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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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허가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8.12.0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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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내국인 진료 금지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대상 조건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
▲ 녹지국제병원 조감도
▲ 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오후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제주도가 12월5일 중국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추진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국내 첫 영리병원이 이르면 내년부터 진료를 시작하게 된다.

원희룡 지사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설명했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이어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 취지를 적극적으로 헤아려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는 앞으로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 허가 취지와 목적을 위반하면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건부 개설 허가 이유로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들었다.

외국 의료기관과 관련해 그동안 우려가 제기돼 온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최대한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조건부 개설 허가를 한 구체적인 사유로 지역경제 문제 외에도 투자된 중국 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 문제 비화 우려,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 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등을 제시했다.

현재 병원에 채용된 직원 134명(의사 9명, 간호사 28명, 국제의료코디네이터 등)의 고용 문제, 토지의 목적 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의 문제, 병원이 프리미엄 외국 의료관광객을 고려한 시설로 건축돼 타 용도로의 전환 불가, 비상이 걸린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도 조건부 허가 이유로 덧붙였다.

제주도의 이번 결정은 의료계 안팎에서 의료 분야의 새 활로를 개척했다는 주장과 의료 공공성을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맞서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영리병원이 의료산업 키울 것   

영리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해 외국인 환자 위주의 종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인 외국계 영리병원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만 허용하고 있다.

그동안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해온 측은 새로운 자본 투자가 이뤄지면서 의료서비스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다른 산업처럼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며 투자를 통해 국내 의료 수준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영리병원은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하기 때문에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쪽은 "환자 입장에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주장도 펼친다.

▲의료 공공성 악화·양극화 심화

반면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도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외국 투자자본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기관은 우리나라의 기존 의료기관 같이 환자의 건강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수익창출을 위한 의료기관 운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현행 정부의 역할과 정책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을 시작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의료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지고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영리병원은 국내 보건의료체계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 의료비를 결정하는 수가와 환자 알선 금지, 의료광고 규제 등 각종 안전장치가 다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

영리병원 진찰료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올라갈 수 있고, 이런 가격 설정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식으로든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비를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경제적 수준에 따라 의료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비싼 치료비를 낼 수 있는 환자들은 영리병원에 가서 첨단 의료서비스를 받지만 가난한 환자들은 이보다 못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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