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미래를 만들어 가는 병원들 :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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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미래를 만들어 가는 병원들 : 서울아산병원
  • 병원신문
  • 승인 2018.06.2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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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학 이노베이션 디자인센터 소장

‘병원’을 다시 정의하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 따르면 ‘병원은 질병이나 질환에 대해 의료를 제공하고 환자가 입원하는 시설’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병원을 ‘아픈 사람이 머무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환자를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고 재정의해보면 어떨까? 환자, 보호자, 방문객, 의료진, 행정직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이다. 인생에 있어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다루는 병원이야말로 그 어떤 산업보다도 디자인이 가장 필요한 곳이라 할 수 있다.

병원의 서비스디자인이라고 하면 고객 접점에서의 변화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고객 접점에서의 서비스가 수많은 운영 지원 부서와 복잡한 시스템들과 다양하게 얽혀 있는 병원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보다 근본적이고 시스템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병원의 서비스디자인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대 이상의 큰 임팩트가 없거나 지속적이지 못한 이유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의 지난 5년 간의 경험과 사례를 크게 서비스디자인, 스마트병원, 그리고 문화 확산으로 분류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환자 중심을 넘어 품격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

서울아산병원은 ‘EMPATHY by Design’을 이념으로 하여 병원의 모든 프로세스를 환자 중심으로 혁신함으로써 ‘환자 중심 병원’을 넘어서 고객 감동을 추구하는 ‘품격 있는 병원’이 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3년 설립된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는 사업기획/경영전략, 간호사, UX디자인, 산업디자인, 마케팅, 교육,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우 수평적인 관계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퇴원 후 문의 대응’과 ‘수술 전 불안감 감소’는 그 동안 병원이 간과해왔던 부분, 즉 환자의 불안감과 감정까지 케어하기 위한 ‘High Touch’ 측면의 프로젝트다. ‘퇴원 후 문의 대응’ 프로젝트는 퇴원 생활 안내문과 복약 안내문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장기 이식 환자의 복약 회수를 하루 평균 11회에서 7회까지 감소시킴으로 인해 퇴원 후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킨 혁신적인 사례였다.

‘수술 전 불안감 감소’에서는 수술 전 집도의가 환자를 만나 위로를 하는 ‘어깨톡톡’ 캠페인, 수술전 대기시간 감소 및 휠체어 이송 확대, 수술 정보 제공 및 동의서 프로세스 개선, 수술 대기공간 개선을 수행하였다. 이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첫째, 수술의 성과와 효율 뿐 아니라 ‘수술 전 불안감’이라는 환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관점의 전환을 이끌어 냈다는 점, 둘째, 진료 프로세스, IT 시스템, 환경 등 지속 가능한 시스템의 변화를 만들었다는 점, 셋째, 수술/병동 간호팀, 의료정보개발팀, 진료지원팀, 시설팀, 자재팀 등 수많은 부서들이 함께 만들어 낸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사용자 중심의 스마트병원 디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추구하는 스마트병원은 단지 4차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최첨단 기술이 도입된 병원이 아니라, 환자와 직원이 가장 편안하고 편리하고 안전한, 즉 인간이 중심이 되는 병원이다. 이를 위해 유용한 기술을 탐색하고 병원에 최적화된 적용을 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수술실 개발’ 은 이러한 철학이 가장 대표적으로 구현된 프로젝트이다. 원활한 정보 공유를 위한 IoT 기반 통합 정보관리 시스템과 모니터 솔루션 개발 그리고 환자 안전과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한 공간 및 가구 디자인 개발이 완료 단계에 있으며 곧 정형외과 수술실에 설치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헬스케어챗봇’은 환자들의 단순한 병원 이용 문의, 증상에 대한 진료과 상담, 그리고 예약 및 사후 관리까지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자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국내 스타트업과 공동연구 개발을 통해 구축 중에 있으며, 원무팀 등이 주관 부서가 되어 중장기 계획 하에 진행을 시작하였다.

현장의 간호사가 인퓨전펌프 등 이동형 기기를 찾고, 등록하고, 사용하고, 반납하는 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한 ‘실시간 기기 위치 추적’ 프로젝트는 병동 간호부의 니즈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가 적정 기술을 찾고 사용자 관점에서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POC(Proof Of Concept)를 진행하였으며, 솔루션 구축 및 확대 운영 단계는 자재팀 주관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노베이션 문화 확산

이노베이션은 직원 모두의 DNA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현장에서 수십 년 간 일을 한 직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창의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AMC’는 직원들의 작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공유되고, 디자인 방법론을 통해서 이를 빠르게 실험/실행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 이래로 정보와 소통, 환자 안전, 고객 감동, 공간 등 다양한 주제의 총 53개의 프로젝트가 현장에 적용되었다.

2017년 시작한 ‘아이디어팩토리’는 직원들 머리 속의 하드웨어 관련 아이디어를 실물로 함께 구현 해보기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 프로그램이다. 시제품 제작을 도와 주고 향후 기업 연계까지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아이디어가 현실화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시범 운영 기간이지만 1년 간 184건의 아이디어가 제안되었고 4건의 특허가 완료 또는 진행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이노베이션 활동 결과를 직원들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발표하는 행사인 ‘이노베이션 챌린지’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프로젝트들의 과정과 결과물을 전 직원에게 공유하고 디자인적 사고에 기반한 이노베이션 활동에 영감을 얻도록 하기 위한 행사이다.

Learning by Doing

지난 5년 간 서울아산병원은 디자인적 사고를 통한 이노베이션을 꾸준히 추진하였고 그 결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디자인대상’의 ‘디자인경영’ 분야에서 병원 업계에서는 최초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길지 않은 과정에서 얻은 부족한 경험일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얻게 된 교훈은 아래와 같다.

첫째, ‘Start Small’의 필요성이다.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작지만 실행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고, 이러한 작은 시도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프로젝트 선정과 팀 구성이 중요하다. 프로젝트 팀 구성은 제안 부서 뿐 아니라 지원 부서와 경영진을 함께 포함해야 한다. 과제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는 제안 부서 직원들의 의지, 지원 부서의 적극적인 협업, 그리고 경영진의 지지와 의사 결정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실행과 지속적 유지 관리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과제 기획과 솔루션 개발 단계에서는 이노베이션 부서가 주관이 되고, 전사적 확대 적용 및 운영 단계에서는 제안 부서 또는 지원 부서에서 주관이 되어야 한다. 이노베이션 부서는 새로운 솔루션을 찾고 시도하는 선봉대(Spearhead)의 역할, 직원들의 아이디어들이 잘 공유되고 빠른 실험을 통해 실행에 이르도록 하는 촉매제(Facilitator) 역할, 그리고 복잡하고 얽힌 문제를 객관적이고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 보는 컨설팅(Consulting) 부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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