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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소하지만 피해 큰 낙상, 엄격한 기준 두고 관리 필요
조건미 세브란스병원 법무팀 변호사
2018년 05월 04일 (금) 10:12:37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조건미 변호사
낙상은 의료현장에서 빈발하는 사고이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병원이라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나 절차도 대부분 잘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쁘고 복잡한 현장에서 당장 긴급한 의료행위에 비해 비교적 중요도가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진료를 잘 했다고 하더라도 한 번 낙상 사고가 일어나면 모두 수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화난 상태로 병원에 배상을 요구할 것이 자명한데,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한 의원에서 발생한 사례이다. 75세 A환자가 오전 10시경 의원에 내원하여 물리치료를 받다가 침대에서 낙상했다. 의사는 별다른 검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귀가시켰다. 같은 날 19시경 A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여 진단한 결과 뇌좌상, 급성 경막하혈종 등으로 판명되어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유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대법원까지 다툼이 이어졌다.

2심은 의사의 과실을 인정했지만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부정했다. 환자가 낙상한 경우 외상 직후에는 무증상이더라도 시간 경과 후 관련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활력징후 측정, 방사선검사 등을 시행하고 경과관찰을 하거나, 귀가 시에는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내원하도록 교육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설시하며,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귀가하도록 한 것은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고, 기왕증이 악화되어 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과실은 있지만 이러한 과실이 사망과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인과관계까지도 인정하였다. 내원 시 요통만 호소하였으나, 낙상 후 두통도 호소한다는 진료기록, 환자가 피고 의원의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고 난 후 몸도 잘 못 가누고 말도 잘 못 알아들어 내원하였다는 취지의 대학병원 진료기록, 환자의 경막하혈종이 급성이었다는 점 등을 미루어볼 때 아무런 검사 없이 귀가 조치한 사실과 환자의 사망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의사는 손해배상책임을 면치 못했다.

위 판례에서는 의료진에게 낙상 후 기본적인 검사 및 설명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규모가 큰 병원에서는 환자가 낙상하는 경우 기본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관례화, 규정화 되어 있다. 그러나 의원급의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의사 개인의 판단에 맡겨지는 부분이 있어 겉으로 보기에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무심코 별다른 검사 없이 귀가시키거나 비상 시 대처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기 쉽다. 판례에 따르면 이런 경우 검사 미실시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으므로 무증상이더라도 기본적인 검사를 실시하여 확인하는 것이 안전을 기하는 방법이라고 하겠다.

한편, 종합병원이라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24시간 의료진이 환자를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와의 책임소재가 문제될 때도 많다.

급성 골수성백혈병이 의심되어 종합병원에 내원한 B환자가 응급실에 입실하여 검사와 처치를 받았다. B환자의 보호자는 01:00경 간호사의 허락을 받고 귀가하였는데 주변 환자의 보호자가 05:30경 침대에서 떨어져 있는 환자를 발견하였다. 급히 CT를 시행하고 뇌출혈 확인 후 중환자실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유족들은 B환자가 낙상 발생 고위험군 환자이므로 의료진은 낙상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하였어야 했고, 보호자가 없는 상태였으므로 환자를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하고 침대 난간을 올려놓지 않은 과실이 있으며, 낙상사고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현실적으로 의료진이 24시간 동안 환자를 곁에서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환자에 대한 주의관찰을 게을리하였거나 침대 난간을 올리지 않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낙상사고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4시간마다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환자를 새벽에 1시간10분 동안 관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잠을 자 움직임이 적은 시간인 점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환자에 대한 주의 및 관찰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B환자가 낙상 고위험군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주의점이나 예방법에 대해 교육하였거나 안내문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점과 보호자에게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을 교육하지 않고 막연히 보호자의 귀가를 허락한 것은 과실이며, 이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아 병원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판례의 논지에 비추어 보면 의료진에게 24시간 동안 환자를 관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낙상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보호자에게 특별히 낙상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반드시 보호자가 상주하도록 주지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현실적으로 보호자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거나 교육하더라도 이에 대한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록화되어 있지 않으면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꼼꼼하고 구체적인 기록 작성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낙상은 시설물 관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C환자는 뇌수두증 치료를 위해 뇌실-복강 단락술을 받은 후 입원 중이었는데 새벽 05:30경 화장실에서 넘어져 세면대 앞바닥에 비스듬히 누운 상태로 발견되었다. 응급으로 혈종제거술 및 두개골 감압술을 시행하였으나 상하지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C환자의 가족들은 병원이 화장실, 세면장 등에 미끄럼 방지처리 타일을 시공하고 환자의 미끄럼 방지를 위해 주의 표지판을 부착하여야 함에도 이를 시행하지 아니하였고, 물청소 후에는 마른 걸레를 이용하여 바닥을 건조하게 관리하여야 함에도 물기를 그대로 방치하였으므로 병원에 공작물의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은 사고가 발생하기 1개월 전에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작업을 시행하였고, 수시로 화장실 바닥의 물기를 제거하여 병원 시설물에 대한 방호조치의무를 다했으며, 환자가 뇌수술 직후에 바지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넘어졌거나 어지럼증에 의해 스스로 넘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C환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C환자가 스스로 넘어진 것이 아니라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면대 앞쪽에 머리를 땅 쪽으로 향한 채 누워 있었는데, 어지럼증 때문에 넘어졌다면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 더 일반적인 점, C환자는 뇌실-복강 단락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머지않아 퇴원예정이었던 점, 화장실 바닥에 설치된 타일은 매끈한 정사각형 모양으로 미끄럼 방지 타일에 비해 상당히 크기가 큰 타일이었던 점, 다른 환자도 비교적 이른 시각에 화장실 물기에 미끄러져 넘어져 다친 적이 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보면 C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미끄러져 넘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병원이 방호조치의무도 다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했다. 미끄럼방지 작업 후 14개월이 경과한 시점의 마찰계수가 위험상태였고, 해당 사고 이후에도 화장실에서 미끄럼 사고가 일어났으며, 미끄럼 사고는 정상인에게도 흔히 발생하는데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생활하는 병원의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야 하므로 1회 미끄럼방지 작업을 실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병원의 경우 환자의 안전에 관해 보다 엄격한 시설물 관리기준을 적용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만하다.

위 사례들에 비추어보면 낙상 사고의 경우 병원이 썩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바쁘더라도 낙상 교육과 시설물 관리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두고 실천하되, 이에 대해 구체적인 기록을 남겨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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