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0주년 특집 기고]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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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60주년 특집 기고]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9.07.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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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간 의료격차 해소와 의료전달체계 완성을 위해 노력해야

먼저 대한병원협회 창립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대한병원협회와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발전은 임영진 회장님을 비롯해 많은 회원분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노고를 아끼지 않으며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

경제 성장과 함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동시에 건강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랫동안 사는 것이 삶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의료기관이 꾸준히 신설·확장되고 있으며 병원간 서비스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병원간 경쟁은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견인하는 것 이외에 대형병원과 중소병원간,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의료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한편, 현 정부는 보편적 복지정책의 기조 아래‘문케어’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급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야하는 것은 방향성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으나 현 시점에서 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시책이 과연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병원계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고민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케어’로 시행하고 있는 정책 중 상급병원의 2~3인실 보험 적용, 선택진료비 폐지 등 상급병원과 중소병원간의 진료비가 큰 차이가 없어져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100병상 내외의 중소병원은 처음으로 지난해 폐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넘어섰을 만큼 중소병원의 재정 악화가 심각해지고 있다.최근 발생했던 의료기관 화재사건으로 인해 의료기관 화재안전 강화 차원으로 중소병원 이상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시행했다. 이에 필자는 재정이 열악한 중소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지원하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몇 차례 주장을 했지만, 번번이 예산이 누락되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용을 유발시킨 당사자가 정부임에도 나몰라라하는 정부의 반응과 결정에 심히 유감스럽다.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병원간의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3단계 의료전달체계’가 굳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환자가 원하면 어느 의료기관이라도 가는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상급종합병원에는 긴급한 응급환자부터 약 처방만 받으면 되는 환자까지 다양하게 몰려있다.

심하게 말해 1차, 2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로 인해 응급환자들의 진료시간을 뺏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망치고 있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지역별 의료수준 격차는 결국 의료인력 수급문제를 낳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환자안전, 인증기준 강화 등 추가 인력 투입이 요구되는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수급 불균형에 따른 의료인력난 심화 및 의료서비스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세분화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진료보조역할의 범위가 모호한 부분이 발생하여 이것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큰 방향없이 정부가 바뀔때마다 매번 바뀌는 보건의료정책 때문이다. 보건의료정책 및 노동환경 등 환경 변화를 반영한 보건의료인력 수급체계를 마련하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에 따른 인력 공백문제나 수련비용 역시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나마 정부는 중소병원의 경쟁력 강화와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전문병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역량 있는 중소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육성해 지역사회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3년 주기로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3기 전문병원(‘18.1~’20.12)으로 108개소를 지정‧운영되고 있다. 다만 신청 기관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여 신규 지정분야 발굴 및 모집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하고 있고, 지정기준도 개선해야 한다고 한다. 전문병원의 수가 추가 조정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병원계도 지속적인 질적 관리와 일부 병원들의 일탈 방지를 위한 자구책 마련을 해야 한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의해 병원계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 병원은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새로운 자구책을 마련하여 꾸준히 발전해 왔다. 정부가 나설 부분도 있지만 병원계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다.

가령 병원 내 공짜 노동‧태움 강요 문화는 고치지 못한 고질병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종합병원 대상 수시 근로감독 결과에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수당 체불이 빈번하고 간호사 태움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으로 인한 규제도 규제지만 스스로의 개선을 통해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정부와 보건의료단체간 간담회를 통해 보건의료단체 의견 수렴 및 의료 현안에 관련된 협의를 하고 있다. 정부와 보건의료단체는 국민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목표로 의료전달체계 구축과 지역간 의료격차 완화를 위해서 함께 고심하고 실효성있는 대안들이 정책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정부와 보건의료단체간의 현안과 대안책을 심히 논의하여 정책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가 굳건히 구축되어 있고 지역적 차별 없이 국민이 받고 싶은 의료서비스를 적재적소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되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한다.

대한병원협회도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앞장서주길 바란다. 대한병원협회 창립 60주년을 거듭 축하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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