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료비 증가 원인부터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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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료비 증가 원인부터 따져봐야
  • 병원신문
  • 승인 2019.05.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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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시장은 정책 및 제도변화에 따라 요동치게 마련이다. 지난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을 상대로 의료보험을 전격 시행했을 때도 그랬고, 1989년 의료보험을 전국민으로 확대적용했을 때도 의료시장은 급속팽창했다.

의료시장 전반을 뒤흔들만한 정책이나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도 의료시장은 미세한 변화에도 심하게 흔들리곤 했다. 예컨대, 1990년대말 IMF구제금융으로 환율이 급상승해 엑스레이필름 값이 끝없이 올라 필름없는 의료영상전달시스템인 PACS를 구축하면 필름값의 절반 가량을 수가에서 보상해 주자 PACS 보급이 급속확산되었던 사례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환자의 주머니에서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던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보장성강화 정책이 의료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는 것은 구태여 통계치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년간 환자의 부담이 커서 민원의 대상이었던 선택진료비나 너무 비싸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상급병실을 건강보험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환자들 입장으로서는 더 크고 좋은 대형병원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초음파와 MRI까지 급여화되었으니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이른바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비중과 진료비 증가율에서 쉽게 드러난다. 국민건강보험이 2020년 건강보험 수가협상을 앞두고 공개한 ‘2017·2018년도 건강보험 총 진료비 실적’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이 총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의 48.5%에서 2018년에 50.3%로 1.8%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중은 19.8%에서 19.4%로 0.4%p 줄었다.

통계상 겉으로 나타난 수치만 보면 그렇다.

요는 영양가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경우 25% 남짓 진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보장성강화 효과를 제외하면 4%대 성장에 불과하며 의료이용량 증가를 충족하기 위해 인력과 시설, 장비를 확충한 것까지 감안하면 한마디로 별 영양가가 없다.

과거 의료보험 도입이나 전국민으로 확대, 의약분업, 보장성강화 정책에 이르기까지 의료이용량이 증가할 것을 감안한 저수가정책으로 ‘적정수가’를 외면해 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문재인정부에서 이른바 문재인케어라 불리는 보장성강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적정수가’논의를 언급했던 것이다.

수가협상을 2주 앞두고‘의료이용량 증가로 손해나는 부분을 메꾸거나 그 이상을 가져갔다’는 논리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가인상 억제를 위한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책이나 제도적 변화 때문에 발생한 진료비 증가의 책임을 물어 수가인상을 억제하겠다는 발상은 정책의 책임을 병원계에 전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료비 증가의 원인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에 기초해 수가협상에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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