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력 방지 위해 의료기관 환경 개선 필요
상태바
의료인 폭력 방지 위해 의료기관 환경 개선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9.01.28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료과목별 환자 특성 고려한 폭력 대응 안전 필수시설 적시도
국회 입법조사처 김주경 조사관, 외국 사례 참고해 개선방안 제시

폭력 발생의 잠재적 위험이 큰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기관 환경 전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보건복지여성팀)은 1월25일 발간된 ‘이슈와 논점’에서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 관리 현황 및 개선 과제’라는 글을 통해 원내 안전요원 배치와 함께 정신과 진료실 출구 추가 설치, 비상벨, 금속탐지기, 보안검색대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故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이 외래진료실에서 발생한 만큼 의료진과 내원 환자 안전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관리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관 개설자로 하여금 의료기관의 안전관리시설 기준에 관한 사항을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의료법 시행규칙’에 의료기관 개설자는 환자, 의료 관계인, 그 외 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진료과목별로 안전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진료과목별로 안전관리 필수시설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작업환경 역시 보건의료 종사자가 업무 중에 직면하는 다양한 위험 모두를 법규에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1982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제조업‧광산업‧건설업‧전기통신업‧철도업 등 전통적으로 산업재해 발생 빈도가 높은 직종을 중심으로 규정이 만들어졌고 이후 의료기관 등 서비스업 종사자의 근무 중 위험이 법률 개정을 통해 추가된 상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병원체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을 두어 혈액매개감염(B형 간염, AIDS 원인균인 HIV 감염), 공기매개감염 등으로부터 종사자를 보호하고 있지만 폭력과 관련해선 2018년에 ‘산업안전보건법’에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조항을 신설했을 뿐이다.

김 조사관은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은 간호사용 안전보건교육 자료에 의료기관 내 폭력예방 수칙 등을 포함시켜 제작‧보급하고 있다”며 “환자나 보호자의 폭력에 대응하는 요령 및 개인기술 등을 숙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7일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15일 공포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가중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공포된 개정안은 상해에 이르게 한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를 입힌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응급의료 등에 방해 금지를 위반하는 경우 ‘형법’ 제10조제1항에 따른 면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의료기관 시설을 비롯해 효과적인 폭력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미국의 경우 비영리 기관인 시설 가이드라인 연구소(Facility Guidelines Institute)에서 의료기관이 종별 상관없이 최소한 지켜야 하는 시설 기준들을 한권의 가이드라인으로 편찬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 가능한 화재‧미생물감염‧화학물질테러 등 위험 상황 대응을 위한 설비 요건이 열거돼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OHSA)은 정신과 관련 시설, 병원 응급실, 지역사회 정신과 의원, 약물중독치료센터와 약국, 지역사회 돌봄 센터, 장기요양시설 등을 일터에 포함시켜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각종 치료요법 전문가, 가정방문 서비스 제공자 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효과적인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기본 요소로 경영진 및 직원의 참여, 작업현장 분석, 위험 예방 및 통제, 안전 및 보건 교육, 기록 관리 및 프로그램 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또 작업장 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선방안으로 근로자와 위험 간에 장애물을 두거나 위험물을 제거하려면 물리적 환경 개선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공학적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의료 및 사회 서비스 제공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폭력 위험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보안‧경보 시스템, 출구 확보, 금속 탐지기, 감지 시스템(폐쇄 회로 비디오, 거울, 시각적 감시를 위한 자리 배치, 유리 패널 설치 등)등을 고려하라는 것”이라며 “또한 의료기관 내부로 진입하는 모든 지점에서 흉기나 대량 살상이 가능한 위험물질, 무기 드이 내부로 반입되지 않도록 차단할 것을 예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보건안전처(Health and Safety Executive)도 의료 및 사회복지와 관련된 모든 종사자에 대한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사고를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개별 부스를 설치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공황 경보시 지역 경찰서와 연계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위급 상황시 연결될 수 있는 전화 및 외부 CCTV를 설치하는 등 업무환경을 권고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2016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경우 몬타나, 와이오밍,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의료인 또는 응급실 종사자 폭행에 대해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고 했다.

김 조사관은 “앨라배마 주에서는 의료 종사자에게 고의로 물리적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2급 폭행죄로 분류해 최고 징역 7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고 애리조나 주는 의사 등 의료 전문 종사자에게 폭행을 가한 자를 가중처벌 하고 있다”면서 “의료적 처치 도는 응급의료서비스, 메디컬 트레이닝 중인 의료인 등에게 육체적 상해를 입힐 경우 2급 공갈폭행죄로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김 조사관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과제로 무엇보다 진료과목별로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관리 필수시설이나 장치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에서 의료기관의 종류별 시설기준 및 시설규격을 일일이 열거한 것처럼 제35조제6호에도 진료과목별 환자 특성을 고려한 폭력 대응 안전 필수시설을 적시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의료기관의 물리적 환경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의료인을 비롯한 종사자 개인에게 폭력에 대처하는 요령을 숙지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조사관은 “흉기 등 살상의 위험이 있는 물건이 의료기관 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걸러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