스템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병원에는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다양한 직종이 통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잘 조정돼야 만이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관련 단체 간 갈등보다는 현재의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환자안전 측면, 간호인력 수급 현황 등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국민적·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송 상근부회장은 “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곳이기 때문에 병원에 종사하는 모든 인력이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가운데 간호인력은 병원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로의 변화 등 보건의료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간호인력의 역할이 기존의 환자케어에서 요양서비스 제공 등으로 확대돼 간호인력의 업무가 변화하는 과정속에 있다”면서 “이와 관련된 단체간 이견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환자 간호와 건강을 위해 간호인력이 서로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간호조무사 중앙회 설립 논의가 의료인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고 일부의 우려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손호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간무사가 의료인은 아니지만 자격으로서의 업무도 명시돼있고 중앙회는 아니지만 대표성을 가진 협회가 의료인단체에 적용되는 규정을 일부 준용하고 있다”며 “간호조무사가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간호조무사 법정단체는 의료인 단체로서의 인정이 아닌 다른 방법의 법정단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손 과장은 “간호행위라는 면에서 가장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간호협회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가 간호인력으로서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정부는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발제와 토론자로 나선 법률전문가들은 간호조무사단체를 법정단체로 인정하게 되면 간호인력 간 역할과 업무에 혼란을 가져오게 돼 간호 체계의 왜곡과 간호수준의 저하로 인한 의료의 질 보장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주호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료인 단체의 설립주체로서 당사자 능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병원 현장간호사의 부족에 따른 간호보조인력의 의료현장 대량투입으로 간호조무사단체가 이익집단 차원에서 중앙회 설립을 추진하는 발단이 됐다고 진단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수직적 업무의 분업관계라고 정의한 주 교수는 “간호인력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각각 중앙회를 두는 것보다는 법률이 근거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진호 대한간호협회 자문변호사는 간호조무사단체를 별도의 의료법상 단체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 변호사는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 내에 있고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하는 점, 간호사의 지도를 받는 점, 국민은 일반적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가 실질적인 차이가 나지 않는 점 등을 비춰 간호조무사단체를 별도의 의료법상 단체로 규정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발의된 간호조무사 법정단체 설립 의료법 개정안이 기존의 법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버리는 무책임한 법안이라는 다소 격앙된 주장도 나왔다.

김종호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15년 의료법 개정 당시 간호사 업무에 간호조무사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돼 일선 의료현장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의 역할이 구분되어 간호사의 지도·감독 하에 간호업무가 이루어지게 됐다”면서 “이는 간호사의 간호업무에 대한 책임소재가 많아짐과 동시에 간호전문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이 개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조무사의 법정단체 설립 근거를 마련해 주는 의료법 개정안은 이러한 법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버리는 무책임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면허가 아닌 자격으로 규정된 간호조무사 단체에 중앙회 설립 근거를 마련해 주는 법안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보다 특정 직역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적 수행이 가능하다는 예외적 규정을 간호조무사협회는 마치 간호사와 차이 없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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