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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프로포폴, 기본적 주의의무 준수에 충실하자
조건미 세브란스병원 법무팀 변호사
2018년 05월 14일 (월) 10:34:58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조건미 변호사
우리나라의 미용성형분야는 그 수준과 명성이 상당히 높아 해외에서도 수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미용성형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미용성형 또한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자칫하면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을 줄 수 있으므로 진료 과정에서 여타의 의료행위와 같이 환자 안전을 위한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여야 한다. 최근 한 피부과 의원의 마취제 감염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유사 분쟁 사례를 통해 주의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방 성형외과 의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A는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9월9일 오전 10:55경부터 같은 날 12:25경까지 B에게 유방 확대술을 시행하였다. A는 마취를 위해 프로포폴 50cc를 주사기에 자동주입기를 통해 정맥에 투여하는 방법으로 90분 동안 합계 110cc를 투여하였고, 수술 후 B의 왼쪽 가슴부위에 출혈이 있자, 같은 날 18:10경부터 19:30경까지 양을 알 수 없는 프로포폴을 투여해 피해자를 마취하고 지혈을 위한 수술을 진행하였다. B는 21:10경부터 혈압이 측정되지 않거나 상당히 낮게 측정되었고, 다음날 11:00경 실시한 전혈검사 결과 혈색소 수치가 7.8, 백혈구가 15,560, 혈소판 10만으로 정상치를 벗어나 있었다. 이에 A는 12:45부터 15:45까지 피해자에게 수혈 등 치료를 진행하였으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고, 21:25까지 B를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키지 않았다. 결국 B는 수술 후 3일만에 Serratia Marcescens균과 Achromobacter Denitrificans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A는 B가 사망한 3일 후인 9월15일 14:30경부터 14:50경까지 C의 복부에서 지방을 흡입하여 이를 코 옆 팔자주름에 이식하는 수술을 하면서 자동주입기를 통해 프로포폴 20cc를 정맥 투여하였다. 그런데 C역시 Achromobacter Xylosoxidans균 등에 의한 패혈성 쇼크를 입었다. 다행히도 C는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는 다음날 9월16일 10:42경부터 11:40경까지 D의 허벅지에서 지방을 흡입하여 이를 얼굴에 이식하는 수술을 하면서 동일한 방법으로 약 58분 동안 63cc의 프로포폴을 D의 정맥으로 투여하였다. D는 9월19일 Serratia Marcescens균과 Achromobacter Xylosoxidans균 등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A가 운영한 성형외과 의원에서는 사고가 일어나기 1년 전부터 프로포폴을 50cc 주사기에 담아 12시간 이상 냉장고나 캐비닛에 보관하다가 사용하거나, 한 번 사용하고 남은 프로포폴을 주사기에 담긴 상태로 바늘만 바꾸어 12시간 이상 냉장고나 캐비닛에 보관하다가 다른 환자에게 재사용하였다. 증언에 따르면 쓰다 남은 프로포폴을 다음날까지 보관하였다가 재사용하기도 했다.

A와 해당 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들은 내부적으로 프로포폴 관리에 대한 역할분담이 되어 있지 않았고, 네 명의 간호조무사들이 별다른 원칙 없이 ‘그때그때 시간이 되는 사람이 아무나’ 프로포폴을 준비해 왔다. 나아가, A는 간호조무사들에게 사용하고 남은 프로포폴을 언제 폐기할지에 대해 교육한 적이 없고, 간호조무사들 사이에서도 그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 없었으며, 사용하고 남은 프로포폴 주사기에는 주입날짜나 간호조무사 이름 등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고, 그것이 주입한 날짜별로 관리되지도 않았으며, 간호조무사들은 각 수술에 필요한 것보다 많은 개수의 프로포폴 주사기를 준비했다가 이를 사용하지 않은 채 냉장고나 캐비닛에 보관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은 감정 등에 의해 8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환자 세 명이 기저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같은 원인으로 급속히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었고, 공통적으로 Achromobacter균이 검출되었는데 Achromobacter균은 패혈증 원인으로 검출되기에는 아주 드문 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프로포폴, 하트만 수액제, 생리식염수의 세균 또는 내독소 오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A는 피해자들이 수액제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내독소로 인해 감염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액제는 매월 수십만 개가 판매되는데 식의약처의 샘플 검사 결과 수액제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적이 없고, A가 제출한 수액제 및 프로포폴에서도 세균이나 내독소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성형외과 의원의 프로포폴 관리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프로포폴 관리 부주의로 인한 감염이 환자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A는 금고 1년6월의 형에 처해졌다. 의사인 A로서는 기존 환자에게 사용한 적이 있는 프로포폴 앰플이나 주사기를 재사용하여서는 안 되고, 프로포폴 앰플은 개봉하면 지체없이 사용해야 하므로 이를 50cc 주사기에 담아 보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간호조무사들에게 프로포폴 주사기를 준비하도록 한 경우에도 간호조무사들에게 프로포폴의 위험성과 보관, 사용법을 교육하고 그들이 프로포폴을 재사용하지는 않는지, 수술 직전 앰플을 개봉하는지, 프로포폴을 주사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은 아닌지, 사용하고 남은 프로포폴을 폐기하는지 등을 수시로 그리고 직접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관리·감독의무를 위반한 점, B에게 저혈압 증상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상급병원으로 전원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 역시 인정되었다.

미용성형 시술이나 수술 과정에서 마취유도와 마취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제인 프로포폴은 콩기름, 글리세롤 등이 함유된 지질 기반의 약물이다. 약제에는 보존제나 항균 성분이 전혀 첨가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약제가 균에 오염되면 급속히 증식할 위험성이 높아 환자 감염의 위험성이 크고, 감염 사례도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

프로포폴 사용지침에 따르면 프로포폴을 주사기 등으로 흡입할 때 앰플 또는 바이알 개봉 후 즉시 멸균된 주사기와 수액세트를 사용하여 무균조작하고 지체 없이 투여하여야 하며, 이 무균법을 주입기간 끝까지 프로포폴과 주입장치에 적용하여야 한다. 프로포폴 및 프로포폴을 함유한 주사기는 당연히 환자 1인에 대해 1회만 사용하여야 하며, 1회 주입시간으로 12시간을 초과하여서는 안 되고, 수술 후 또는 12시간 경과 후 프로포폴의 남은 액과 주입장치는 버리고 교체하여야 하며, 사용하고 남은 제제는 폐기해야 한다. 하나의 앰플에서 여러 번 프로포폴을 뽑아 쓰는 것 역시 금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당시 프로포폴 마취는 환자의 체질, 신체 상태,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능력 등에 따라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써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하므로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후 다른 사례에서 의사가 마취제를 직접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장에 참여해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다하면서 간호조무사에게 주사를 위임한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확인하였다. 의사가 주사할 위치와 방법 등에 관한 적절하고 상세한 지시를 하고 환자의 징후를 계속 주시하면서 주사가 잘못 없이 끝나도록 조치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한다면 간호조무사에게 이를 주사케 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의사가 진료 보조행위를 위임할 수 있는 범위를 보다 넓게 인정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사는 간호조무사들에게 프로포폴 준비를 맡긴 경우에도 프로포폴의 보관·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할 의무가 있다. 또한 실제 간호조무사들이 프로포폴을 미리 준비해두거나 장기간 보관하지 않고 수술 직전에 준비하는지, 하나의 앰플을 두 개의 주사기에 나누어 담지는 않는지, 수술 후 남은 프로포폴을 재사용하지 않고 폐기하는지 등을 직접 그리고 수시로 확인하여야 한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기본적인 것이지만 바쁘고 복잡한 진료 환경에서 간과되기 쉽다. 특히 규모가 작은 의원일수록 놓치고 소홀해지기 쉬운 부분이지만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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