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 폭행, 메르스가 해결했다”
상태바
“병원 응급실 폭행, 메르스가 해결했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8.07.12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응급실 폭행에 경찰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응 문제
대한응급의학회 긴급 공청회서 응급실 폭행 집중 성토
“병원 응급실 폭행, 메르스가 해결했다.”

응급실 폭행 근절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대한응급의학회가 마련한 긴급 공청회에서 나온 현장의 소리다.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의 응급실이 오히려 가장 안전했다는 의미로 그냥 웃고 넘길 수 많은 없는 이야기다.

대한응급의학회는 7월11일 오후 서울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전국응급의학과장 및 응급의료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익산병원 응급실 의료인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응급실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공청회(부제: 현장의 소리, 응급실 폭행)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부제에 맞게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됐지만 놀랍게도 가장 성토의 대상이 된 것은 경찰이었다. 응급실 폭력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과 안일한 문제 해결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A전문의는 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이 주취자지만 마약 등 약물 중독자, 조폭, 만성질환자 중 투석치료자,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사람 등 다양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많은 경찰들에 의한 폭력이라고 밝혔다.

A전문의는 “치료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고 난리를 치는 경우도 많고 음주단속에 걸린 사람의 경우 채혈을 위해선 동의가 우선되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빨리 피를 뽑으라고 재촉을 하고 거기서부터 폭력이 시작이 된다”고 언급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로 꼽았다. 경찰들이 응급실 폭력을 신고해도 해결을 하지 않거나 늦장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A전문의는 “문제점은 상당수 많은 병원들이 인근 지구대와 협약을 맺고 있어 지구대에 신고를 하게 되지만 현장에 너무 늦게 나타난다”며 “그래서 최근에는 지구대가 아닌 112에 신고를 한다. 그래야 녹음도 되고 경찰들의 인사고가에 반영이 되다 보니 빨리 사건 현장에 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경찰이 와서는 참으라고만 해서 응급실에서 데리고 나가달라고 하면 오히려 가해자와 현장에서 이야기를 하느라 소란을 더 연장시킨다”면서 “고소를 하겠다고 하면 대부분이 경찰서나 지구대로 따라와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토로했다.

또 지역주민이 술먹고 실수한 것 가지고 왜 그러냐고 오히려 면박도 주고 고소를 하려고 해도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에 CCTV에 소리가 녹음이 되지 않으니 고소 사유가 없다며 화해를 하라는 등 경찰이 법률상 자의적 해석을 내놓는다고도 했다.

경찰들이 오히려 응급실을 더 위험에 빠트리고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B전문의는 “경찰들이 길거리에 술 취한 사람이 있으면 모두 우리 병원에 두고 가버려 항의를 했더니 오히려 그 자리에서 보건복지부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넣는 행동까지 하고 경찰이 보는 앞에서 여성 인턴이 얼굴을 주먹에 맞아도 112에 신고하라고 말했다”면서 “보안요원이 뺨을 맞아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병원에 상주하는 경찰이 2명으로 늘었는데도 병원이 아닌 편의점에 가 있어 상주에 의미가 없다”며 “항의를 했더니 부르면 1~2분내로 우리가 오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하고 오히려 우리는 주취자를 보호하려고 이곳에 왔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정말 열심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던 경찰은 동료 경찰들로부터 병원의 개냐는 소리까지 듣고 왕따를 당해 쫓겨난 일도 있고 경찰청에 민원을 넣으며 민원을 내려달라고 경찰서에서 전화까지 온다며 경찰이 와도 크게 변할 것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아울러 그는 “경찰에 프로토콜을 달라고 해도 2년째 주지 않던 프로토콜을 최근에야 받았는데 너무나 추상적인 이야기만 쓰여 있어서 실망했다”면서 “경찰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최근 익산 사건이 터지고 나면서 요새는 제대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모든 경찰이 비협조적이지는 않다고 옹호의 의견도 있었다.

C전문의는 “우리 병원에도 경찰이 배치되어 있는데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같다면서 경찰이 배치되고 나서 응급실에서의 심한 폭언이나 폭력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서울시경에서 업무지침을 새로 만들어 기존 주취자 경찰이기 때문에 주취자 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응급실 폭력에도 관여하게 됐다”며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병원 측의 이미지 추락을 우려한 문제 축소와 의료인들의 소극적 대응도 응급실 폭력의 근절을 막고 있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A전문의는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운영되다 보니 병원 자체의 이미지 추락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응급실 직원들에게 없던 일로 하라며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D전문의는 “의료인들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해야 함에도 귀찮다는 이유로 대응하지 않고 의료기관도 이미지를 생각해 적당히 넘기려고 만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응급의학회의 적극적인 역할론도 제시됐다. 병원이 폭력문제로 공론화되는 것을 모두 싫어하는 만큼 회비를 내는 단체에서 적극 나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전문의는 “병원협회, 의사협회, 학회 등에서 법률 대리인을 시켜 폭행 가해자에 대한 고소나 고발, 소송을 대신 진행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의협에 회비를 내는 만큼 의협에 연락을 취하면 의협 소속 변호사가 법률 대리인을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응급의학회는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 응급구조사를 대상으로 지난 7월6일부터 시작한 ‘응급실 폭력실태에 대한 긴급설문 조사’ 결과 조사 시작 3일만에 1천642명이 회신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체 응급의학 전문의의 3분의 1, 전체 응급의학 전공의의 70%, 간호사 및 응급구조사도 모두 참여한 최초의 조사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설문조사의 일부 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97%가 폭언 경험을 62% 응답자가 폭행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55%는 근무 중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으며 경찰에 신고를 해본 경험도 절반 이상인 54%로 조사됐다.

하지만 폭력 상황의 해결에 경찰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폭력발생 경찰신고 만족도도 매우 낮았다. 사고처리결과 역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