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병원경영과 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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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병원경영과 원가
  • 병원신문
  • 승인 2019.09.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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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갈렙 병원장, 원가에 눈을 뜨다”(원가의 개념 및 원가정보의 필요성)

“수도권 대형병원 수익성 악화 현실화…”

신문을 집어 든 김병원장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대형병원도 이 지경인데 우리는 어떡하라고? 하물며 최근 몇 년간 의료질평가지원금이네, 중증 수술료 인상이네, 대형병원에 유리한 수가 정책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병원들인데도 불구하고…

며칠 전 기획실장이 올 상반기 적자가 더 커졌다고 하던데, 뭔 놈의 대책이 “환자를 더 보고, 원가를 줄여야 한다”고? 이건 뭐, 게임에 지고 있는 농구감독이 작전 타임 때, 슛을 좀 더 정확하게 하고, 수비를 타이트하게 하자는 것과 뭐가 다르지? 괴롭다.

병원 경영 현실에서 김갈렙 병원장과 유사한 상황을 쉽게 접하게 된다. 이들은 “적자(손실) 누적”과 같은 경영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디서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한다. 문제(손실)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일단 원인을 찾는 것!

이익 또는 손실(Profit or Loss) = 수익(Revenue) – 비용(Expenses)

이익은 수익에서 비용을 뺀 것인데, 비용이 수익보다 크면 손실이 된다. 경영에서 이익이란 재무적인 건전성을 견인하는 지표로, 때로는 생존가능성을 알려 주고, 때로는 투자 여력을 제공한다.

손실의 원인을 어떻게 찾는가? 세분화해서 찾아야 한다. 진료과로, 의사로, 시행장소로, 수가로, 환자로, 질환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어떤 진료과에서 손실이 나는지, 어떤 의사가 손실인지, 어떤 환자군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세분화해서 파악해야 한다.

<표1>은 병원의 손익계산서다. 1년간의 경영성과를 숫자로 나타낸다. 그런데 이 표로는 병원 차원의 손익 규모는 알 수 있지만, 진료과, 의사, 환자 단위로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병원의 비용(원가)병원의 자원이 투입되면 비용 또는 원가가 됨.은 재료비처럼, 진료과, 의사, 환자별로 파악할 수 있는 직접비용(Direct costs)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복수의 진료과, 의사, 환자가 공유하는 간접비용(Indirect costs) 또는 공통비용(Common costs)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실을 세분화해서 확인하려면 병원차원의 손익계산서로는 부족하다. 세분화된 손실 자료는 원가계산 과정을 통해서 산출해야 한다. 원가계산은 아래 그림처럼 여러 진료과(의사, 또는 환자)에 걸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통비용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원가계산을 수행하고 나면 진료과별, 의사별, 환자별로 상세한 원가와 손익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 이제 뭘 할 건가?먼저, 적자 원인을 찾아야 한다. 특정 진료과가 적자가 심하다면 왜 그런지 확인해야 한다. 재료를 과다하게 쓰는지, 장비 가동이 떨어지는지, 서비스에 비해 인력이 과다한 것인지, 투자한 자원에 비해 수익이 낮을 수도 있고, 낮은 의료수가가 문제일 수도 있다. 추세도 살펴보고, 다른 병원과 비교도 해 본다. 이를 통해 적자 원인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재무적 성과가 우수한 진료 서비스에 자원을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특정 환자층이나 질환군에서 흑자가 많이 난다면 전문센터로 성장하도록 의료진과 장비를 더 확충할 수 있다.
진료수익에 기반하여 지급하던 인센티브를 자원소비까지 감안한 손익으로 보완하게 되면, 합리적인 공간 활용, 인력 배치, 자원 절약을 촉진한다.

병동과 수술실의 적자는 정부 수가 구조에서 기인된 경우가 많아 수가 정책 기초자료로 제공할 수 있다. 공공병원의 경우는 공익적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적자를 보전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 병원도 경쟁이 일상화되었다. 브랜드와 서비스 차별화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원가 구조와 업무 효율성은 또 다른 경쟁력의 기반이다. 더군다나 지불제도가 포괄수가제로 변화하는 추세인데, 가격이 정해지는 포괄수가제에서 원가관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년간 약 100여개의 병원이 원가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은 5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이고, 일부 공공병원정보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구축된 지방의료원 등이 구축했다. 이들 병원들은 원가정보를 활용하여 전문화/특성화, 장비투자, 의료진 충원, 진료과 목표관리, 성과급 개편 등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원가시스템 운영병원 간 네트웍을 형성하여 정보를 교류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모든 병원이 원가정보를 잘 활용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후에 다시 논의할 것이다).

“모든 경영의사결정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원가(손익)다.중요하다는 뜻의 영어표현인 bottom line은 손익계산서의 가장 아래 항목인 ‘손익’을 의미한다.

무엇으로 의사 결정할 것인가? 김갈렙 병원장은 이제 원가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전격적으로 원가계산시스템 구축을 지시했다.

원가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원가정보를 가지고 수많은 의사결정을 수행한 김갈렙 병원장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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