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결정 시 외국 약가 참조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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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결정 시 외국 약가 참조하지 마라”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8.12.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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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실비아 연구위원, 지불 능력에 부합하는 가격 수준 산출해 제시할 것 강조
▲ 박실비아 연구위원
국가 단위에서 외국 약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약가제도를 정교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약가 결정 과정에서 외국의 등재 약가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위험분담계약(RSA)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국가 또는 지역 단위에서 약가협상이 이뤄지는 국가의 약가는 불투명성이 매우 높아 약가제도에서 참조하는 국가 목록에서 가급적 제외해야 한다는 것.

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보건복지포럼’ 11월호에 기고한 정책분석 자료 ‘의약품 접근성과 약가 투명성 : 트레이드오프인가?’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외국 약가를 참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약가의 수준은 제도 역량과 구매력, 협상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보험자는 재정 계획에 의거해 자신의 지불 의향에 부합하는 가격 수준을 산출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약가 수준에 대한 판단은 정확성이 떨어지는 외국 가격과의 비교가 아니라 분명한 값이 있는 국내 보건의료 재정과 지불 능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실비아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신약 등재 가격이 높아지고 비밀 약가가 형성될 환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불자·구매자들의 공동 대응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리적, 경제적으로 유사한 국가가 의약품의 가치 평가, 약가 협상 및 구매에서 협력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고 약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유럽을 제외하고는 공동 약가 협상이나 공동 구매를 시도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보다 넓은 차원의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가를 지불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2018년 10월 ‘향후 5년에 걸쳐 메디케어 파트B에서 국제약가 지표(IPI : International Pricing Index)를 만들어 약가 수준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외국 약가를 참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디케어 파트B는 2015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비싼 의약품 84개 중 22개 의약품 매출의 절반 이상을 발생시키는 등 그간 미국 내에서 약가 상승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었다.

이에 따라 향후 세계 제약기업들은 국제 등재 약가 수준을 더 높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박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또 우리나라 약가가 외국에서 참조될수록 제약사들이 국내 약가수준을 높이려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란 점에서 최근 캐나다의 결정이 국내 약가 협상 당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캐나다는 2019년부터 신약 약가 결정에서 외국 가격을 포함하는 국가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 벨기에,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을 포함시킬 예정이며, 기존의 약가 참조 국가 가운데에서 미국과 스위스를 배제시켰다.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약가의 비밀화는 단기적으로는 개별 지불자의 의사결정에 편익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불리한 게임”이라며 “자신에게는 유리하지만 타인에게는 불리하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시스템은 실제로는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것이며, 이같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궁극적으로 제약사마저도 패자로 만든다”고 경고했다.

한편 박 연구위원은 독일의 경우 2017년 ‘의약품 공급 강화법(AMVSG)’을 도입하면서 ‘약가의 비밀화’를 폐기하고 공공조직이 건강보험자와 제약사 간 협의된 실제 약가 정보를 요청할 경우 이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더 이상 약가를 비밀로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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