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결산]이럴 거면 증인은 왜 불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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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결산]이럴 거면 증인은 왜 불렀지?
  • 최관식·오민호 기자
  • 승인 2018.10.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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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감 실패했지만 고성·대립 등 폐단 사라지고 깔끔한 진행 돋보여
증인·참고인들 큰 역할 못하고 의원 질의 답변하는 수준에서 역할 그쳐
10월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진행된 2018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예년과 달리 국감장을 달굴 만한 뚜렷한 이슈가 없는 가운데 다소 밋밋하게 진행되다 맥없이 마무리됐다.

국감 초반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문재인케어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초래할 건보재정 부족 문제가 반짝 이슈로 등장했지만 일정이 뒤로 이어지면서 메아리 없이 독백에 그친 느낌을 줬다.

후반기 위원장을 맡아 처음 의사봉을 잡은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의 깔끔한 운영이 돋보인 2018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예년처럼 걸핏하면 차수를 변경하면서 이튿날까지 감사가 이어지던 관행을 벗어던지고 종합감사일인 10월29일에만 유일하게 차수를 변경해 10월30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등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 점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 지목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마다 의사진행발언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던 모습은 2018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국감에서도 적지 않은 증인과 참고인들이 감사장에 불려나왔지만 예리한 질문에 쩔쩔 매거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의 충격적인 답변은 없었다. 증인들의 역할은 대부분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심지어는 주변에서 “이럴 거면 증인들을 왜 부른 거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 정영호 회장도 10월29일 종합국감에서 증인석에 참고인 자격으로 섰다. 정 회장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한 중소병원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국회 보건복지위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솔직하게 전달했다.

정영호 회장은 특례업종으로 분류된 보건업은 노사 간 합의로 주 52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있지만 11시간 휴게시간 의무조항으로 인해 응급환자 발생 시 환자를 돌볼 수 없는 공백이 초래된다는 점을 호소했다.

역시 참고인으로 나온 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도 주 52시간 제도는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별사업장에서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적절한 방안을 찾는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일률적 기준이 필요한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의사인력 부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감 초기부터 꾸준히 문제 제기가 돼 왔던 문재인케어는 보장성 확대라는 방향성에는 이의가 없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 대책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유재중 의원은 10월29일 종합감사에서 “대선공약이라고 정부가 문케어를 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재정부담으로 인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비를 정부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일선 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지원 사업비가 2018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현재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중소병원을 위해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한 비용을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명수 위원장은 “현재 중소병원의 경우 자금 유동성이 낮고 채무비율이 높아 큰 비용이 소요되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자체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 시 장기간 진료기능 축소에 따른 수입 감소도 매우 크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재정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중소병원의 재정악화는 자칫 환자 진료공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정부의 일방적 제도변경에 의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원인을 제공을 한 정부가 설치비를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이명수 위원장의 의견이다.

이명수 위원장은 따라서 내년도 예산안에 반드시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에게 발표하는 ‘환자경험평가’와 수가보전을 위해 실시하는 ‘의료질 평가’ 결과가 각각 달라 국민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의료질 평가와 환자경험평가 관계성 현황’ 자료를 통해 ‘환자경험평가’ 결과는 국민에게 발표하고 있지만 돈 문제로 직결되는 ‘의료질 평가’는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질 평가는 서열화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수가와 무관한 ‘환자경험평가’의 경우 대형병원이 최상위에 위치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의료기관 평가가 지원금을 배분하기 위한 평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 중 유일한 외국인인 아비 벤쇼산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추궁을 받았지만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됐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다국적제약사들이 이윤을 위해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인질극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약가 책정과정에서 코리아패싱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해 달라는 ‘청탁’도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박능후 장관은 “가격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다국적제약사들과 사투를 벌이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행정부의 정책을 감시하고 평가 및 견제, 개선하기 위해 장장 20일간 지속된 2018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과거와 같은 윽박지르기나 여야 간 대립, 모르쇠 등의 부정적인 관행이 모두 사라진 점은 다행이지만, 정곡을 찌르는 깊이 있는 정책 해부 없이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비쳐진 부분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다. <공동취재=최관식·오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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