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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 취소 확대 법안의 문제점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대한병원협회 법률고문)
2018년 11월 25일 (일) 21:59:29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올해 초부터 꾸준히 특정사안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의료인의 면허취소 사유를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일부 의료인의 대리수술, 진료 중 성범죄, 무허가 주사제 사용 등의 행위를 한 경우를 면허 취소 사유로 명시하고, 의료행위와 관련한 업무상과실로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 그 정도에 따라 면허 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의 대상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현행 법은 면허취소사유를 한정하고 있다.

모든 법위반이 아니라 의료법 등 보건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그 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를 면허취소 사유로 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운전 중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해당되는데 이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과실이 있는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해당되는데 이 경우도 면허취소나 정지는 되지 않는다.

그러면 원래부터 의사는 범죄로 실형을 받아도 면허에 지장이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과거 의료법 규정으로 돌아가 보자. 현행 법은 2000. 7. 13. 시행된 법률 제6157호, 2000. 1. 12. 일부개정 의료법(이하 2000년 의료법)에 따른 것이다.

2000년 의료법 이전에는 현재 발의된 내용과 거의 유사한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2000년 의료법은 의료에 관한 종전의 규제를 폐지하거나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의료인의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를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로 제한하여 조정한 것이다.

2000년 이후 대다수의 법률들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 강화법이 유독 의료법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의료인에 대한 비판적이고 감성적인 언론 경향은 결국 이러한 시대 역행적 입법을 만들어낸 계기가 되고 있다.

선행적인 의료를 보도하기 보다는 소수의 악행자들에 대한 보도가 절대적으로 많다. 이러한 언론의 취재경향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필수 직역인 의료직에 대한 전 사회적인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인들의 자긍심 추락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국민 건강의 위해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질 우려가 적지 않다.

다시 최근 법안으로 돌아와서 문제점을 살펴보자. 업무상 과실치사는 사회 여러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부주의한 상황에서 사람이 사망하게 되는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공사업무를 하다가 혹은 운전을 하다가 심지어는 개와 산책을 하다가 주의를 소홀히 하여 비록 고의는 아니지만 사고가 발생하고 그 사람이 사망하면 당사자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될 수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겪을 수 있는 범죄 유형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형사처벌로 끝나지 생업을 못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법은 형사처벌 이외에 생업까지 하지 못하도록 의료인을 규제하는 것이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료인에게 너무 과도한 처벌을 예정하고 있어 형평성이나 균형성에 문제가 있다.

물론 전문직인 변호사나 회계사도 죄를 범한 경우 면허가 취소되는 엄격한 규제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하여 업무와 무관한 범죄로 인하여 면허나 자격을 취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면허나 자격은 일정한 전문적 업무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능력에 관한 문제이지 사람에 대한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평가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어 사회의 일반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한 직역에 해당된다. 기본적으로 인체에 대한 침습적 업무를 하여야 하므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업무환경이 감안되어야 한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의무나 책임의 영역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평등은 실질적 평등을 의미하고 같은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한 업무 환경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민사적 배상 책임과 별도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생각하여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민사배상책임과 또한 형사 죄를 묻고 더 나아가서 생업까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은가 살펴보아야 한다. 또 다른 형벌로 이중의 처벌은 아닌가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선의성에서 행위 동기가 설정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인데 악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획일적으로 엄단하는 것은 서로 앞뒤가 맞지 아니하다.

마지막으로 의료에는 타 직업에 없는 진료거부 금지 규정이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자신의 병의 난이도나 급박성에도 불과하고 안심하고 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의사의 입장에서는 위급한 환자로 사망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라 하더라도 진료가 강제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의사는 사전에 자신에게 주어질 위험 요인을 선택하거나 회피를 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만일 위 법안이 합리적이고 공평하려면 의료법의 진료거부 금지 규정 또한 삭제하여야 할 것이다. 형사처벌되고 또한 생업을 못하게 하는 위험한 일을 법에 의하여 강제하고 결과를 기다려 이중 처벌하려는 것은 이해되기 어렵다.

사회 구성원 일부에서 발생한 슬픔에 대하여 공감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 상호부조의 미덕에서 출발하고 마감되어야 한다. 슬픔을 위로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더 나아가 타인의 슬픔을 공분으로 연대하여 가해자를 집단으로 다시 가해하는 것은 집단보복에 불과하다. 선진 문명에 반하는 야만적인 현상이다. 죄형법정주의 및 법치주의에도 맞지 아니하다. 최근 입법은 일종의 보복 연대를 법이라는 이름으로 실행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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