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돕는 장애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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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돕는 장애 목사님
  • 윤종원
  • 승인 2005.10.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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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아니라 "빚"을 갚고 있는 것뿐입니다"

하반신 마비라는 중증 장애의 몸을 이끌고 10여년간 불우한 이웃을 돌보는 목사가 있어 화제다.

전북 전주에서 "다사랑재가복지회"를 이끌고 있는 김윤규(53) 목사가 그 주인공.

김 목사의 하루는 "고상하고 위엄있는" 목회 활동이 아니라 온갖 허드렛일로 채워져있다.

봉사자들과 함께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목욕과 물리치료, 집안청소 등 닥치는 대로 봉사활동을 한다.

직접 염습(殮襲)을 해 장례를 치러준 사람만도 400명이 넘는다.

그러나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자신이다.

김 목사는 보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제대로 떼기 힘들다.

1984년 컨테이너에 깔리는 사고를 당한 후유증이다.

7년간을 전신미비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다 기적처럼 깨어났지만 하반신 마비는 피할 수 없었다.

김 목사는 "너무 막막해 수십번을 죽으려고 했으나 그나마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런 김 목사를 일으켜세운 것은 주머니를 털어 병원비를 보태주고 쾌유를 빌어줬던 이웃들이었다.

김 목사는 "투병생활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도움을 줬다. 그 빚을 갚지 않고서는 죽을 수도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봉사를 위해 물리치료와 수지침 등을 배웠고 호스피스 교육과 사회복지 과정도 마쳤다.

1995년 사재를 털어 "다사랑복지회"를 설립하고 봉사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도 진통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눈물을 글썽이며 "언제 또 오느냐"고 묻는 이웃을 생각하면 한 시도 쉴 수가 없다.

김 목사의 소원은 번듯한 교회를 여는 것도, 15평 임대아파트를 벗어나 5가족이 오붓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것도 아니다.

김 목사는 "목욕차량을 마련해 서비스하고, 몇 푼 안 되는 운영비가 없어 봉사활동을 나가지 못하는 상황만 모면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면서 "봉사란 "빚"을 갚는 과정이며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해주는 사랑의 저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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