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계 의료법인 합법적 퇴출구조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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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계 의료법인 합법적 퇴출구조 시급
  • 병원신문
  • 승인 2018.04.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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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이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은 사고 팔 수 없고 인수·합병(M&A)도 불가능하다. 의료법인을 규정한 의료법은 설립허가나 부대사업, 설립취소 등의 사항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의료법과 민법 모두 의료법인 간 합병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도 합병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우회적인 방법은 있다. 예컨대 의료법인을 해산 및 청산하고 자산을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다른 의료법인에 이전하는 흡수합병이나 신설합병 방식을 취하면 사실상 합병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해산 및 청산절차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의료법인의 경영권을 양도하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의료법인 경영권 양도에 있어 업무상 배임죄는 원칙적으로 성립이 안되며 이사장직을 물려준 대가로 지급받은 금원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인 사례금에 해당돼 종합소득세를 내면 된다”고 말한다.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M&A)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시장에서 이같은 우회적인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돼 의료법인 경영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의료법인의 특수관계인 이사수를 제한하자는 법안이 발의되더니 이번에는 의료법인 이사선임과 관련해 금품 등 재산적 이익을 주고 받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새로 발의됐다.

아마 보바스기념병원 회생절차에서 상법상 주식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무상출연 및 자금대여 조건으로 임원 추천권을 가진 것을 임원 지위에 대한 매매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국회에서 의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법인 임원 선임과 관련해 금품 등 재산적 이익을 주고 받는 것을 금지한 사회복지법 개정안을 근거로 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일련의 법률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우회적인 퇴출통로마저 모두 막혀 의료법인들은 그야말로 경영권을 무상으로 넘기거나 파산하는 것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게 된다.

1973년 2월 개정된 의료법에 의해 도입돼 그동안 부족한 공공의료의 역할을 해 온 의료법인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845곳 중 1,106곳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은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반세기 가까이 공공의료를 대체해 온 의료법인이 이제 과잉 의료공급시대에 개혁의 표적이 된 것이다.

의료법인을 벼랑끝으로 내몬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의료시장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M&A) 허용과 같은 합법적인 퇴출구조를 마련해 주는게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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