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벼랑 끝 의료법인 퇴출구조 마련을
상태바
[사설]벼랑 끝 의료법인 퇴출구조 마련을
  • 병원신문
  • 승인 2019.08.12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년 이상 묵혀있던 의료법 개정안 16건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으로 통합·조정돼 국회 본희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9월20일 16건의 의료법 개정안을 각각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마련한 대안을 위원회안으로 제안하기로 한 보건복지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지난 8월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된 것이다.

이번에  국회 본희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업 정지 처분을 갈음하는 과징금 상한을 5천만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린 것을 비롯, 처방전 대리교부 요건 완화, 의료법인 특수관계인 이사선임 제한, 의료법인 임원 선임관련 금품수수 금지, 불법 개설 의료기관과 관련한 제재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의료법인과 관련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의료법 개정으로 8촌이내의 혈족과 4촌이내의 인척,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의 이사선임이 이사회 정수의 종전 1/5에서 1/4 이내로 제한됐으며 의료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 받거나 주고 받을 것을 약속해서는 안되고 위반시 1년 이사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사의 벌금에 처하게 됐다.

얼핏 사립학교법과 형평성을 맞추고 의료법인의 공익적인 측면을 고려한 듯 하지만, 실상은 의료법인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의료법 개정에서 의료법인 임원 선임과 관련한 금품수수 금지조치로 이사장 교체를 통한 경영권 프리미엄도 원천봉쇄됐다. 퇴출경로가 완전차단된 셈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법인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의료법인은 의사외에는 허용하지 않았던 의료기관 설립을 의료법인에게도 허용한 1973년의 의료법 개정으로 활성화됐다. 일본에서 본따 온 것으로 보이는 의료법인제도는 당시의 상황논리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직후인 1953년, 우리나라에는 종합병원 45곳에 병원 70곳과 의원 2,473곳, 결핵과 한센, 정신병원 22곳이 고작이었다. 경제성장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반에는 병원 188곳, 의원 5,993곳으로 늘어났지만, 종합병원은 17곳으로 28곳이나 줄어 있었다.

경제에 우선순위가 밀려 의료부문에 대한 투자가 부진하게 되자 의료에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서둘러 의료법인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의료법인제도의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의료법인제도가 도입된 이듬해인 1974년 36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종합병원 숫자가 1년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의료법인은 이후 공공의료를 대신해 의료보험 도입으로 급팽창한 의료수요를 충당하며 나름 역할을 다해 왔다. 2019년 현재 의료법인은 1,076곳에 이르고 있다.

사무장병원 의혹이 의료법인에 집중되면서부터 의료법인에 대한 정책적 견제가 심해지다 이번에는 아예 퇴출구조까지 막아버리는 조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난 46년간 턱없이 부족한 공공의료를 대신해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의료법인을 퇴출구조까지 차단해 가며 한계상황으로 몰고 있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싶다. 의료법인들을 벼량끝으로 내모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제도개선과 보완을 의료법인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