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 CCTV 관련 법 개정안 등에 관한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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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행위 CCTV 관련 법 개정안 등에 관한 문제점
  • 병원신문
  • 승인 2018.10.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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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의료행위 녹화 필요성과 관련된 주장이 사회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불신의 빌미를 제기한 소수 병원들의 문제도 있다. 수술을 하기로 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에 의한 이른바 유령수술이나 심지어는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기 업체 직원에 의한 수술 가담 그리고 마취된 환자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나 수술실에서 생일파티 등 누가 봐도 희한하거나 법적으로 문제된 일이 있어왔다.

그러한 이유로 지난 국회(2015년)에 폐기된 의료법 개정안에 관한 내용이 다시금 논의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경기도지사가 도립병원에 2018. 10.부터 수술실 CCTV를 시행하겠다고 하였다. 과거 의료법 개정안과 경기도의 접근법은 약간 결이 다르기는 하다. 의료법 개정안은 CCTV 녹화 내용을 의료사고 증거로 하여 분쟁해결에서 사용하자는 취지였다. 경기도의 입장은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폭언·폭행 등의 인권침해 행위나 의료사고를 예방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경기도 도립병원이 환자의 동의를 얻어 수술실 CCTV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의료기관 개설 운영자의 업무방침이다. 업무방침 자체가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는 좀 더 검토하여 보아야겠지만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현행법 체계상 외부 유출이 없는 이상은 뭐라 할 성질은 아닌 것 같다.

현재에도 병원에 따라서는 환자의 동의를 얻어 수술실의 상황을 촬영하는 일이 없지는 않다. 더 나아가 필자는 환자의 동의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의료법은 의료에 관한 기록을 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고, 과거에 종이에 의한 기록이 현재에는 방사선 사진을 거쳐 전자의무기록 등 컴퓨터 장치에 의하여 처리되는 데이터로 보관되는 경우도 법이 허용하고 있다.

CCTV에 담긴 수술관련 영상정보도 결국은 데이터이다.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것을 환자에게 미리 동의를 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행법상 법적으로 기록과 보관의 의무가 챠트에는 있지만 CCTV에는 그 법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다르게 볼 뿐이지 엄밀한 의미에서 의료와 관련된 모든 기록이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상황이 이와 같은데, 개개 병원의 업무 방침으로 환자와 사적 계약(동의)를 통해 업무방법을 임의로 선택하는 것과 달리, 법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우리 증거법에 관한 사법체계와 충돌될 수 있다. 의료사고 증빙을 위한 증거로서 촬영을 하자는 것이다. 증거를 만들거나 만들지 않거나를 환자와 병원이 합의를 하여 변경할 수 있는가? 사법적 영역인 증거에 대하여 환자와 병원이 동의 여부에 따라서 증거를 없애거나 증거를 남겨 두는 것을 입법기관이 법으로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입법안이 우리 사법질서에서 용인될지도 의문이다. 입법목적 자체가 사법체계와 모순된다.

다음으로 입법이 추구하려는 또 다른 목적(성희롱 예방, 유령수술 금지, 무자격자 수술 방지 등)은 그 자체로는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미 다른 무수한 규제 수단이 존재하고 있다. 성희롱은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그 보다 더 한 의료인 취업이나 개설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유령수술 금지는 최근 의료법 개정으로 형사처벌도 부과 되어 있다. 무자격자 수술은 무면허의료행위에 관한 의료법이나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상 가중처벌 되며, 관련된 의사는 면허취소도 된다. 명찰제 등이 이미 도입되어 있고, 수술에 관여하는 의사를 설명하도록 의무화도 되어 있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입법된 수단이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타 법과의 충돌도 문제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에 의한 기본권(사생활) 침해가 광범위하고 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공장소에서만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의료행위를 소매치기나 강도 등과 같은 선상에서 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이유라고 하면 의료행위의 선의성(善意性)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는 것이다. 사생활의 자유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특히 신체의 생김새나 수술시 발생하는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아니하는 자신의 모습이 촬영되지 않을 권리가 무엇보다도 중시되어야 한다.

복지부의 가이드라인과도 충돌 된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 안행부와 공동으로 의료기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의료기관의 진료실, 처치실, 수술실 등은 원칙적으로 CCTV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 내용은 2015년 개정 가이드라인에도 유지되고 있다.

입법안은 분쟁조정 목적이외에 CCTV내용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분쟁조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CCTV의 내용이 어찌되었든 환자 측에 전달될 수밖에 없다. 전달된 정보는 법적 분쟁조정이 아니라 비 법적으로 합의 강요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최근에 환자 수술 장면이 언론에 여과 없이 보도된 사례를 보면 실제 현장에서는 입법취지와는 다르게 활용될 것임이 예견된다. 의료사고 여부인지 분쟁조정중재원에서 논의되기도 전에 CCTV촬영 장면이 언론사에 흘러들어가서 병원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언론은 수술의 과실 여부를 논하기 이전에 CCTV에 담긴 당시의 의료진의 태도만을 가지고 감각적인 비난으로 일관하였다. 병원은 억울한 부분이 있는데도 여론에 밀려 합의를 하였다고 한다.

누가나 다 병이 든다. 이 법안을 성안하여 통과시키는 국회의원들도 모두 환자로서 병원을 이용하게 된다. 자신들이 환자로서 수술 받은 내용이 데이터로 저장되는 것은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든 쌓인 정보는 유출될 수 있다. 가장 안전한 데이터 보관은 데이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오히려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병원이 자신의 의료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하려고 환자들의 사전 동의 없이 또는 포괄적 동의만을 받고 촬영을 해두는 것을 금지하자는 입법안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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