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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미래는 경영자의 역량에 달려
중소병원 생존 전략(4) 엘리오 앤 컴퍼니 박개성 대표
2018년 12월 03일 (월) 10:20:07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박개성 대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영자들

부친이 산부인과 의원을 열고, 2세들이 이어 받아 경영을 하는 등 유사한 몇 개의 병원이 있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병원들의 규모나 위상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단기간에 명성 있는 전문병원으로서 급성장하기도 하고, 탁월한 성과를 냈던 병원이 갑자기 쇠락하기도 한다. 이를 결정한 것은 이사장이나 병원장의 진료역량이 아니라 경영역량이었다.

경영자의 철학과 전략은 곤경에 처한 병원을 살리기도 하고, 경영자의 한 두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잘 나가는 병원을 부도로 내몰기도 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중소병원의 경영환경이 더욱 척박해질수록 경영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병원장 중에는 사고방식이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분이 적지 않다.

자신의 성공경험이 아직도 유효하고, 진리인양 말한다. 강한 주장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의견을 내지 못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을 자신이 옳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진료 이외의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면, 식당도 맛만 있으면 잘 되듯이 병원도 진료만 잘하면 된다며 의지를 꺾어버린다. 하지만 이미 맛있는 식당도 너무나 많아져, 맛있다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유명한 식당도 스토리텔링을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SNS 마케팅을 전개한다.

미슐랭 가이드 평가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연예인을 동원하기도 하며, 셰프가 예능프로그램에 출현하여 이름을 알리기도 한다. 치킨집이나 중국집보다 병의원 숫자가 많아진 초경쟁시대이다.

진료만 잘한다고 환자가 알아서 찾아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마나 음식 맛은 고객이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의료의 질은 고객이 잘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의료의 질과 서비스의 차별화된 부분을 체계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환자들에게 ‘잊혀진 병원’이 되기 쉽다.

또한 유능한 의료진을 영입하거나 육성하고, 동기부여하는 것도 경영의 영역이다. 의료진 관리를 위해 촌지와 술에 의존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런데도 과거의 방식으로 접근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요즘 의사들은 영악해졌다며 한탄한다.

이와 같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병원장이 경영하는 병원의 분위기는 어두운 경우가 많다. 구성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고,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지 않는다. 모두 이사장이나 병원장 등 오너의 지시만 기다릴 뿐이다. 구성원들은 환자보다도 경영자의 심기를 헤아리거나 병원 내 정치에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대학병원보다 유리한 것은 ‘경영자의 역량’

대학병원의 경영자들이 처한 경영여건은 매우 취약하다. 병원장의 임기가 사립대병원은 2년, 국립대병원은 3년이며 연임하는 사례도 드물다.

임기의 절반이 지나면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 병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은 사립대병원은 1년, 국립대병원은 1년 반 정도인 셈이다. 그래서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하지 못하고, 병원장 교체에 따른 정책의 번복이 반복된다.

한마디로 대학병원은 ‘단기경영’의 극심한 폐해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병원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권한과 보상도 미흡하여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과감한 혁신을 해야 할 동기도 적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병원은 대학병원과는 달리 해외의 선진병원들처럼 경영자가 오랜 기간 재직하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 점이 중소병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중소병원도 많지 않다. 과거의 중소병원 창립자는 의사로서도 명의였고, 경제적 관념도 밝았다. 많은 성취로 인해 자신감이 충만하고, 오랜 경험으로 인해 병원의 세세한 업무도 잘 알며 강력한 추진력도 갖추었다. 그래서 의원에서 출발하여 대학병원을 만든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창립자의 장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단점이 되기도 한다. 카리스마가 있기에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투자하지 않는다. 자기 확신이 많아 다른 의견을 듣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도전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았는데, 점차 작은 비용을 아끼는 것과 같은 일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 결과 전통 있는 중소병원들이 과감한 시도를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다가 정체되고 쇠락하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창립자의 교체기에 있는 중소병원들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혁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중소병원의 미래를 책임질 경영진의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본다.

경영진이 먼저 공부해야 한다

대학병원은 차기 경영진이 누가 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직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핵심보직을 맡아 학습하는데 골든타임을 허비하기도 하고, 의욕적인 사람들은 바로 시행착오 모드로 들어간다.

훌륭한 의사가 곧 훌륭한 경영자는 아니다. 훌륭한 의사와 훌륭한 경영자의 자질과 역량은 다른 점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병원은 경영진 육성을 위해서 홍보실장, 기획실장, 부원장을 거쳐 병원장이 되는 경력경로를 준수하고, 교육이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여 경영자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병원은 우수의사 영입이나 장비 도입에는 투자를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경영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소홀하다.

오너 병원장의 주인의식은 높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연히 경영역량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각종 경영관련 모임에 참석하여 관계자들과 정보를 나누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의문이 생기는 것이나 병원의 현안이 되는 영역부터 심도 있는 학습을 해야 한다.

특히 중소병원과 협력경영을 하면서 가장 효과가 좋았던 학습방법은 바둑과 같이 ‘복기(復碁)’였다. 경영의 복기란 전략을 같이 수립하면서 과거 그 병원이 선택했던 의사결정을 다시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달리 했어야 하고 그 결과가 어떠했을지 논의해보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다가올 기회에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질 수 있다.

봉직의에게도 경영참여의 기회를 줘야 한다

의사들이 병원에 관심이 없고 자신만을 생각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의사들을 병원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지 않는다. 그들이 병원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병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소병원의 봉직의 중에도 경영에 관심이 있고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에게 보직을 주어 경영에 참여시키면 경영진으로서 많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병원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보람도 느낄 것이다.

이들이 병원의 사정과 애로사항을 알게 되면 병원이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오너가 나서지 않아도 병원의 동료들을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병원에서 오너와 봉직의의 심리적인 격차를 줄이는 것이 봉직의에게도, 병원에게도 모두 좋은 일이다.

경영지원의 경쟁력을 높여라

경영진은 봉직의 보직자 이외에 일반직의 전문적인 보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최근까지도 일반직 보직자들은 경영자들의 지시를 이행하는 역할만 수행했다. 그러다보니 일반직은 개인역량을 성장시킬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제는 그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주어야 한다. 일부의 중소병원은 일반직에게 행정원장 혹은 경영원장이라는 보직을 주고, 상당한 금액의 보직수당과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내외부의 경영교육도 받게 한다.

여러 병원에서 4달에 걸쳐 주1회 강의와  토론시간을 가지며 두 번의 워크숍을 하는 과정을 운영해보니, 경영에 대한 지식이 높아진 것을 물론, 병원에 대한 애정도 높아지고 보직자간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 팀워크가 잘 형성되었다.

이런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과 별개로 월 1회 경영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장도 마련하고, 강사를 병원에 초청하여 강의도 듣고, 경험자나 전문가의 지혜를 나누는 시간도 가지는 것도 좋다. 이런 노력이 당장은 큰 효과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병원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가족의 경영참여는 전문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중소병원에서 ‘가족경영’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는 많은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으로 인해 불법적인 요소가 많다.

그동안 사무장이나 노조 등 내부고발로 인해 혼란을 겪은 병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재무나 구매는 가족에게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관여하는 가족이 많아질수록 구성원들의 병원에 대한 애정이 줄어드는 경향도 걱정이지만, 전문성이 없는 사람에게 가족이라고 주요 직책을 맡기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급적 병원경영에는 가족을 제한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좋고, 참여를 하는 경우에도 채용과 보상, 보직임명 등의 과정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경영에 참여한 가족이 다른 구성원보다 더 높은 전문성을 쌓고 병원정책을 준수하며 헌신할 때, 구성원들은 신뢰로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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