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 ‘보상’은 충분, ‘분배’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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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 ‘보상’은 충분, ‘분배’는 글쎄?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8.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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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긴밀한 협력체계 속에 충분한 소통과 보완 거쳐야 형평성 담보 가능할 것
정부가 의료보장성을 강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입게 될 손실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할 의지는 갖고 있지만 ‘분배’의 형평성 부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 충분한 소통과 보완 과정을 거쳐야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9월28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개최된 ‘제7회 미래의료정책포럼’에서 ‘문재인케어에 따른 의료기관의 현안과 대책’ 주제의 패널토론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과장은 “비급여의 급여 전환 과정에서 관행수가와 급여 수가 간의 차이는 손실보상이라는 형태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거시적으로 볼 때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보상 최대화라는 방향성은 분명하며, 큰 틀에서 손실보상은 이뤄지지만 배분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충분한 보완 과정을 거치며 보장성 강화 정책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시적인 변화를 추진하다보면 아무래도 미시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지만 정부는 이를 보완해 나가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해 의료계가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시면 성실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중규 과장은 또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심사 과정에서의 삭감을 피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수행하는 불편한 행태에 대해서도 심사체계 개편과 개선협의체 운영을 통해 고쳐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의료계가 인식하고 있는 의학적 필수 행위에 대한 불합리한 기준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비급여 항목 감소로 병원들이 의학 발전과 국민건강을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 여력을 상실한다는 지적에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규 과장은 “‘배분’에 문제가 있지만 거시적으로 손실보상은 분명히 지킬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놓치게 되면 시행 과정에서라도 분배의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노홍인 건강보험정책국장.
이날 또 다른 토론자로 나온 문정일 가톨릭대 중앙의료원장은 “문재인케어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 안에 의료계의 의견을 충실히 담아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보장성 강화 정책 영향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은 있지만 그에 따른 이익은 거의 없으며, 환자들의 의료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1·2차의료기관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 의료원장은 이어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보상 체계가 질에 대한 상대평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수행하는 인증평가에서 기준을 충족했다면 상대평가를 통한 분배보다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혼합하는 방식의 분배 방법을 고민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정일 의료원장은 또 “국내 의료기관들은 건보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공익성이 수익성보다 높다”며 “정부가 의료기관의 파트너로서 의료외 수익에 대한 세제혜택과 관련해 입법부에 직접 건의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동섭 조선일보 기자는 토론에서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의료전달체계가 깨졌기 때문에 세계 최고라는 역설이 성립한다”며 “과거처럼 권역별 제한을 둔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기발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 기자는 병협과 의협 등 의료단체가 보험전문가를 많이 양성해 정부의 파트너로서 건강보험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후연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일차의료기관 혹은 소규모 의료기관이 평가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 사실이며, 평가를 강화해서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며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차단을 위해 신포괄수가제 논의가 함께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세션2 ‘신포괄수가 시범사업에 따른 의료기관의 현안 및 대책’ 주제의 토론에서 홍승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서기관은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그간 의료계와의 사이에서 불거진 수가 적정보상 문제와 불신의 고리를 끊고 적정보상을 하면서도 국민의 보장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야심찬 꿈을 꾸게 됐다”며 “하나의 방향이 전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며 신포괄수가의 경우 공공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했지만 민간이 참여하면서 함께 노력하며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포괄수가제가 완벽한 지불방식은 아니지만 다양한 지불제도의 필요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지금 당장은 대상이 아니지만 앞으로 지불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변경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양한 의견이 모이면 이 제도가 더 성숙해 나갈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환자 입장에서는 비급여 부담과 본인부담금이 줄어들어 보장성이 강화되고, 의료기관에는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은 있지만 적정보상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포괄수가 시범사업이 확대되면서 시작할 때보다 더 많은 숙제가 주어졌지만 끊임없이 모형을 개선하고 도입 목적에 부합하는 제도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홍 서기관은 행위별수가와 포괄수가가 갖고 있는 한계들을 신포괄수가제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시범사업 기간 내내 고민이 계속될 것이며 정책가산이 진정한 가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본수가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정계수 조정과 가산, 민간기관의 특성을 반영하는 모형 개편 계획을 갖고 있으며 참여 기관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승령 서기관은 “속도를 내기 위해 우격다짐으로 기관들의 참여를 종용하기보다는 의료현실에 적정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토론자인 이정재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부원장은 “우리 병원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된 표면적인 계기는 정부정책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였다”며 “큰 틀에서 볼 때 신포괄수가제도가 앞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과, 병원의 특성을 반영한 조정계수 적용 기전을 감안할 때 적어도 밑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에서 탈락, 연간 1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의도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43개 병원 가운데 23위를 했고, 질평가 등에서 12위를 했지만 결국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했다는 것.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는 앞으로 병원이 어떻게 재원을 확충해서 투자를 계속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10~15% 수익이 더 날 것으로 기대하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준비 과정에서 보험팀과 의료정보팀, 전산실 3개 부서에서 약 20%의 인력이 증원됐고, 8월 한 달 운영하면서 병원수익은 10%, 환자 부담 1인당 평균 10~15만원 줄었지만 9월에는 수익이 더 줄었다고 소개했다. 그 배경은 질병군 분류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 중증도 분류가 잘 되지 않고, 복합상병 환자에 대한 치료비용이 적절하게 보상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신의료기술을 많이 갖고 있는 병원들에서는 이익이 감소될 수 있어 정부가 신속한 분류체계 개선과 제도 개편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입원일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입원일수가 짧아지더라도 이익은 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정재 부원장은 “기존 포괄수가제의 7개 질병군에 비해 보다 합리적이고 환자 입장에서 이익을 보장해준 것은 틀림이 없다”면서도 “행정적인 측면에서의 복잡성과 인력 증원 등을 감안할 때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진료비에 대한 보상은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는 “4대 중증질환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의료보장률이 63%대에 머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의료보장률이 80%대라면 신포괄수가제를 충분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30% 정도의 가산 가운데 15% 정도는 기본수가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산 개발 등 진입비용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며 개별 병원이 아니라 병원협회 등을 통해 공용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 기자는 “신의료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신포괄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경감되는 비용 부분 못지않게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며 “문케어의 방향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가야지 정치구호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며 적정부담·적정급여, 적정수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보험료의 적정한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신포괄수가제는 행위별수가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다”며 “문케어가 발표되면서 정책적으로 비급여의 급여화로 이전 급여의 비용관리 방법으로 신포괄수가제를 제시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의료기관이 행위별수가제와 신포괄수가제 중에서 본인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선택하게 하면 전체적인 의료비는 증가할 것이며 그 경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처럼 신포괄수가제 강제 시행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 경우 우리나라 지불제도는 개선이 아니라 완전히 방향이 바뀌는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나게 된다는 것.

장 교수는 “지불제도 변경은 질보다 비용에 대한 고려가 우선순위가 되는 변화를 초래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경험이 없다”며 “2018년 9월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실린 영국의 질관리 비용 인센티브 중단에 따른 질 저하 연구결과를 보면 최소한 적자를 면해야 하는 민간의료기관이 90%를 넘는 우리나라의 지불제도 개편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미래의료정책포럼에서는 보건복지부 노홍인 건강보험정책국장의 ‘2018년도 건강보험 정책방향’ 특강과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문재인케어에 따른 의료기관의 현안과 대책’ 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괄수가실장의 ‘신포괄수가 시범사업에 따른 의료기관의 현안 및 대책’ 발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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