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문제 해결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상태바
비만 문제 해결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8.09.13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HO, 비만 예방 위한 재정정책 도입 촉구
대한비만학회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 국가 정책도입 촉구

국내외 비만정책 전문가들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비만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대한비만학회(이사장 유순집,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9월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제 비만정책 전문가들을 초청해 ‘비만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국가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보다 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규제가 고려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보건복지부 등 9개 유관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최초의 범정부 차원의 비만 예방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관리가 필요한 사회보건 문제로서 ‘비만’ 규제의 필요성과 시의성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야 하는 비만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선 것으로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국제적인 비만정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재보다 더 적극적인 중재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만의 원인이 식품제조와 유통시스템 변화로 지목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식품 제조 및 유통 체계의 변화로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하던 시장은 소규모 매점이나 편의점, 대형 마트로 대체되고 있으며 고도로 가공된 음식(ultra-processed food)을 판매하고 있다. 실제 멕시코의 경우 한해 섭취하는 열량의 58%, 중국은 29%가 가공식품에서 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8개 국가의 비만정책 개발에 참여 중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베리 팝킨(Barry Popkin) 교수<사진>는 이날 신체활동만으로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베리 팝킨 교수는 “한국의 비만 종합대책은 신체활동 증진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음료뿐만 아니라 식품 전체에 설탕 함유량이 늘고 있고, 실제 판매되는 전체 식품의 약 75%에 단순당이 함유되어 있다”면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의 3분의 2 이상이 완제품(간편식)으로, 동물성 식품과 정제탄수화물과 같은 고열량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음식을 섭취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이 걷고 뛰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신체활동만으로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베리 팝킨 교수는 가장 성공적인 비만정책 사례로 칠레를 꼽았다. 칠레는 2014년 가당음료 과세제도를 도입 후, 점차적으로 강화해 다방면의 중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칠레는 전체 식음료를 대상으로 위해 성분 전면 경고 표시 제도(Front of package warning, FOP)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 제품들은 제품 전면에 패키지 면적의 10% 이상 크기의 위해 성분 함유에 대한 경고 마크를 부착하도록 하는 등 해당 식음료에 대한 다양한 마케팅을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소아청소년들의 건강 식품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칠레는 1인당 가당음료 섭취량이 세계 1위인 국가였지만, FOP 도입 6개월만에 60%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베리 팝킨 교수는 “칠레에서는 이 정책이 실행됨에 따라 블랙 라벨(위해성분 경고 마크)에 대한 대중의 사회적 규범(social norms)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먼저 ‘엄마, 검은색 라벨이 붙어있는 것은 먹으면 안돼요’라고 말하는 등 우리모두가 필요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비만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중재 방안으로 같은 정부의 식품 규제를 꼽았다. WHO의 비전염성 질병예방국 전략담당관인 주안나 윌럼슨(Juana Willumsen) 박사는 “WHO는 2014년 비만과 같은 비전염성 질병의 관리과 예방을 위해 총 88개의 중재방안을 마련했다”며 “이 가운데 비만과 관련해서는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공공 캠페인, 식품 기업의 산업용 트랜스지방 사용 금지법 시행, 가당 음료 과세를 통한 설탕 소비 감소를 비용효과적인 중재방안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WHO는 지난 2002년, 비만을 ‘전세계에 만연한 전염병’으로 지목한 이후, 2015년 비만 문제의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국가 단위의 재정정책(fiscal policy)을 시행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2017년 12월 기준으로 29개 국가 및 자치주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재정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비만정책 전문가들은 비만예방정책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국민건강증진이라는 큰 목표 아래 비만예방을 하나의 전략과제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WHO의 주안나 윌럼슨 박사는 “비만 환자가 살고 있는 환경 전반을 생각해야 한다.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영양사에게 좋은 식습관 상담까지 받은 후 문 밖을 나섰지만, 탄산음료 자판기나 패스트 푸드를 파는 곳이 대부분인 환경 하에서는 비만을 유발하는 행동의 교정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환자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만 예방과 퇴치라는 기본적인 목표와 필요성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빠른 속도로 비만해지고 있는 소아·청소년들이 속한 학교의 주도적인 노력과 변화가 매우 중요하고,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선 관련 계획을 만들고 관리·감독할 정부의 리더십과 의지가 필수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싱가포르의 국립 싱헬스 듀크 병원의 광웨이 탐 박사는 “싱가포르는 굉장히 빠르게 도시화를 겪은 국가로, 이에 따라 비만과 당뇨병이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당뇨병 유병률 감소를 위해 비만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2016년부터 국가 차원의 체중 관리 전략이 시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총리가 주도적으로 이 정책을 발표할 정도로 비전염성 질병 예방은 국가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사안이다”이라며 “싱가포르는 건강검진 을 통해 비만이나 과체중인 경우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해 지역사회 내에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