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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근 의료사고 관련 법 개정안의 헌법적 문제점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2018년 06월 15일 (금) 10:37:45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김선욱 변호사
국회는 2018년 5월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환자안전법 및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여러 개 내놓았다. 그 가운데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환자안전법과 관련된 개정안 중 안전사고 보고를 자율에서 의무로 하고, 이를 강행하기 위해 형사처벌 규정을 두자는 개정안과 의료사고 시 병원에게 보상방안 등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다.

논의에 앞서, 몇 가지 기본적 개념이나 법리를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의료사고’라 함은 통상 특별한 가치판단이 없는 ‘무가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의료진의 과실이 증명된 의료과오 또는 의료과실과는 다른 개념이다. 환자의 피해가 발생한 모든 사건(의료사고라고 약칭할 수 있겠다)과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의료사건과는 다르다. 그 중에는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있다. 또한 피해와 의료진의 과실과 법적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의료과오 또는 의료과실이라 결론을 내리려면 최종적으로는 법원을 통한 법적 판단이 있어야된다. 법리적으로 보면, 구체적인 특정 사안에 관하여 법원의 판단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국회가 사전적으로 개개의 사안에 결론을 미리 내리는 법을 만들 수는 없다. 법원이 해야 할 일과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다르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헌법의 기본권 침해의 문제이다. 헌법은 제12조 2항을 통해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규정하고 있다. 묵비권이나 진술거부권 또는 자기부죄거부의 권리라고도 한다. 강요나 고문에 의하여 사실과 다른 진술이 발생할 수 있어, 공정해야 할 사법체계가 교란되고 더욱이 그 과정에서 인권의 침해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위법행위 여부에 관한 자신의 행동이나 행위에 대하여 자신의 코멘트를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만일 국회나 정부가 법이나 행정행위로 국민에게 특정한 진술을 강요한다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위 개정안의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우선, 환자안전법은 의료기관 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가 공개되어 다른 병원이 이를 학습해서 그 교훈을 의료현장에 적용시켜 결과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이다.

병원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안전사고들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종적으로 법원에 의하여 과실로 판정되는 의료과오사건도 있지만 불가항력 등의 이유로 과실이 부정되는 사고도 있는 것이다. 한편 의료인이 안전사고를 보고하면 마치 자신의 잘못을 자백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에 이를 본능적으로 숨기려 하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보고를 하는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감면해 주겠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보고에 대하여는 행정처분 이외 형사처벌이나 민사책임도 모두 면책되지 아니하는 한 강제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래서 현행법이 보고를 자율에 맡기게 한 것이다. 앞서 설명한 헌법상 권리인 진술거부권도 고려한 입법 규정인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러한 헌법적 권리를 도외시하고 사망 등 일정한 사건은 의무적으로 보고하여야 하고, 보고하지 아니하면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위헌성이 매우 높다.

다음으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개정안은 ‘의료사고’라고 하고 있다)에 대하여 의료기관이 환자 측에게 일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악결과를 마치 병원에 귀책사유가 있는 좁은 의미의 의료사고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측에 대하여 가치판단이 전제된 ‘피해자’라는 용어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환자에 대한 보상방안을 충분히 설명하라는 규정도 같은 의미이다. 귀책사유가 없어도 악결과(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보상을 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만일 그렇다면 더 큰 헌법상 문제가 발생한다.

마치 무과실에 대하여도 그 피해에 대하여 ‘배상’은 아니어도 ‘보상’을 하라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법체계에 ‘보상’을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국가 또는 국가기관의 행위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피해)에 대하여 과실이 없거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때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그 손실을 ‘보상’하라는 규정들이다. 국가기관이 아닌 엄연한 사적 경제주체인 의료기관에게 환자에게 발생한 피해(손실)에 대하여 보상을 하라는 규정은 초유의 입법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산부인과 불가항력의 사고에 대하여 무과실 보상을 해주겠다는 의료분쟁조정법 규정에서 연유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그 보상 재원은 사실상 사경제 주체인 의료기관들이 분담하고 있는 것이 되어 위헌의 소지가 여전하다. 환자와 병원은 대등한 경제주체로서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을 통한 해결 등 법적 해결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국회가 다수인 환자의 편만을 들어 대향적 타방 당사자인 병원에게 보상방안을 설명하라고 하는 것은 헌법상 문제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모든 국민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 관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또한 의무가 없는 일을 강요당하는 경우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도 침해될 수 있다. 악결과가 발생하여 그에 대하여 병원이 대처를 어떻게 하는가는 윤리나 양심의 영역이지 법의 영역이 아니다. 대처를 잘 하지 못하는 병원은 시장에서 평가를 받게되는 것이다. 요사이 같이 인터넷, SNS 및 언론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된 상황에서 환자와의 갈등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병원은 시장에서 외면을 받게 되어있다. 억지로 법을 만들 필요도 없다.

국회는 입법을 함에 있어 헌법이 국민들에게 보장한 제반 권리가 침해되는지 여부를 심사숙고해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법안은 비록 의무규정(보상방안 등 설명) 위반에 관하여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이는 꼼수이다.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헌법위반은 아니라고 하면서 은근슬쩍 법을 통과시키고 나서는, 향후 처벌규정이 없어 설명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처벌규정을 둘 것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의료관련 입법례에서 한 패턴으로 경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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