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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하라
중소병원 생존 전략(5) 엘리오 앤 컴퍼니 박개성 대표
2018년 12월 18일 (화) 09:56:11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박개성 대표

첨단 시설과 장비를 갖춘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의료계에 진입한 이후 대학병원의 하드웨어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국립대병원도 분원이나 특정센터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경쟁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병원들은 시설과 장비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환자들이 중소병원에서 찍은 MRI, CT를 대학병원에 가져가면, 잘 보이지도 않는 영상을 왜 찍었냐는 핀잔을 듣는다. 이에 환자는 격분하고, 중소병원에 발길을 끊게 된다. 영상 장비는 노후화되어 고장이 잦고 건물 벽에는 얼룩이 가득하며 폭우에는 비가 샌다, 병원 1층 로비는 복잡하고 지저분하며, 화장실에서는 냄새가 나고, 환자의 동선은 꼬여있다. 눈에 보이는 시급한 투자도 못하는 게 중소병원의 현실이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쾌적한 시설과 새로운 장비가 곧 경영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좋은 시설과 장비로 개원했지만, 최근에 부도가 난 병원의 사례에서도 잘 볼 수 있다. 컨설팅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병원들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한결같이 투자할 돈이 없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재정난은 과거 병원이 잘 될 때 늘 잘 될 것이라고 방심하며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이기도 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것과 같이, 병원이 잘 될 때 혁신하고 미래를 위헤 투자해야 한다. 지금 와서 후회하기보다는 길을 찾으면 된다. 여건이 좋고, 자금여력도 있어 마음대로 투자 할 수 있을 때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불리한 환경과 여건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진짜 실력이 있는 경영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병원의 해답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협력경영을 시작하는 병원의 대부분은 재정난에 처해 있어 투자여력이 없다. 하지만 재정난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허약한 경영체질이다. 기본적인 체질도 갖춰지지 않은 경우엔 장비와 시설을 바꾼다고 해도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경영체질이란 무엇일까? 병원에서 특강을 하는 과정에서도 그 병원의 체질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강의 요청에서부터 강의 후 피드백을 하는 과정까지 잘 짜인 각본대로 한 치의 오차도 구성원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진행하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단계 단계마다 강사를 당혹스럽게 할 정도로 진행과정이 엉망인 병원이 있다. 특강을 준비하는 것만 봐도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과 전문성, 타인에 대한 배려, 학습하려는 자세, 시간 준수여부, 구성원의 병원에 대한 충성도,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병원의 분위기 등을 알 수 있다. 특강과 같이 단발성의 작은 행사에서조차 큰 차이를 있다면 비전선포식, 각종 워크숍과 교육 행사, VIP와 협력병원 관리나 홍보를 위한 대단위 행사에서는 더욱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이런 차이는 행사의 예산규모가 아니라 병원의 경영체질에 달려있다. 경영체질은 경영자의 의사결정 스타일, 일하는 방식, 보상과 교육제도, 사람을 배려하고 인정하는 문화 등이 오랜 기간 쌓여서 만들어진다. 병원의 기초체질이 허약하다면, 거액의 차입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해도 병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쉽지 않다. 재정난이 왔을 때,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체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병원의 체질개선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심기일전해야 한다.

경영자의 시간과 관심은 강력한 투자재원이다
중소병원의 고객 불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료진이나 구성원의 불친절, 긴 대기시간, 만족스럽지 못한 진료성과이다. 의외로 시설이나 장비 같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영역의 비중이 더 높다. 환자들의 중소병원에 대한 기대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큼을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것이 진료기여수당을 비롯한 의료진의 동기부여시스템이 있고, 구성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제도,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제도, 차별적 이미지 확보를 위한 브랜딩 등도 체질강화를 위한 핵심 항목들이다. 진료기여수당의 도입은 의료진과 공감대를 이루고 설득하는 과정이 어렵지만, 창출되는 성과에 비례하여 수당이 발생하므로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체질강화를 위한 노력은 장비만큼 큰돈이 들진 않지만 추진전략 마련, 공감대 형성 등을 위해서 꾸준하고 일관된 추진이 요구된다. 체질강화를 위한 대부분의 과제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인력의 재배치와 경영자의 시간과 관심이다. 그것은 돈(예산) 못지않게 중요한 투자재원이다.

구성원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하자
“나 같아도 우리병원은 안 온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 창피하다.”, “이대로 가면 병원은 망할 꺼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면, 구성원들의 부정적인 전망이 병원의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역으로 병원에 대한 자부심이 높을 때 병원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단순히 이익이 많이 나고, 환자가 많다고 해서 자부심이 높은 것도 아니다. 경영진이 편법을 많이 쓰거나 개인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고 구성원을 이익창출의 수단으로만 본다면 결코 자부심은 생기지 않는다. 지금은 병원이 어렵더라도, 미래의 비전이 명확하고 원칙을 지킨다면 구성원들은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병원의 경영여건이 어려워도 주변 대학병원의 품질을 뛰어넘기 위해 병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느낀다면 자부심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병원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원칙과 성과를 찾아내거나 만들고, 이를 공유하며  확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구성원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습하는 분위기를 만들자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세가 좋은 인재를 뽑아 교육을 통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차라리 높은 연봉을 주더라도 준비된 인재를 뽑고 교육은 개인의 몫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기업처럼 하면 쉽겠지만 현재의 병원은 기업보다 인력 조정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구성원의 역량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문성을 높이는 직무교육과 함께 기본적인 소양과 태도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환자들은 최신장비보다도 의사와 간호사의 옷차림, 걸음걸이와 표정과 같은 소프트한 부분에서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직장인으로서의 자세와 행동, 심지어 표정, 말투, 품행은 물론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지식과 지혜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우수의사, 우수 직원도 돌아가면서 선정할 것이 아니라, 병원의 핵심가치에 맞는 선정기준을 세우고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계속 똑 같은 사람이 나와도 좋다. 그래야 선정되는 사람도 영광스럽고, 다른 사람도 받고 싶어진다.

일하는 방식을 혁신할 제도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자
기업은 승진이나 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개인평가에 많은 신경을 쓴다. 동기부여와 함께 보상의 공정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등급을 세분화하고 복잡한 평가절차를 운영했지만, 최근에는 등급을 3단계 정도로 단순화하고 양방향으로 평가하는 역량개발평가방식을 활용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차세대로 육성해야 할 탁월한 사람과 퇴출을 고려해야 사람을 각각 10%씩 분별해내면 되지, 나머지 80%의 사람은 엄격한 서열을 세우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병원도 우수인력과 퇴출여부를 고려해야 할 인력을 객관적인 평가한 고과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성공을 보상하지 않는 것은 실패를 보상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성과에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무사안일을 권장하는 것과 같다. 또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도 전자게시판이나 업무관리시스템이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병원이 적지 않다. 기획실에서 매일, 매주 만들어서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상당부분의 내용이 정보시스템에서 자동적으로 산출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없다보니 자료의 정확성과 적시성도 현저히 떨어지고, 기획실에서는 단순 자료를 산출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모하여 정작 중요한 분석과 기획업무를 소홀하기 쉽다. 조금만 신경 쓰면 큰 예산 없이도 정보화를 통해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업무가 많이 존재한다. 

홍보는 내부에서부터 시작하자
재정난에 시달려도 굴하지 않고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대규모 홍보예산을 투입하는 병원들은 많지만, 그에 걸맞은 효과를 거두는 병원은 많지 않다. 외부에는 많은 예산을 들여 화려한 홍보를 하지만, 정작 구성원은 수술을 잘하거나 진료를 잘 보는 의료진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인들로부터 의사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와도 그들은 실력 있는 의사가 없다고 말한다. 특정 의사에게 수술해도 되겠냐는 질문에도 큰 병원으로 가라고 대답한다. 자신들도 잘 모르거나 의료진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홍보를 많이 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구성원은 내부에서 홍보한 내용의 사실여부를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홍보할 수 없다. 내부홍보를 하려면 가장 먼저 구성원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의료의 품질을 확보하려는 처절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수술방의 간호사 선생이 의료진의 수술 실력을 인정하고, 자신의 부모와 친지를 모셔올 때 홍보를 할 기본이 된 것이다. 내세울만한 의료진부터 구성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하고, 그들의 진료성과와 역량에 대한 메시지를 정리하여 원내 홍보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느 병원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내부홍보를 해보니 ‘모 과장님이 이런 경력이 있는지 몰랐고, 기회가 되면 가족을 데리고 와서 진료를 받겠다’는 구성원이 많아졌다. 실제로 해당 과장이 지역에서 입소문을 타니까 의료진들이 서로 자신의 브랜드 포인트를 챙기고, 홍보해 달라고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병원 내부에서 전해야 할 메시지가 정리된다면 환자나 지역 주민에게 어필하기는 쉬워진다.

적임자를 찾고 임무를 부여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앞서 말한 과제 중 어느 것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당장 실행해야 한다. 그 출발은 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를 찾는데서 시작하자. 지금까지 못한 사람이 경영자가 질책한다고 큰 성과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업무별로 내부 또는 외부 공모를 통해 적임자를 선정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해야 한다. 의료진에 대한 성과급은 익숙하지만, 일반직 보직자에 대한 보상은 소홀하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보상은 가성비가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재정난에 처했을 때는 병원이 풍요로웠을 때 구성원에게 하지 못했던 요구도 할 수 있다. 구성원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가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적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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