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결산]보건복지위, 뚜렷한 이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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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결산]보건복지위, 뚜렷한 이슈 없어
  • 최관식·오민호
  • 승인 2018.10.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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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가운데 문케어, 원격의료, PA, 의료전달체계 등 다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0월10일 국회에서 개최한 2018년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는 예년과 달리 정쟁도, 뚜렷한 이슈도 없는 가운데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명수 위원장이 후반기 첫 의사봉을 잡은 가운데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된 이날 국감에서 다뤄진 주요 이슈는 △문재인케어 △원격의료 △PA △의료전달체계 △공단·심평원 통합 등으로 요약된다.

▲ 선서를 하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사진 오른쪽).
문재인케어

이날 국감은 보건복지분야 이슈를 끌고갈 만한 뚜렷한 이슈가 등장하지 않은 가운데 조연급인 문재인케어가 주연 배역을 맡은 느낌을 줬다.

신기하리만치 이견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올해 국정감사의 다른 보건복지 사안과 달리 문재인케어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색채에 따라 문케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쪽과 두둔하는 쪽으로 명확하게 편이 갈렸기 때문이다.

우선 야당 소속의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13조 5천억원으로 지난해 추계보다 3조 9천억원 증가했다”며 “8년 만에 최고 보험요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준비금 소진은 겨우 1년 늦추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률을 70% 수준으로 올리면서 보험요율 인상률 3.2%를 약속했지만 올해 6월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내년도 보험요율을 3.49% 인상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재정수입보다 많아 1조 9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2027년까지 매년 최소 4천억원에서 최대 4조 9천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승희 의원은 적자규모가 예상보다 증가한 것은 문재인정부가 임기 내 보장률 70% 달성을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도 문케어로 인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총 12조 1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케어가 차기 정부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김승희 의원은 “8년 만의 최고 보험요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문케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에게만 보험료 부담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역시 야당 소속의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 안산 단원갑)은 문재인케어 시행 1년이 지났지만 보건복지부가 아직도 향후 문재인케어의 근간이 될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이렇다 할 ‘재정절감대책’을 못 내놓고 있어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은 2016년 2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시행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도록 돼 있으며, 올해는 그 첫 계획인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이 수립되는 해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조의2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올해 9월30일까지 건강보험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나 법정시한을 넘긴 10월 현재까지도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종합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연 의원은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건보재정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어도 향후 10년은 내다보는 장기 건보 재정전망이 종합계획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케어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건복지부가 아직 이렇다 할 재정절감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앞으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의료비 지출 관리를 위해 연간 급여비 지출의 1%~1.5%를 절감할 계획이다.

2017년 기준 건강보험 급여비가 총 54조 8천917억원이었는데, 보건복지부 계획대로라면 연간 5천500억원에서 8천250억원의 급여비 지출을 절감해야 하고, 문재인정부 5년 동안에는 2조 7천500억원~4조 1천250억원을 절감해야 한다.

김명연 의원은 “문재인케어로 의료비지출이 늘어날 게 뻔한 상황에서 의료비 지출을 줄여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건전한 건강보험 재정 운영을 위한 종합계획과 국민에게 설득 가능한 구체적인 재정절감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원들이 문케어를 비판만 한 것은 아니다.

여당 소속인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 청주시 서원구)은 “건강보험보장률 1%p를 높이면 법정본인부담금은 2천630억원 증가하지만 비급여본인부담금이 1조 437억원 감소하므로 연간 국민의료비 부담 경감 효과가 약 7천500억원에 달한다”며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오 의원은 “문재인케어의 성공여부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근본적으로 보장률 증가가 국민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보장률을 높이면 법정본인부담금은 소폭 증가하지만 비급여 해소와 비급여본인부담금 감소로 인해 오히려 국민의료비 부담 감소가 가능하다는 것.

오 의원은 향후 문재인케어 2022년까지를 계산해 보면 보장률 증가로 국민의료비 부담 절감액이 약 1조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아니지만 진보색채를 띤 정의당의 윤소하 의원(비례대표)도 문재인정부의 핵심과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가속화를 촉구했다.

윤 의원은 “2017년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추가 소요된 지출은 총 6개 항목 1천875억원으로 추산대비 54.6%의 집행에 그쳤다”며 “이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보장성 강화 지출 집행률 79.6%와 비교했을 때 크게 밑도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문케어가 본래 궤도에 오르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가장 큰 지원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3천600개 비급여항목의 급여화 정책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소하 의원은 “문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급여화가 의료계의 반대 등에 부딪혀 진행이 늦어지면서 본래의 목표대로 시행되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지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문케어가 본래 궤도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원래 계획대로 최대한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2018년 국정감사장 전경.

원격의료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원격의료 짝사랑(?)에 비해 입법부는 다소 비판적인 인식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여당의원들은 문재인케어가 아직 본궤도에 올라서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를 성급하게 추진하다 자칫 문케어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충남 천안병)은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이 시기상조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윤 의원은 “원격의료 자체는 필요하지만 문재인케어라는 대업을 이루는 것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격의료 제도의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의료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병원선과 공보의 배치 등 이미 시행 중인 정책조차 제대로 지원·운영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의료사각지대를 운운하며 원격의료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윤 의원은 대면진료를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우선 확립한 후에 원격의료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격의료 자체는 필요하지만 문재인케어를 완성시키기도 힘든 상황에서 원격의료 시행은 어렵다”며 “원격의료를 시행할 경우 의료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전 등 제도 시행을 위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방부는 원격의료 도입 근거가 된 군 GP 11개의 원격의료 장비를 격오지 군부대로 재배치할 예정이며, 법무부 역시 원격의료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병원선도 아직 가지 못하는 섬이 많다”면서 “원격의료를 해보지도 않고 겁을 먹기보다는 적법한 선에서 실제로 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시행하고, 문제가 있다면 폐기하겠다”고 답했다.

PA(Physician Assistant, 의료지원인력)

최근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PA 문제도 국정감사장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사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인력 수급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PA 파동(?)이 바로 이같은 정책 공백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법적으로 PA를 인정할 용의가 있다고 답해 의료계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PA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묻는 질의에 대해 답변을 통해 “향후 PA와 관련해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인천 서구을)은 지난 8월 강원지역 한 의료기관에서 있었던 간호사의 수술환자 봉합사건을 예로 들며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직역인 PA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신 의원은 자체 조사 결과라며 12개 의료기관에서 767명의 PA가 근무하고 있다면서, 특히 2016년 전공의특별법 제정 이후 갑작스럽게 그 수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그 원인으로 2015년 전공의특별법 제정을 지목했다. 전공의 인력이 80시간 이상 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 업무를 간호사로 대체했다는 게 신동근 의원의 지적이다.

신 의원은 “PA의 업무는 과거에 전공의들이 하던 일로 모 의료기관의 PA 124명은 아예 전공의들이 하는 일들을 하고 있고, 처방에 심폐소생술까지 시행하는 등 불법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근본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벌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왜 이런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공론화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충분한 의료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규정이 없는 만큼 이를 명확히 하겠다”고 답했다.

의료전달체계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가 의·정 간 협의 불발 이후 장기간 지지부진한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과 일차의료기관의 경영난 등이 모두 의료전달체계의 난맥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충남 천안병)은 문재인케어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며 그 대안으로 과거의 진료권역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윤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진하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커뮤니티케어지만 그것은 가장 마지막 방안이 돼야 할 것”이라며 “커뮤니티케어가 잘 되려면 1차 의료가 잘돼야 하고, 그 대책으로 과거의 진료권역 설정을 부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료권역 부활에 대한 답변은 회피하면서 “의료전달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을 통해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비례대표)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케어와 선택진료 폐지, 상급병실료 급여화 등으로 올해부터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심사평가원 통합

지난 정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합이 추진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현 정부는 이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인천 서구을)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가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 통합 추진을 위한 문건을 작성했다며 이와 관련한 ‘정부 3.0 時代! 진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건강보험 심사체계 개편방안’ 비공개 문건을 공개했다.

심사체계와 관련된 사항이면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자료를 작성해야 하지만 기재부에서 작성을 하고,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정상적인 게 아니라고 신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이 문건이 당시 청와대까지 보고가 된 걸 보면 청와대가 기재부를 시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건보공단과 심평원 통합 추진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몰랐던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 문건에는 △건강보험 심사체계 상의 문제 △건보공단과 심평원 양 기관 통합 DB 구축 및 기능 재조정 제시 △조직통합안 △진료비 청구 지원 △실시간 자격 점검 △진료·청구정보 알림 기능(환자 모니터링) △실시간 청구 기능을 탑재한 RTS 시스템 도입 등이 담겨있다는 것.

신 의원은 “당시 건보공단과 심평원 간 기능 재조정에서 DB통합구축에 대해 건보공단은 찬성을 했다”며 “반면 심평원과 보건복지부는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기재부가 공공부문 평가의 일환으로 연구용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반대를 했지만 그 부분은 반영되지 않았고 타부처 반대로 기재부에서 시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보험자와 심사자가 함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과 함께 “근본적으로 같이 있을 수 없다”고 통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공동취재=최관식·오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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