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앙등 억제·의료계 충격 흡수가 관건
상태바
의료비 앙등 억제·의료계 충격 흡수가 관건
  • 김완배
  • 승인 2005.11.15 0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익 서울의대 교수, 의료체계 개편에 대한 방향성 시사
의료시장 개방과 의료의 산업화를 코앞에 두고 있는 국내 의료산업의 향후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포럼이 서울특별시병원회(회장 허춘웅) 주최로 14일 마포 대한병원협회(회장 유태전) 회관 14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시병원회가 대통령 직속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국내 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재편에 나서자 보건의료서비스제도 개선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익 서울의대 교수를 초청, 특별포럼을 갖고 앞으로 국내 의료의 향배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수가 의료산업화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앞서 지적한 것은 의료산업화에 따른 부작용. 의료서비스가 발전되면 고급의료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 국민의료비가 증가하고 의료시장도 시장화가 가속화되면 필연적으로 불균등 발전이 초래돼 퇴출병원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김 교수의 걱정이다. 김 교수는 이를 ‘극과 극’의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즉, 의료시장이 선진화되면 시장논리에 맡겨지게 되면 살아남는 병원에는 혜택이 주어지게 되지만, 선택을 받지 못하는 중소병원들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로 풀이된다.

또한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 우리나라 경제 자체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김 교수의 관측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앞으로 의료산업화의 전개방향을 2가지 포인트에 맞춰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의 산업화에 따른 의료비 앙등을 억제하는 것과 의료체계 개편으로 인한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느냐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싱가폴과 중국의 상하이, 미국 동부지역의 병원들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김 교수에 따르면 뛰어난 의료상술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싱가폴의 경우 같은 인도말레이 언어권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부유층까지 시장을 확대, 외국환자 유치를 통한 의료서비스 수출에 성공한 이면에는 80% 정도의 공공의료를 영리병원과 엄격히 구별해 국내 의료비 앙등을 차단한 것에서 싱가폴 의료산업의 성공비결을 찾았다.

중국 상하이의 모델은 주국내 고소득층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싱가폴과 다르다는 김 교수의 설명이다. 상하이 영리법인 병원은 일부 자국내 고소득층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충족시키기 위한다는 차원에서 허용됐다.

미국은 영리병원들중 상당수가 중소병원들이며 오히려 비영리병원이 더 발전돼 있고 자본규모도 훨씬 크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 병원의 자본조달 방식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병원들은 모금이나 기부를 통해 자본을 조달해 왔기때문에 공공성격이 짙은 비영리 의료기관들에 기부가 몰리고 있다는 것. 이는 기부에 세제혜택을 주는 미국의 조세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영리법인 병원 논란과 관련, 자본조달 방법중 하나로 영리법인 병원 허용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비영리 상태에서도 자본조달이 가능하도록 조세제도의 개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즉, 외국처럼 기부문화가 정착되려면 의료기관이 공공성격화돼야 하고 그렇게 되면 세제혜택을 받는 모금이나 기부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아젠다를 설정하는 단계라지만, 의료체계 개편 방향은 사실상 이미 나와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잉공급돼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급성기 병상을 줄이고 대신 장기요양병상을 늘리는 것이 그중 하나.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급성기 병상의 경우 20% 이상 과잉공급된 것으로 분석하면서 영국이나 스웨덴의 경우도 1980년대 초반에는 급성기병상이 넘쳐 꾸준히 급성기병상 감축정책을 편끝에 조화를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날 포럼에 패널로 참가한 이왕준 인천사랑병원장은 병원이 요양병상을 운영하면 채산성이 없기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며 요양병상수가 조정과 같은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김철수 중소병원협의회장은 요양병원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5년이 지난 점을 지적하고 수가와 시설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개념조차 서지 않은 시점에서 무조건 바꾸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김 교수의 답변은 요양병원 수가를 조속히 제정, 경제적 타당성이 있어야할 것이라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이어 규모의 경제에 미달하는 소규모 의료기관이 과잉공급돼 있어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수가때문이라기 보다는 급성병상의 공급과잉과 비경제적인 생산비용의 구조적인 문제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와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병원의 83.1%가 300 병상 미만 병원이라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적정규모의 병원은 300 병상 이상에서 700 병상사이. 적정규모에서 미달하게 되면 투자한 고정자본때문에 원가가 비쌀 수 밖에 없어 시설과 장비, 인력의 질 저하와 함께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의료기관 종별로 기능이 혼재돼 있는 것과 병원의 지역적 불균형, 그리고 전체 의료공급의 15.5%에 불과한 공공의료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의료기관 종별로 기능을 분화해 각 시장을 분할할 필요가 있으며 각 종별 의료시장내에서 같은 규모의 의료기관끼리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지역별 병상 불균형을 시정하고 급성병상을 만성병상으로 유도하는 한편, 소규모병원을 적정규모 병원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치료위주의 의료패턴을 예방과 치료 위주로 개편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7%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이 되면 지금과 같은 의료구조로는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우리나라 경제가 결국 파국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의료와 관련해서도 김 교수와 패널간에 다른 시각을 보였다. 패널들은 의료법인까지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제시된 수치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한 반면, 김 교수는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구분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을 들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 의료법인이 과연 공공성이 있는가 따져봐야할 것이란 지적이다. 의료기관이 개인소유 성격이 강하면 외국처럼 기부를 받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가 이날 포럼에서 새롭게 내놓은 것은 미국 건강보험 틈새시장을 공략하자는 것과 의료인은 투자만 해놓고 운영비는 정부예산에서 대주는 보건법인 설립에 대한 제안.

김 교수는 미국 중하층의 경우 건강보험 사각지대라는 점을 들어 우선 우리나라 교포들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법인은 의료법인에 공공병원을 아웃소싱한다는 개념으로, 구체적인 정책연구가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교수는 건강보험 수가에 대해선 건강보험 급여율을 높여야 수가 현실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날 포럼에서 밝힌 내용들은 이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다듬어야할 것이 적지 않게 눈에 띄인다. 그러나 이날 김 교수가 밝힌 정책방향들은 앞으로 우리날 의료체계 개편에서 시사점을 던지는 것이 많다는 점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김완배·kow@kha.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