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해결 위해선 간호인력 충분히 공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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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 해결 위해선 간호인력 충분히 공급돼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9.01.2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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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 열악한 근무환경 등 구조적 문제가 원인
각종 인증 및 평가로 인해 간호사들 업무 부담만 늘어

지난해 아산병원 간호사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된 집단 괴롭힘, 일명 ‘태움’ 문화가 최근 서울시의료원 간호사 자살 사건과 전북 익산 실습간호조무사 아파트 투신까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또다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태움의 배경으로 꼽히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및 열악한 근무환경 등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간호인력 공급과 인증을 비롯한 정부의 각종 평가제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1월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국회인권포럼 대표) 주최로 열린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의 요구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제도들로 인해 간호사들의 업무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상근부회장은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다른 직종보다 업무의 강도가 높고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책임의 엄중함 때문”이라면서 “환자의 요구, 여러 가지 정부의 요구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제도들도 간호사들의 업무부담을 늘리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정부의 수가 정책이 간호사들을 많이 채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간호사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이 적다 보니 병원들은 간호사를 채용하기 어렵다는 것.

송 상근부회장은 “올해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개병동에서 4개 병동으로 늘어남에 따라 지방의 병원들은 간호를 채용하는 데 더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다 보니 병원들은 간호사들의 근로조건 개선,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과 함께 간호 인력 배출을 늘리고 간호사에 대한 보상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비롯해 각종 평가와 보상을 연계하는 정책들이 오히려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점도 지적했다.송 상근부회장은 “각종 인증제도와 평가에 대한 보상제도가 집중적으로 늘어나 간호사들이 본연의 업무 외에도 업무 부담을 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질 관리를 위해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이런 점은 통합해 행정부담을 늘지 않게 만드는 노력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계류된 법률의 제정 및 개정을 통해 간호사의 인권 및 더 나아가 국민의 생명권보호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정환 대한변호사협회 사업이사는 “완전한 대안은 아니겠지만 법 제정과 개정을 통해 의무적으로 부과를 해야 한다”면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간호사들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법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의료원 사건과 기존 의료기관의 태움과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서울의료원 사건은 기존의 태움과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반적인 간호현장의 태움은 임상현장의 긴장감속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가해지는 괴롭힘으로 이번 서울의료원 사건은 행정부서에서 발생한 것으로 직장내 괴롭힘으로 정의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곽 과장은 “지금까지 직장내 괴롭힘과 태움의 기준이 모호했지만 근로기준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이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은 ‘간호사 인권실태와 제언’이라는 발제에서 태움에 대한 논의는 개인 및 집단적 원인의 틀에서 벗어나 구조적인 요인의 복합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이러한 악습을 끊기 위한 의료계의 자정 노력과 함께 간호사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환경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곽 부회장은 “태움은 구조적인 요인의 복합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인권침해의 대부분이 근로조건에 문제가 있고 더욱이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의 대부분이 동료 간호사(70%)”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충분한 간호사 배치 및 확보 △간호사의 현장적응을 돕기 위한 제도 마련 △간호사 관련 법제도 개정 △간호사 노동가치를 충분히 반영한 수가체계 개선 △법정 근로시간의 준수 및 합리적인 제도 개선 △의료기관 내 존중하는 조직문화 확산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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