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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의의 배신과 병원장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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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의의 배신과 병원장의 복수(?)
  • 병원신문
  • 승인 2018.10.1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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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의 중소병원 생존전략(1)
▲ 박개성 대표
갈수록 어려워지는 중소병원의 현실을 차마 볼 수 없어서 ‘문케어시대의 중소병원 생존전략’이라는 글을 썼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지만, 오히려 답답함만 드린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생존전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다시 펜을 들게 되었다. 경영 원리는 같지만, 실제로 실행할 때는 조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골프도 원리만 생각하면 모두 싱글이 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건 키, 체형, 운동신경, 멘탈은 물론이고 구력과 연습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과 병원이 다르고,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이 다르다. 또 중소병원들 간에도 입지, 명성, 규모 등 수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중소병원의 생존 방식에 대해 일반화하여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게 된 것은 중소병원의 경영자들도 이미 많은 경험을 했기에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특성을 감안하여 수용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중소병원의 경영자들이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문제를 7회에 나누어 연재하고자 한다. 제시되는 대안들이 자신의 병원은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 지를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병원의 경영수준과 개선방향을 점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싣는 순서-

(1) 봉직의의 배신과 병원장의 복수(?)
(2) 과잉경쟁으로 환자감소는 불가피하다?
(3) 대학병원보다 나은 게 무엇인가?
(4) 경영의 전문성을 높이는 법
(5)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하라
(6) 구성원에게 미래를 알게 하라
(7) 한 번의 사고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1) 봉직의의 배신과 병원장의 복수(?)

 

▲ 박개성 대표
의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대학병원보다 중소병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명성이 없는 병원은 의료진의 실력과 태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형병원은 의료분야에서 적자가 나도 많은 환자 풀을 활용하여 의료외수익을 창출하지만, 중소병원은 그렇지 못하다. 장례식장도 일정 규모가 되어야 할 수 있고, 임대수입을 올릴 공간도 극히 협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분야에서 이익을 내지 않으면 병원경영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의료분야의 건강성을 좌우하는 건 ‘의사’다. 그러나 채용, 유지, 평가와 보상, 동기부여 등 의사와 관련된 것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의 의사는 병원에 대한 태도나 행동방식이 매우 다르다. 대학병원의 의사는 대부분 병원에 남아있고자 한다. 근속년수가 길어질수록 교실 내 기득권도 커지고, 고용의 안정성과 노후를 대비한 연금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를 함부로 대하거나 병원의 정책을 지키지 않거나 진료수익이 지나치게 미흡해도 그들에 대한 처벌이나 해고가 매우 어렵다. 이에 반해 중소병원의 의사들은 쉽게 이직하는 경향이 있지만,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중소병원 경영진의 고질적인 숙제 중 하나가 훌륭한 의료진을 구하거나 육성하고, 또 안정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것이다.

중소병원의 봉직의들은 들어와 환자가 좀 늘 시점이 되면 주변의 병원으로 이직하곤 한다. 진료 잘한다고 해외연수까지 보내주었더니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일 잘 하는 간호사들까지 같이 데리고 나간다. 그것도 병원 가까운 곳에 개원한다. 나가기 전에 환자정보는 다 빼내고 어디에서 개원하는 지 알리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냥 나가지도 않는다. 흔히 병원장의 성격이나 병원의 근무조건을 탓하면서 개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다 일방적인 주장이라서 화가 나는데, 더 화가 나는 것은 남은 의사들도 그를 비난하기보다는 동조하는 분위기다. 남은 이들도 늘 이직기회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꼭 있었으면 하는 의사들은 더 잘 옮긴다. 오라는 데가 많기 때문이다. 나가는 시기도 이동이 많은 1, 2월이 아니라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7, 8월에 나간다. 의사가 나가면 진료수입이 일부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의사의 진료수입이 바로 없어진다. 한 의사만 있는 진료과는 일시적으로 폐과나 다름 없다. 아무리 서둘러도 대체할 의사가 바로 구해지지 않는다. 또 구한다고 해도 진료수익이 바로 정상화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진료수입이 많은 의사는 중소병원에서 ‘슈퍼 갑’이다. 상당수의 슈퍼 갑은 과도한 보상과 특별한 대우를 원하며, 시간이 갈수록 바라는 것이 많아진다.

문제가 많은 의사라고 해서 쉽게 내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병원이 의사를 함부로 생각한다는 분위기가 생길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중소병원은 환자가 줄고 수입이 줄지만, 의사들의 연봉을 깎기는 어렵다. 떠나는 것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연봉철만 다가오면 병원장들은 괴롭기만 하다. 병원 명성이 낮고, 의사 수가 많지 않은 대부분의 중소병원장들은 의사 앞에서 ‘완전 을’이다.

중소병원의 경영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신감이다. 아꼈던 의사가 갑자기 나간다고 하면 애인에게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분도 있다. 중소병원의 의사들은  병원이 자신들을 진심으로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하지만, 경영진은 그들의 선배 혹은 선임의사들로부터 수도 없는 배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경영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병원장들은 봉직의를 믿지 않게 된다. 병원과 의사들의 관계는 갈수록 경제적인 관계에만 의존하게 되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정도 없는 씁쓸한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딜레마이다. 의사가 오래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좋은 의사를 육성하거나 데려와야 하고, 또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면서 만족하고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출발은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를 역지사지하는 데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들은 미래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대학병원과는 달리 진료실력이나 연구성과에 대한 자부심도 적고 고용의 안정성과 노후를 위한 사학연금도 없다. 오래 근무한다고 해서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고용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고 매년 연봉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젊을 때 연봉을 더 많이 주는 병원으로 옮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봉직의들은 이직할 때 병원에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의과대학이나 수련과정에서 동료와는 경쟁관계였고, 선생님과 선후배와는 상하관계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다른 이에게 표현하고 타협하는 것을 배우고 익히기 어렵다. 그래서 봉직의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병원에서 먼저 물어봐주기를 원할 뿐, 불만이 있어도 해결할 시도를 잘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병원장도 봉직의와의 대화를 먼저 시도하지 않거나, 그들의 요구가 있을 때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병원은 일방적인 강요와 어색한 상황을 회피하며 시간만 흘려보낸다. 그 결과 매번 봉직의는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하고, 병원은 갑자기 새로운 의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봉직의가 대학병원으로 이직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은 개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다. 개원하려는 의사는 이미 성공확률이 높다고 확신한 경우이기에 병원이 이들을 잡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또다시 의약분업과 같이 개원이 용이한 의료정책이 도입되지 않은 한,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환경에서 개원을 위해 퇴직하는 의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대부분의 선택은  다른 중소병원으로 이직하는 것인데, 결국 의사를 놓고 다른 병원과의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병원과의 의사수급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에 대해 대표적인 다섯 개의 과제를 제시해보겠다.

첫째, 병원의 비전과 개인적인 성장기회를 알려주어야 한다. 누구나 잘 되는 병원에서 근무하고 싶어 한다. 지금 그렇지 못하다면 미래라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병원이어야 한다. 그래서 병원은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비전을 설정하여 병원, 진료과, 개인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교육이나 컨퍼런스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외부교육이나 학회참여도 권장해야 한다. 교수가 아니라고 해서 공부하지 않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지속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의사에게 미래는 없다. 이미 개원가의 의사들이 학회장을 맡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동료들 간의 신뢰관계를 조성해야 한다. 비전이 없으면 그 빈자리에 돈이 차지하게 된다. 자신의 성장가능성이나 인격적 대우에 대한 차이가 없다면 의사가 근무할 병원을 선택하는 유일한 잣대가 돈이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둘째, 이사장이나 병원장 등 경영진이 의사를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출신대학을 불문하고 기본적으로 공부를 매우 잘 했고, 칭찬 속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경영진의 사소한 언행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영자들이 자신들을 수익의 도구로 생각하거나, 자신들의 의학적인 견해를 무시한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또 어떤 제도의 도입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는 절차를 거지치 않으면 일방적이라고 경영한다고 느낀다. 이런 생각이 퍼지면 그들은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래서 병원정책에 충실한 의사들에게는 칭찬과 보상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공식적인 회의를 주재할 때도 배려심 있고, 신중한 표현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이벤트와 제도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을 존중하고 경영의사결정에 반영해야한다.

셋째, 합리적인 근거에 의한 연봉을 책정하고, 연봉을 체결하는 프로세스를 정착시켜야 한다. 과거에 비해 의사 연봉이 떨어졌다 해도, 지방은 아직도 매우 부담되는 수준이다. 의사는 실수령액(소위 네트)을 기준으로 연봉을 요구하는데 이를 세전 연봉으로 환산하면 어지간한 대기업의 임원급 연봉을 넘어선다. 많이 기여하는 의사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은 병원에도 큰 부담은 아니다. 그런데 기여와 보상의 형평성이 무너져 있는 의사가 적지 않다. 기여와 보상의 형평성을 맞추고, 수익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진료과는 규모를 키워 전문화를 하든지 아니면 폐과를 하고 개원가나 다른 병원과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연봉금액 자체도 중요하지만, 연봉 책정근거를 의사에게 알려주고 협의하는 절차를 설정하여 그들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연봉의 수용도를 높이는 것이 병원 분위기에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넷째, 동기부여를 위해 진료기여수당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자신의 이해에만 관심이 있는 의사는 병원 발전을 위한 정당한 요구에도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하지만 병원발전에 개인의 성장과 보상을 연계시키면 그들은 병원정책을 수용하여 짧은 기간에도 높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그들은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주어진 룰을 이해하고 신속히 추진하는 능력을 충분히 익혔기 때문이다. 진료기여수당을 설계할 때는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지표를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의료수익에만 치중되지 말고, 병원의 핵심과제에 연관된 지표를 함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중증도, 협진건수, 외부의뢰건수, 초진율, 의사별 고객추천지수(NPS), 전문화 영역의 성장율 등이 대표적인 지표의 예시이다. 진료기여수당은 단순히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병원의 발전전략을 이해시키는 의사소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진료기여수당은 영향력이 매우 큰 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병원 특성을 반영하여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반드시 의사들이 충실히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친 후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다섯째, 고용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매년 하는 연봉계약을 고용계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병원에서 연봉계약을 하지 않으면 나가야 하는 1년 계약직으로 자신을 비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해고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고용의 안정성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의사들의 장기계약, 해고요건과 절차 등을 설정하고 이를 알려줌으로써 치명적인 문제가 없으면 계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또한 장기근속을 할수록 혜택이 많아지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실제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병원들에서 이런 방법을 통해 의료진의 수급이 좋아지고, 그들 간의 팀워크가 생기면서 병원 분위기부터 달라지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다. 제시한 다섯 가지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를 점검하고, 병원에 맞게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면 그 과정에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소병원의 경영자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너무 많다. 늘어나는 규제들, 가속화되는 인력난, 단체협약, 심평원이나 국세청 실사, 의료분쟁 등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세월을 보낸다. 그 복잡한 와중에도 진료수익을 올리겠다고 수술방에 들어간다. 수술방에서 나오면 어떤 의사가 면담 좀 하자고 한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역시 ‘나가겠다’고 한다. 끊었던 담배를 찾게 된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이런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한 정답은 병원이 강해져야 한다. 그들에 대한 복수는 섭섭한 마음에 남아 있는 의사들을 냉정하게 대할 것이 아니라, 많은 의사들이 오고 싶어 하는 병원을 빨리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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