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보다 나은 게 무엇인가?
상태바
대학병원보다 나은 게 무엇인가?
  • 병원신문
  • 승인 2018.11.25 2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소병원 생존 전략(3) 엘리오 앤 컴퍼니 박개성 대표
▲ 박개성 대표
대학병원에 주눅들 것 없다

과거 중소병원은 주변의 중소병원과 경쟁하는 구도였다.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가고 싶어도 대기시간이 너무 길고, 또 불친절하기 때문에 중한 질환이 아니면 가깝고 친절한 중소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중소병원을 뛰어넘어 바로 대학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과거에 적자를 보던 대학병원들도 이제는 적지 않은 흑자를 내고 있다. 이는 정책적인 탓도 크지만, 이와 함께 중소병원을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데 기인한다. 과거에 중소병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가깝다.

기다리지 않고 빨리 진료 받을 수 있다. 진료비가 싸다. 의료진이 친절하다는 점이었다. 반면에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우수의료진이 부족하다. 특별히 잘하는 전문분야가 없다. 시설과 장비가 낙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중소병원이 가진 장점은 대학병원과의 격차가 줄어들었고, 중소병원이 가진 단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30분 내 대학병원에 갈 수 있다. 국민소득은 높아졌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줄어 환자들의 진료비에 대한 불만이 현저히 낮아졌다.

대학병원의 의료진에 대한 친절도 현저히 개선되었다. 고객만족도를 평가요소로 관리하고 의료진이 진료하는 것을 모니터링하고 코칭하는 등 시스템과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 덕이다.

게다가 시설이 낙후되었던 대학병원들도 최근 10여년 사이에 리모델링과 신축을 통해 시설을 쾌적하게 개선하였고, 로봇수술이나 양성자 가속기와 같이 장비에도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진료의 질에 대한 격차는 여전한데, 비진료적인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질환의 중증도 여부와 관련 없이도 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게 되는 것이다. 대학병원에 경증환자들 몰리는 것이 대학병원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곧 우수한 교수님들이 진료에 분초를 다투는 중증환자들보다 경증환자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천하장사급 분야를 길러야 한다

과거에는 체급이 있는 경쟁이었으나,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이제는 체급 제한이 없이 천하장사를 요구하게 되었다. 진료과나 질환별로 중소병원급인지 대학병원급인지에 상관없이 천하장사급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있어야 한다.

대학병원이라고 해도 모든 분야에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또 질환별 진료 표준이 없거나 협진과 컨퍼런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는 여전히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제공받는 의료의 질이 현저히 달라진다.

이런 대학병원의 현실을 살펴볼 때, 중소병원이라고 해서 무제한급 경쟁을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제 중소병원의 의료진 중에도 교수출신이 많아졌고, 교육 기회도 다양화되어 의료진의 실력격차가 많이 줄었다. 대부분의 장비도 평준화 되었다.

그렇기에 의료의 질이 대학병원보다 당연히 낮아야 할 이유는 없다. 중소병원은 모든 분야에 있어 대학병원과 같은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렵지만, 몇몇 특정 분야는 대학병원과의 경쟁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영역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다음 네 가지의 고려사항을 제안해본다.

전문화 분야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라

먼저 미래수요와 현재의 경쟁력, 실행가능성을 고려하여 전문화 분야를 결정해야 한다. 이사장이나 병원장의 전공분야이라면 더욱 좋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전문화하는 것이 속도감도 있고, 또 지속성도 있기 때문이다. 분야를 정했다면, 그 분야만큼은 적정수의 규모를 확보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적인 성공요건이다.

진료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주변 대학병원의 동일 진료과의 의료진 수를 감안하여야 한다. 한두 사람의 의료진에 의존한 전문화는 이들의 이직에 의해 무너지기 쉽고, 또 이들의 영향력이 커져 병원에 과도한 요구를 하는 요인이 된다.

전문화 분야가 한 두 사람의 이직에 의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도 의료품질의 측면이나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의료진 수를 갖추어야 한다. 일정규모 이상의 전문의가 모여 있을 때 의료품질을 확보하고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전문화를 위해 투자된 장비와 지원인력의 활용도를 높여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즉, 전문화는 환자수에 관계없이 시설, 공간과 지원인력의 확충이 불가피한데, 이는 고정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을 의미한다. 전문화를 위한 고정투자는 했지만, 의료진의 수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장비나 지원인력의 활용도는 떨어져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전문화된 영역의 인력이 적다고 해도 대부분 진료과의 의료진이 다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비나 지원인력의 활용도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병원은 장비나 지원인력의 활용도를 고려하여 전문화된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 대학병원 대비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화된 영역부터 센터화하라

대학병원도 장기나 질환별로 관련 진료과들이 원활한 협진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짧은 임기마다 병원장이 교체되는 대학병원에서 진료과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협진에 필요한 공간을 재배치하며,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도리어 최근까지 성공적인 전문병원들이 병원장의 강력한 리더쉽 하에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질환별 센터의 모습을 더 잘 갖추어 가고 있다. 종합병원에서 모든 진료과보다는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부터 센터화를 추진해야 한다.

예약에서 사후관리까지 모든 것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의료진과 지원인력이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환자의 진료상황이 의료진 사이에서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유명한 안과 전문병원, 척추․관절전문병원, 여성암 전문병원 등은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서비스를 개발해왔기 때문에 성공했던 것이다.

중소병원은 규모에 따라 상황에 맞게 최소 2~3개 분야의 전문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지금 이익이 난다고 안심하고 있는 중소병원이 가장 위험하다. 10년을 내다보는 안정성은 이와 같은 전문화 영역이 얼마나 잘 브랜딩이 되었는가에 달려 있지 당장의 손익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한두 명의 진료과는 가급적 줄여라

2인 미만의 의사로 이루어진 진료과의 인사 고충은 중소병원의 병원장에겐 매우 힘든 일상이다. 의사들이 7, 8월에 나가면 다음해 초까지는 의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면 6개월 정도 폐과가 되었다가, 다시 인사 이동기를 맞이해 새로운 의사를 영입해야 한다. 영입한 의사의 진료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

거의 1년간 진료의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더욱이 이렇게 어렵게 뽑은 새 의사가 괜찮다는 보장도 없고, 오래 근무한다는 보장도 없다. 중소병원 중에도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면, 이런 과는 과감하게 폐과를 하고, 실력 있는 개원의나 대학병원의 관련 과와 협력하여 서로 환자를 의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규정 때문에 최소한의 의료진의 인력 보유가 불가피한 진료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종합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병상 규모에 따라 산부인과, 치과, 정신건강의학과와 함께 진단검사의학과나 병리과가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규제들은 중소병원의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일례로 출산을 전문으로 하는 산부인과 전문병원들이 많은데, 인근의 종합병원은 자격요건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를 유지하고 신생아실, 분만실을 운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개원가에 치과병의원이 과잉인 상태인데 종합병원 자격요건 때문에 치과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규제만 없다면, 산부인과와 치과의 개원가 중에서 진료 협약을 맺거나 대학병원의 관련과에 의뢰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를 전문으로 하는 개원가의 병의원을 활용하면 된다. 대학병원에서도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실정이다.

핵심적인 프로세스부터 혁신하라

대학병원은 문제를 알아도 해결하기 힘들다는 고질적인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환자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료과 간의 갈등을 해소해야 하고, 구성원들의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전문화를 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수나 공간, 장비를 특정과에 유리하게 배정을 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진료과 간의 조정과 합의가 쉽지 않다.

게다가 프로세스 혁신은 한 진료과 내부에서만 합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진료과와 진료지원과의 협력 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중소병원은 경영자가 바른 리더쉽을 가지고 ‘환자의 만족, 진료의 질’을 중심에 두고 설득하면 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진료과의 재배치나 조금의 리모델링이 요구될 수도 있지만, 대학병원에 비해 공간이 넓지 않고 동선이 복잡하지 않아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하기가 더 수월하다. 이와 같은 빠른 의사결정과 추진력이 중소병원의 핵심 경쟁력이다. 환자 응대, 협진방식, 프로세스 재설계, 공간재배치 등에 있어 발빠르게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성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발전시켜 나간다면 병원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병원보다 중소병원의 의료진들은 급여를 더 받지만, 그만큼 세션수도 더 많다. 대학병원은 의료진을 동기 부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어렵고, 부적격자를 조치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중소병원은 우수의료진에 대한 동기부여에도 용이하고, 부적격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전문화 경쟁에 있어서 중소병원이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거의 모든 운동 종목에서 기본적인 체격을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설로 불리는 최고의 운동선수들 중에는 체격적으로 열위에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한결 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스피드와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했다는 것이다. 중소병원도 작다는 약점을 의사결정의 스피드와 프로세스 또는 시스템의 정교화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체급 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용기와 자신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