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인증제가 간호사 이직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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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평가인증제가 간호사 이직 주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8.07.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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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제 부담으로 휴직·이직 고민하는 간호사가 71.5%
보건노조, 인증 받아도 환자안전·의료질 향상 보장 안돼

2019년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제를 앞두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통해 의료기관평가인증에 대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간호사의 71.5%가 인증에 대한 부담으로 휴직 또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중한 업무부담, 직장 내 괴롭힘 등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들 중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것이 의료기관평가인증으로 ‘태움보다 무서운 것이 의료기관평가인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증평가를 경험한 응답자의 54.2%가 고려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직종별로 보면 간호사가 71.5%로 가장 높았고 의료기관 특성별로는 사립대병원이 58%로 가장 높았다.

이같은 결과는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할 의료기관평가인증제가 오히려 간호사의 이직율을 높이고, 인증기간에 맞춰 출산과 휴직을 늘리는 등 의료기관평가인증제가 간호사를 병원에서 떠나게 만드는 원흉이 되고 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에 대비하기 위해 매일 1시간 이상 연장근무를 한다는 응답자는 무려 73%나 됐다. 이중 30.5%는 1시간 이상에서 2시간 미만 매일 연장근무를 했다고 답했으며 매일 3시간 이상 연장근무를 했다는 응답자도 21.4%나 됐다. 또 인증준비를 위해 휴일 출근했다는 경우도 무려 44.1%에 달했다.

이처럼 의료기관평가인증이 오히려 환자를 돌보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만큼 환자안전, 의료 질 향상이라는 인증제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간호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인증제의 문제점으로는 외우기가 꼽혔다.

응답자의 35.5%가 조사위원이 물었을 때 대답해야 할 규정과 정보들을 외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암기테스트 다음으로는 20.8%가 늦은 퇴근이 힘든 점이라고 답했다.

이런 현장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인증을 받았어도 의료기관평가인증이 의료서비스 질 향상(49.7점)과 환자 안전(45.3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두 가지 모두 긍정적 답변이 절반도 안됐다.

보건의료노조는 “2주기 인증이 시작되던 2015년보다 더 부정적인 결과”라며 “결국 의료기관평가인증제는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에도 기여하지 못하면서 결국 현장의 업무만 과중시키고 이직만 부추기는 형식적인 조사가 돼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어서 노조는 “의료기관평가 인증제가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 그대로 안고 3주기가 진행되서는 안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인증 받는 노동자들의 고충을 덜고 실질적으로 환자의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인증기준, 조사방법, 조사위원, 인증체계 및 관리체계 등 의료기관평가인증제 전반의 혁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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