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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대학원보다 ‘공공’ 개념 설정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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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대학원보다 ‘공공’ 개념 설정이 먼저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8.11.3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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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원장 “민간의료기관 공공의료 생산자로 간주하면 설립 필요 없다” 주장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과 관련해 의사협회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학교 설립에 앞서 정부가 ‘공공의료’의 개념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공공의료’ 정의를 먼저 지키고,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 생산자로 간주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건강보험의료가 공공의료가 되면 굳이 공공의료라는 용어를 별도로 사용할 필요조차 없어진다는 논리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의료는 건강보험의료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궁극적으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의료는 ‘정책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해 정체성을 찾아주면서 그 곳에서 일하게 될 의사 양성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의료계의 불만도 잠재우고 공공보건의료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은 11월30일자 이슈페이퍼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어떻게 볼 것인가?’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올해 수립하는 의료계획에 이러한 과제를 담아 장기적인 발전책을 만든다면 공공의료대학원 논쟁은 우리나라 의료체계 발전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식 원장은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남원에 있던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이 문을 닫자 이 정원을 이용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는 즉흥적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며 “의료인력 양성과 같은 백년대계를 이렇게 우연한 사건에 의해 처리한다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발전은 고사하고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남의대 입학 정원 49명에 대한 처리는 1995년 설립 당시의 조건이었던 지역 안배 차원을 감안해 전북지역 안에서 소화시켰다면 무난했겠지만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으로 방향이 정해짐에 따라 이같은 논란을 야기시켰다는 입장이다.

이규식 원장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인 2000년에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을 국가·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단체가 설립・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으로 규정했다”며 “이후 공공의료에 대한 정의를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한 의료로 한정한 데 따른 많은 비판에 직면하게 되자 2012년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고 이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현행법을 기준으로 한다면 굳이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해야 할 근거도 명분도 명확하지 않아 의료계의 반대는 충분히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의 생산자가 되기 때문에 공공의료대학원을 졸업한 의사를 민간의료기관에도 배치할 수 있어 공공의료대학원의 필요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 또 현재의 모든 의과대학은 공공의료를 생산하는 의료기관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하기 때문에 굳이 공공의료대학원을 별도로 설립할 명분도 없어진다고 이규식 원장은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행법은 제2조 제1호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정의는 제대로 했으나, 법 제2조 제2호에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별도로 규정하고, 제4호에서도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을 공공병원 위주로 규정함으로써 제1호 국민의 보편적 의료이용이라는 정의에 반하는 법률 체계상의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며 “이와 같은 법 체계상의 모순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정부는 여전히 구법에 기초해 공공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의료를 공공의료로 간주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같은 법률적 모순을 토대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의료만을 ‘공공의료’로 간주함으로써 정부는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타당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그는 유럽이나 미국 등은 공공의료를 공적 재정으로 공급되는 의료로 정의하고 민간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료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공공병원과 동일하게 취급해 정부의 지원을 받고, 공공병원과 동일하게 정부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우리나라는 공공의료를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한 의료로 고집함에 따라 민간의료기관은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되고 규제는 동일하게 받는 모순에 놓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의료정책을 놓고 민간의료기관과 정부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는 것.

우리나라와 의료체계가 매우 유사한 일본의 경우 공공의료라는 용어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고 있어 의료계와 정부가 우리나라처럼 크게 대립하는 것을 볼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규식 원장은 “건강보험사업은 정부가 국민건강보험법을 토대로 강제로 전국민에게 적용하는 사업”이라며 “정부는 원칙적으로 건강보험공단을 앞세워 재정을 강제로 조달할 뿐만 아니라 의료공급도 해야 할 책임이 있으나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지정하고 보험의료 공급을 위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가 국가사업에 민간의료기관을 강제로 동원하고는 민간이라 해서 차별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게 이규식 원장의 시각이다. 유럽의 모든 국가들은 민간병원이라도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공공병원과 똑같은 대우를 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공공의료는 건강보험과 같이 공적 재정으로 생산되는 의료로 정의해야 하며, 이렇게 할 경우 공공의료대학원은 그 역할이 모호해져 설립 논리가 빈약해진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규식 원장은 “공공의료대학원에서 49명의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관해 법률의 정의에 따라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 생산자로 간주함으로써 향후 수립되는 의료계획이나 의료정책 추진에 민간의료기관의 협력을 얻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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