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약품, 특허만료 후엔 시장규모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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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약품, 특허만료 후엔 시장규모 역전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9.02.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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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사 대형 품목 상당수, 한국에서 미국보다 수익 높아
환자 약제비 부담 감소라는 ‘제네릭 장점’ 시장에서 반영 안돼
다국적제약사의 대형 품목 중 상당수가 글로벌 전체 제약시장 규모의 3%에 불과한 한국에서 최대 규모 시장인 미국보다 특허만료 후 수익을 더욱 높게 가져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서 특허가 만료되면 약가가 대폭 인하되기 때문으로, 특허만료 후에도 약가 변화 폭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미국 시장에서 특허만료 된 오리지널 제품들의 경우 마케팅 비용 부담으로 인해 프로모션 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다국적제약사출입전문기자모임이 각사의 글로벌 연차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특허만료 오리지널 제품의 상당수가 미국 내 매출액 대비 한국 원외처방액 비율이 더욱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고는 3배 가까이 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KoNECT)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천275조원의 글로벌 제약시장 중 미국 제약시장 규모는 524조원이며, 한국은 15조원 수준으로 3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규모 차이에도 불구하고 특허만료 의약품의 수익이 한국시장에서 더 높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약가가 20% 이하로 떨어지고, 제네릭 경쟁에서는 보험사와 계약할 때 높은 약가를 받기 어려운 분위기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특허만료 시에도 50% 이상의 약가를 유지할 수 있어 국내 제네릭 약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화이자의 ‘리피토’, 길리어드의 ‘비리어드’, MSD의 ‘바라크루드’, AZ의 ‘아타칸’ 등이 이 같은 사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주요 글로벌 특허만료 의약품 연도별 매출액 및 원외처방 조제액 추이
리피토의 미국 내 매출은 2011년 5조8천35억원에서 2012년 9천912억원, 2013년 4천519억원, 2014년 2천635억원으로 급감해 2018년에는 1천228억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국내 원외처방액은 2012년 1천171억원에서 2018년 국내 최대 처방규모인 1천626억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미국의 시장 대비 1.3배 정도 높은 수익을 형성했다.

비리어드의 경우에도 특허만료로 인해 미국 내 매출이 2017년 5천492억원에서 2018년 558억원으로 급감했다. 한국의 2018년 원외처방액은 1천537억원으로 미국보다 2,7배 이상 높으며, 전체 글로벌시장 매출 3천426억원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에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바라크루드 또한 2018년 미국 매출(357억원) 대비 한국 매출(724억원)이 202.6%로 나타났으며, 아타칸 역시 각각 145억원과 249억원으로 한국에서의 수익(171.9%)이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현상은 제네릭보다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국내 제약시장의 분위기가 한몫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특허만료 후 인하된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가 제네릭과 비슷한 수준이라서 경쟁에서 계속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현행 약가정책 하에서는 특허만료 1년 후부터 제네릭과 오리지널의 약가가 비슷해져서 환자 약제비 부담 감소라는 제네릭의 유일한 장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오리지널 특허만료 시 약가인하율이 절반 수준인 것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 제네릭의 가격이 높아 오리지널의 약가를 더 인하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에 나선 가운데 이 같은 문제점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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