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부담 인하 방식 보장성 강화 ‘한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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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부담 인하 방식 보장성 강화 ‘한계’ 있다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8.12.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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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등 각종 혜택에서 소외된 중위소득 가구 빈곤화 증가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이화영 하버드대 펠로우 발표
▲ 제10회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노홍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과 같이 법정 본인부담금 인하 방식 위주의 보장성 확대로는 가구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의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을 가진 가구에서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위 소득층도 빈곤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영 하버드 보건대학원 다케미 펠로우(전 서울의대 이종욱 글로벌의학센터 연구조교수)와 오주환 서울의대 이종욱 글로벌의학센터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2월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제10회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이 의료비 지출로 인한 빈곤화에 미친 영향’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화영 펠로우 팀은 박근혜정부 기간 동안 시행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실제로 4대 중증질환 가구와 비중증질환 가구 간의 의료비 지출로 인한 빈곤화 격차가 줄어들었는지 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국 의료패널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이날 소개했다.

분석 결과 가구주 및 가구의 특성으로 통제하지 않은 재난적 의료비와 빈곤화 발생률은 정책 시행 전후 전체 그룹은 물론 4대 중증질환 가구에서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대 중증질환에서는 중위소득 가구의 빈곤화 증가가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이는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 만큼의 소득 증가는 크지 않고, 또 본인부담 상한제 수준이 저소득층보다 높으며, 본인부담 면제에 해당될 만큼의 낮은 소득도 아니어서 복지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조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박근혜정부의 4대 중증질환 강화사업 시행 첫해인 2013년의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률은 77.5%로 정책 시행 전인 2012년의 보장률 77.7%보다 0.2% 정도 감소했다는 것. 또 암질환의 경우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2년 74.1%에서 2013년 72.7%로 1.4% 감소했지만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9.7%에서 20.6%로 0.9% 증가하는 등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보장률 개선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다만, 이는 본격적인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전의 데이터여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2017년 이후의 자료를 활용할 때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언급했다.

이와 함께 4대 중증질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으나 중증환자의 진료비 본인부담을 외래 5%, 입원 10%로 낮춰 보장수준을 높인 산정특례 제도 역시 법정본인부담 완화에는 기여했지만 비급여로 인한 의료비 부담은 여전히 환자 몫으로 남아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직접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의료비에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화영 펠루우 팀은 이날 발표에서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비급여 지출의 통제 노력 없이 법정 본인부담금 인하 방식 위주의 보장성 확대로는 가구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감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중증질환을 가진 가구는 여러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의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커져가는 중위 소득층도 빈곤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가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교훈이 될 수 있음은 물론 향후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박사과정에 있는 안지영 씨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행태 변화-가입기간에 따른 의료이용 수준 변화’ 발표에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의료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가입 시점과 의료이용량을 분석한 결과 개인의 의료수요가 높아졌을 때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외래 이용에서 도덕적 해이가 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입원의 경우 개인의 선택보다는 의사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한국의료패널 조사는 의료이용형태와 의료비 지출 규모에 관한 정보를 비롯해 의료이용 및 의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포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패널 데이터 구축이 목적이며, 지난 2008년 이후 매년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의료패널 자료를 활용한 연구결과들을 논의하고 향후 한국의료패널 데이터 활용도 제고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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